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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마케팅, 무리수와 신선함 사이

안지혜기자 | 기사입력 2017/12/01 [15:23]

 

브레이크뉴스 안지혜 기자= 유통업계에서 마케팅은 ‘생존 전략’ 중 하나다. 각양각색의 수 많은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소비자에게 자사의 제품을 어느정도 각인시키느냐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지우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실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소비자 눈높이에서 SNS와 이벤트 등을 통해 친근하게 다가가 제품을 홍보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큰 역풍을 맞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최근에는 친근함을 어필하는 말장난 마케팅이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일정 선을 넘어, 무리수를 둔 기업에는 어김없이 비판의 목소리가 내리 꽂히는 게 현실이다.

 

팔도 왕뚜껑 17억 판매 기념 츤데레 문구 이벤트..소비자 “돈내고 욕 먹은 기분”

 

▲ 팔도가 자사의 왕뚜껑 제품 17억개 판매를 기념, 츤데레 문구를 뚜껑에 새겼다 논란에 휩싸였다.      © 브레이크뉴스

 

최근 팔도가 진행한 이벤트는 마케팅 실패 사례의 정석이었다. 팔도는 왕뚜껑 17억개 판매기념으로 SNS에 '왕뚜껑 츤데레 문구 공모 이벤트'를 게재했다.

 

무심한 듯 진심을 전하는 문구를 댓글로 접수받아 당첨된 츤데레 글귀를 컵라면 뚜껑에 새겨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불편했다. 왕뚜껑에 새겨진 문구를 살펴보면 “돼지냐? 먹는것도 이쁘게”, “여친 없겠네? 빡세게 공부하느라”, “쫄보 자식 망설이면 라면 다 불어” 등이 새겨져 판매됐다. 

 

이를 접한 소비자들은 "이런 거지같은 멘트가, 라면도 나한테 반말하네", "이게 뭐야", "왕뚜껑? 이게 재밌냐?", "살다살다 라면 먹는걸로 시비 걸리는 건 또 처음이네. 이런 문구는 도대체 왜 집어 넣는 거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물론, “참신하고 재미있다”, “진정한 츤데레 문구다” 등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돈 내고 욕 먹은 기분을 느꼈다”는 반응이 많았다.

 

팔도측에서도 실수를 인정했다. 팔도 관계자는 "컵라면에 물을 붓고 뚜껑을 닫은채 기다릴 때 뚜껑의 문구를 보며 소비자들이 재미를 느꼈으면 하는 의도로 츤데레 문구를 새긴 컵라면을 생산하게 됐다"며 "의도와 달리 불쾌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있어 기존 생산돼 있는 분량까지만 소진시키고 추가로 츤데레 문구를 기입한 왕뚜껑 컵라면을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팔도는 더군다나 노이즈 마케팅으로 연결도 실패했다. 왕뚜껑을 사 먹는 이가 많지 않아서 였을까. 크게 논란이 일지 않으며 조용히 이벤트를 접는 분위기다. 왕뚜껑을 사먹은 일부 소비자에게만 '라면에게 욕 먹어 본' 추억을 만들어 준 셈이다.

 

남양유업, SNS 광고 성차별 논란에 즉각 중단

 

팔도 외에도 말장난 마케팅을 벌이다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례는 많다.

 

남양유업이 최근 페이스북 포스팅용으로 만든 인스턴트커피 ‘루카스 나인’ 광고 6편도 그 예다.

 

광고를 살펴보면 남성은 ‘김부장’, ‘유대위(군인)’, ‘건설노동자’로 묘사한 반면, 여성은 ‘주부’, ‘전통시장 상인’, 커피잔을 들고 앉아 있는 할아버지 뒤에서 잔을 채우고 있는 할머니’로 묘사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광고 전반에 구시대적 성 고정관념이 깔려있다며 “성차별이다”, “전형적인 가부장적 모습을 보여준다”, “여성 소비자는 포기했나?” 등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남양유업은 “여성을 폄하할 생각은 없었다”면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해당 광고도 즉시 중단했다.

 

"이 닦고 자 시바"

 

LG생활건강의 ‘페리오’도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마케팅 문구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LG생활건강은 페리오와 ‘시로&마로’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했는데, 문제는 개 품종 중 하나인 시바견을 모티브로 한 문구에서 발생했다.

 

시바견의 이름을 빗대 만든 “이 닦고 잠이나 자 시바”, “치약 짜지마. 그냥 눌러봐 시바”, “가글가글 상쾌해 시바” 등 광고문구가 욕설을 연상시켰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측은 “잠깐이라도 웃고 쉬어갈 수 있는 유머를 더하고자 했다”고 해명했지만, 노이즈마케팅과 '무리수'의 경계선에서 소비자에게 불편한 마음을 심어준 것은 사실이다.

 

"긴밤-짧은밤, 어떤걸로 하실래요?"

 

신세계그룹의 제주소주가 새 소주 브랜드 ‘푸른밤’을 출시하며 알코올 농도에 따라 ‘긴밤’, ‘짧은 밤’으로 표기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성매매 업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은어인 긴밤, 짧은밤을 떠올리게끔 작명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제조업체측에선 절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제주소주가 긴밤, 짧은 밤 이라는 용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용해 대중들에게 불편함을 준 것을 사실이지 않나. 신중한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는 제주여성인권단체의 쓴소리는 피해갈 수 없었다.

 

break98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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