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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실패이후 북한의 선택은 무엇일까?

미국과 불평등한 평화조약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북한

권오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12/07 [10:02]

지난 1129일 북한은 국제사회가 기다리던 ICBM을 시험 발사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진짜 핵탄두 ICBM의 실력을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결과는 핵탄두 장착도 못하고, 대기권 재진입도 실패한 북한의 ICBM 기술의 한계만 확인시켜주었다. 즉 북한은 국제사회가 확인하고 싶어 했던 북한의 ICBM 기술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새벽 3시경에 ICBM을 발사한 것을 두고 국내 언론은 이례적인 시간의 도발이라고 북한의 의도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새벽 3시는 미국은 낮 1시경이고, 유럽은 오후 7시 경으로서 일과시간 중이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서방세계가 즉각 반응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즉 새벽 3시의 도발은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서방세계에게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시각이다.

 

▲ 북한 미사일 발사 장면.    ©북한 관영매체

 

북한은 조선중앙 TV를 통해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하면서, ICBM의 성공을 자축했지만, 실상은 ICBM 실패를 통해 국제적으로 망신만 당했다. 그래서 북한은 124일 함경북도 신포에 있는 해군 기지에서 SLBM을 장착한 잠수함의 이동 가능성을 고의로 노출했다. 하지만 이는 ICBM으로 당한 국제적 망신을 만회하기 위한 급조된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SLBM 기술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초라하게 보일 뿐이다.

 

북한의 ICBM 실패는 미국과 북한 간의 거래를 완전히 미국에게 유리하게 전환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까지 미국과 북한은 막후에서 평화협상의 조건을 협상해 온 것으로 추측된다. 예를 들면 북한은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가지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100원을 요구했고, 미국은 현재 상태에서 동결을 조건으로 50원을 제시했는데, 이번에 ICBM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것이 확인되면서, 미국이 10원만 받으라는 식으로 압박을 하니까, 북한이 도리어 핵 보유를 인정해주면 협상에 응하는 대신 50원이라도 달라는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서 100원은 대등한 관계의 평화조약을 의미하고, 50원은 ICBM을 포기한 상태에서 모든 걸 동결하면서, 미국에게 유리한 평화조약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은 과거 1951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일본처럼, 미국에게 일본 내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등의 불평등한 평화조약을 북한에게 강요하는 듯하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자국 내에 미군 기지를 제공하지는 못하겠지만, 미국이 다른 식으로 예를 들면 신의주나 원산 또는 청진 등 주요 거점도시를 미국에게 개방하는 식의 불평등한 평화조약을 강요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10원의 의미는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하는 조건의 평화조약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조건 모두 표면적으로 김정은이 수용하기 불가능한 조건이다.

 

북한의 ICBM이 실패로 판명된 직후 트럼프는 이 상황을 우리가 처리하겠다라고 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을 미국의 북한 폭격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곧 바로 124일부터 8일 까지 5일간 미국과 한국의 연합작전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연합훈련에는 미국의 최첨단 자신인 스텔스 전투기 F-22, F35A, F35B와 스텔스 폭격기 B1B를 포함한 한국과 미국의 공군전력 260여대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훈련이기 때문이다.

 

▲ 권오중 박사   ©브레이크뉴스

하지만 트럼프의 우리가 처리한다는 것의 의미는 또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존 맥로린 전 CIA 국장대행은 124(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정확성을 보장하는 유도기술을 갖추고 핵을 탑재한 ICBM을 미국까지 날려 보낼 역량을 보유했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할 경우, 미국은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런 상황에도 군사적 조치로 해당위협을 제거하는 것보다는 억지력에 의지하는 게 현명하다. 억지력은 제재를 포함해 항공모함을 비롯한 군대와 미사일 방어체계의 배치, 역내 다른 국가들과의 압박이 합쳐진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다. 또 미국의 외교도 함께라는 주장을 펼쳤다. 존 맥로린의 주장은 두 가지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북한이 핵탄두 ICBM기술을 증명한다면, 미국과 핵 전력의 균형을 이룰 수 있으므로 미국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 행동은 전쟁이 아니라 억제력 강화와 외교라는 것이다. 이는 곧 미국과 북한의 대등한 평화조약 협상의 급진전과 역내 다자간 안보동맹기구 구축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까지 핵탄두 ICBM을 성공하지 못하면서 대등한 조건의 미-북 평화조약은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존 맥로린의 주장은 미국이 미국에게 유리한 조건의 미-북 평화조약 체결과 동아시아의 평화체제 속에서 미국 중심의 다자간 안보동맹기구를 결성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121일 북한은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비타리 파쉰 하원 의원의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핵 협상을 실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만 협상에 나가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는 29일 발사한 ICBM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ICBM 실패로 인하여 미국이 북한의 핵이 미국을 위협할 수 없음을 확인하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김정은의 조바심을 드러낸 것이다.

 

126일 미 국무장관 틸러슨은 NATO회의에 참석해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제재를 지속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틸러슨의 주장은 현재 진행 중인 미-북 대화에서 가장 강력한 대북 옵션이고, 북한과의 협상에서 앞에서 언급한 ‘10원어치 흥정을 하고자 하는 미국의 강공 노선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결국 북한은 1129일 어설픈 ICBM 시험발사로 인하여 북한의 ICBM 기술의 실패만을 확인 시키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미국과 대등한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불가능해진 현재 상황에서, 핵과 미사일을 현재 상태에서 동결하면서 다소 불평등한 평화조약을 미국과 체결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북한이 핵과 ICBM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선언하고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유지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미국에 양보하는 대신 체제인정을 얻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CBM의 실패이후 시작된 미국의 파상공세에 당분간 더 이상 보여줄 카드가 없는 김정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기다려진다. 이제 김정은에게 주어진 시간은 거의 없다. diakonie3951@gmail.com

 

*필자/권오중.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Philipps- Universität Marburg) 철학박사 (현대사/정치학 전공).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민주평통 정치외교분과 상임위원 역임.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 출강. 현재 사단법인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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