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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원 “한국 외교안보, 철저히 한국 관점서 추구돼야”

“북한동참토록 물밑접촉-특사 파견 전방위적인 노력해야”

박정대 기자 | 기사입력 2017/11/17 [10:31]

▲ 방미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     ©청와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은 16일 빌표한 “한국의 외교안보, 콜롬버스 달걀을 깰 때” 제하의 현안진단에서 “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한‧미동맹의 견고함과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의도했던 결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그의 방한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방지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한 언급도 자제했으며, 방위비 분담 등 민감한 현안을 제기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그의 방한기간 중 행보가 강경지향형 대북인식 및 대북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방한 기간 중에 한반도 인근에는 3개의 미 항모전단이 접근하고 있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실제로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핵 잠수함이 적절한 곳에 위치해 있다고도 했다. 언제든 북한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군사적’이라는 단어만 쓰지 않았을 뿐 대북 군사옵션의 사용가능성을 여러 곳에서 언급했다. 미국에 도전했던 국가들이 직면했던 결과를 적시하며,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는 경고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프로세스가 한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상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상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비핵·평화 로드맵의 돌파구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정권과 체제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남북관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비핵·평화의 로드맵을 완성하고 실현해 나가는데 북한이 동참하도록 물밑 접촉과 특사 파견을 비롯하여 대 주변국 집중외교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하고 “한국의 안보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할 필요도 있다. 미‧중간의 동북아 패권경쟁 구도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한반도 전체가 어느 한편으로 경사될 경우 미‧중간 전략적 균형은 심각하게 요동치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가 미‧중의 패권경쟁에 종속변수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창의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국력은 고래싸움 속의 새우가 아니라 적어도 천평칭위의 추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한국의 외교안보는 철저히 한국의 관점에서 추구되어야만 한다.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생각을 깨야 길이 보이고 당당히 걸어 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 현안진단의 전문이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16일 발표, 현안진단 <전문>


‘무난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짧지 않은 1박 2일의 방한이 무탈(?)하게 끝났다. 북한과 관련해서 연일 거친 언사와 폭탄발언을 일삼던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우리 입장에서는 그의 방한 자체가 관심과 우려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한‧미동맹의 견고함과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의도했던 결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그의 방한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방지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한 언급도 자제했으며, 방위비 분담 등 민감한 현안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방한기간 중 행보가 강경지향형 대북인식 및 대북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방한 기간 중에 한반도 인근에는 3개의 미 항모전단이 접근하고 있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실제로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핵 잠수함이 적절한 곳에 위치해 있다고도 했다. 언제든 북한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군사적’이라는 단어만 쓰지 않았을 뿐 대북 군사옵션의 사용가능성을 여러 곳에서 언급했다. 미국에 도전했던 국가들이 직면했던 결과를 적시하며,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는 경고도 했다.

 

국회연설에서는 북한정권을 고립시키고 ‘어떤 형태’의 지원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어떤 형태’란 긴급구호를 위한 인도지원도 포함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트럼트 대통령 집권이후 미국은 오바마 정권기에 결정된 것을 제외하고 대북 인도지원에 단 1달러도 지출하지 않았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별도의 사안으로 보는 한국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가능성을 열어 놓았지만 그 조건을 핵·미사일의 도발 및 탄도미사일 개발의 중단과 검증 가능한 총체적 비핵화라고 못 박았다. 한국 정부가 북핵 동결을 협상의 입구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거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과 아울러 폭정의 구체적인 사례까지 열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표출한 것은 향후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 노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후 한반도 인근에 배치된 미 항모 3개 전단은 한국 및 일본과 공동 군사훈련에 착수했다. 한국작전구역(KTO)에서 한국 해군과 3개의 미 항모전단이 공동훈련을 한 것은 창군이후 최초의 일이다. 3개의 미 항모전단과 함께 각각 10여척에 달하는 이지스함과 LA급 핵잠수함이 동원됨으로써 한반도 인근해역은 가공할 만한 미 군사력의 집결장으로 변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으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법이 도출된 것도 아니며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지도 않은 셈이다.


한‧중관계의 봉합과 상처만 남긴 사드

 

지난 10월 31일 한‧중 간 관계정상화에 대한 합의로 2년여 간 한국사회의 주요 화두였던 사드의 한반도 배치문제는 일단 봉합되었다. 그러나 한·중 간 문제의 소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언제든 다시 재점화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문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진행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반면, 한국의 외교안보적 입지는 무시되었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관철시켰다. 사드는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이 명분이지만 그 영향의 범위가 중국을 포함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미는 전략무기 순환배치를 확대하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다.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그리고 B-1B를 필두로 한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무기들은 모두 중국까지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의 전진배치가 필수적이며, 북핵문제가 그 구실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전방위적인 보복조치를 취했으며, 이로 인해 한국이 입은 피해는 그 규모를 추산하기도 힘들 정도다. 11월11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 궤도로 회복시키자는데 합의했지만, 사드의 뇌관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10.31합의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은 사드와 관련해 한국측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해 여지를 남겼다. 한국이 밝힌 '3NO' 즉 △사드 추가배치, △미국 MD편입, 그리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표명은 향후 상황변화에 따라 한‧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국 전략무기 구매확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미국은 자국의 군사기술 이전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점에서 최첨단의 전략무기를 한국에 판매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지스함용 요격미사일인 SM-3 미사일 등을 한국이 구매할 경우 미국의 MD체제 편입에 대한 중국의 오해와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순환배치 확대 및 한‧미‧일 안보협력이 확대될 경우에도 중국의 이의 제기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한국이 밝힌 ‘3NO’ 원칙에 대해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관철시켰으며, 중국은 한국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복능력을 과시함과 아울러 향후 한국의 안보적 행보를 제약할 수 있는 세 가지 약속을 받아냈다.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향후 유사한 상황이 되풀이 될 경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한국 주도 비핵·평화 로드맵으로 무소의 뿔처럼 가자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한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는 해외 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이자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며, 사실 어느 선진국의 상류층 주거단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평범한 한국 시민이 캠프 험프리스의 내부를 둘러본다면 입을 다물기 어려울 것이다. 캠프 험프리스 건설을 위해 107억 달러에 달하는 건설비가 들었으며, 이중 90%이상을 한국이 지불했다. 게다가 캠프 험프리스가 위치한 평택은 수도권이며 대부분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에 대해 한국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캠프 험프리스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한미동맹에 안보를 의지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다.

 

북핵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일부 야당에서는 미국의 전술핵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으며, 정부는 미국 전략무기의 순환배치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안보현실에서 한미동맹은 핵심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당장 한국군 단독으로 자주국방체제를 실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동맹에 전적으로 안보를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역사상 모든 군사동맹은 국가적 이해관계가 변화할 경우 파기되는 운명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일정한 계약관계이며, 한미 양국의 안보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선에서 유효할 뿐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 주한미군의 철수가능성까지 언급한 판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이해가 상이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수단에 관계없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결과만으로도 자국의 안보적 이해관계가 관철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비핵화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아울러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중장기적 통일의 로드맵을 구현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국제공조를 통해 비핵화를 달성하더라도 그 이후부터는 한국이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할 과제들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프로세스가 한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상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상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비핵·평화 로드맵의 돌파구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정권과 체제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남북관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비핵·평화의 로드맵을 완성하고 실현해 나가는데 북한이 동참하도록 물밑 접촉과 특사 파견을 비롯하여 대 주변국 집중외교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안보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할 필요도 있다. 미‧중간의 동북아 패권경쟁 구도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한반도 전체가 어느 한편으로 경사될 경우 미‧중간 전략적 균형은 심각하게 요동치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가 미‧중의 패권경쟁에 종속변수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창의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국력은 고래싸움 속의 새우가 아니라 적어도 천평칭위의 추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한국의 외교안보는 철저히 한국의 관점에서 추구되어야만 한다.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생각을 깨야 길이 보이고 당당히 걸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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