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원유 함량 0%’ 우유의 진실

안지혜기자 | 기사입력 2017/11/29 [09:41]

 

 

브레이크뉴스 안지혜 기자= 최근 초코우유, 바나나우유 등 가공유 제품 10개 중 4개에 원유가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흔히 우유라면 원유를 떠올리기 때문에, 가공유라 하면 원유에 다양한 맛을 내는 성분을 첨가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지난 28일 컨슈머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60종의 가공유 제품 중 원유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이 15개(25%)나 됐다.

 

이를 본 소비자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가짜우유에 속은 기분이라며 분노하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붕어빵에 '붕어'가 안 들어있다고 비난하는 것과 같다고 일침을 놓는 소비자도 존재했다.

 

어찌됐든 우유 성분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관심이 쏠린 상황인데, 이에 브레이크뉴스는 우유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봤다.

 

Q. 원유, 환원유, 탈지분유, 가공유 등 다양한 종류의 우유가 있다. 이들간 어떤 차이가 있나.

 

A. 일반적으로 우리는 소의 젖에 저온살균 등 최소한의 가공처리만 한 것을 우유 또는 원유라고 부른다.

 

이 원유에서 지방을 분리·제거 후 건조시켜 분말로 만든다면 탈지분유가 된다. 원유에서 수분을 증발시켜 가루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탈지분유는 원유의 농축분으로 볼 수 있다.

 

우유를 탈지분유로 만드는 이유는 보존성이 비약적으로 증가되기 때문이다. 원유의 유통기한은 길어야 2주이나, 탈지분유는 1년 이상 장기간 보관도 가능하다.

 

그리고 다시 탈지분유에 물을 부어 액체로 만든다면 환원유가 된다.

  

이번에 논란이 된 가공유는 원유, 환원유, 탈지분유 등 유가공품에 과즙이나 커피, 초콜릿, 인공향미료 등의 식품첨가물을 가한 후 살균·멸균처리한 것이다.

 

Q. 소비자들은 원유=우유이고, 나머지는 가짜우유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가짜로 불려야 할만큼 영양성분 차이가 심한가. 

 

A. 원유와 환원유간 성분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원유를 탈지분유로 만드는 과정에서 지방이 제거되고 일부 영양소 파괴도 일어난다.

 

또한 지방이 빠지면서 우유 특유의 고소함이 줄어들고, 고유의 향과 맛도 덜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양성분면에선, 가짜우유로 불려야 할 만큼 차이가 심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영은 원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탈지분유는 말그대로 우유에 지방을 제거해 만든 가루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우유에서 지방을 빠졌다는 점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가공 과정에서 단백질, 비타민 등의 손실도 있긴 하지만 그 손실량이 1~2%정도 밖에 되지 않아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Q. 원유 함유량 0%인 가공유가 버젓이 '우유'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것이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A. 가공유 성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가 없더라도 우유라 부를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농림부는 당시 "원유가 함유되지 않고 탈지분유나 환원유 등으로 맛을 낸 가공유라고 하더라도 우유와 성분은 유사하기 때문에 우유라고 표기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발표했다.

 

따라서 원유 0%인 가공유 제품에 '우유'라 표기해 판매해도 법적으로 문제되진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 여론 재판에선 문제시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도 가공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원유함유량이 적거나 없는 가공유에 우유라는 제품표기는 소비자로 하여금 신선한 우유를 구매했다는 오해를 갖게 한다"며 "보다 명확한 표기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최소한 원유가 들어있지 않다는 정보는 알고서 가공유를 구매토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Q. 소비자들이 원유를 선호한다는 것은 업체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가공유에는 원유를 쓰려 하지 않나.

 

A. 업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란다.

 

원유 함유량 0%의 가공유를 생산하고 있는 동원F&B관계자는 "원유가 아닌 탈지분유, 유크림 등을 사용해 가공유를 만든 이유는 순수하게 가공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풍미를 살리기 위해서 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낙농업계의 주장은 달랐다. 업체들이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원유보다 값싼 탈지분유 등을 선호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낙농업체 관계자는 "원유가 바닷물이라면 탈지분유는 소금에 빗댈 수 있다"며 "원유의 농축분인 탈지분유로 가공유를 만들 경우, 원유를 사용했을 보다 훨씬 많은 양의 우유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컵의 우유로 많아야 2~3컵의 가공유를 만들 수 있지만, 탈지분유 1컵으론 20컵 이상을 만들 수 있다"며 "이보다 가성비가 뛰어난 성분이 어디 있겠느냐"고 부연했다.

  

편의점에 유통되고 있는 일부 가공유 제품의 성분표. 탈지분유의 원산지가 외국산, 또는 네덜란드산으로 표기돼 있다. 

 

Q. 결국은 돈 때문이란 건가?

 

A. 사실상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가공유에 사용된 탈지분유의 원산지를 확인해봐도 대부분 수입산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자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유제품의 성분표를 확인한 결과, 대다수 유제품 제조업체들은 수입산 탈지분유를 사용하고 있었다.

 

김미경 소비자단체협의회 팀장도 "유제품 제조업체들이 탈지분유를 수입해다 쓰는 이유는 유통마진 때문일 것"이라며 "국내산 탈지분유는 수입산보다 가격이 배 이상 높게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산을 사용하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원유는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 탈지분유는 비싸다는 이유로 쓰지 않았다. 가장 값싼 수입산 탈지분유를 사용해 가공유를 만들고 있는 게 국내 유업계의 현실이었다. 깊은 풍미를 내기 위해 외국산 탈지분유를 쓴다는 업체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지는 소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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