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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사기만 떨어뜨리는 교원능력 평가

- 매년 10월이면 교원평가로 스트레스 호소하는 교사 늘어나

최병용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11/12 [20:50]

  

매년 10~11월이면 학교가 분주해지고 교사들은 예민해진다. 지난 2010년 학생·학부모의 공교육 만족도를 높이고 교원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교원능력개발 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동대문구 A중학교 임미선 교사(45, )선생님 평가 점수 잘 줄게요. 선생님 점수 잘 줬어요! 선생님 곧 교원평가네요?”라고 웃으며 하는 말을 들으면 자괴감마저 든다.

 

정교사는 교원평가가 교원전문성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교사들의 사기만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교원통제정책입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 교원평가를 홍보하는 교육부 홈페이지     © 최병용 칼럼니스트


 

교원능력개발 평가는 학생, 학부모 만족도 조사와 동료 교원 평가로 나뉜다. 학생 만족도 조사는 학생이 가르친 교사를 평가하고,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자식을 가르친 교사를 평가한다. 동료 교원 평가는 동일 교과나 유사 교과끼리 묶어 상호간에 평가를 한다.

 

올해 교원평가를 마친 도봉구 B중학교 변원목 교감은 동료교원평가의 경우 상호간에 만점을 주는 게 불문율이어서 신뢰성이나 변별력이 없어요. 교사들도 귀찮아해요라고 했다.

 

▲ 학생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는 교육부 사이트     © 최병용 칼럼니스트


교원평가 점수는 5점 만점에 4.5점 이상인 교사들은 우수교원으로 선정되고 4.5~2.5점인 교사들은 일반교원으로 분류돼 각 분야의 직무연수를 15시간 이상 받는다. 2.5점 미만인 교사들은 지원필요 교원으로 분류, 60시간에서 6개월 이상의 능력향상연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는 교육부 사이트     © 최병용 칼럼니스트


가장 어처구니없는 평가가 학부모 평가다. 1년 동안 학부모총회나 공개수업 등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고 교사를 만난 적이 없던 학부모도 학교의 독촉에 억지로 평가에 참여 한다. 아이들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만 듣고 평가하니 제대로 평가한다고 볼 수 없다.

 

▲ 교원능력개발평가를 거창하게 홍보하는 교육부     © 최병용 칼럼니스트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에게 점수를 많이 주니?”라고 질문하니 칭찬을 많이 한다. 사탕을 잘 준다. 공부를 못해도 야단치거나 혼내지 않는다. 친절하다는 이유를 댄다. 수업 자체를 평가하기보다는 평소 나한테 잘해줬는지 아닌지에 평가의 초점을 맞춘다는 이야기다.

 

이러니 교사들끼리도 훈육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의식이 만연되어 규율을 지키지 않는 학생들을 엄하게 지도하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학창시절 잘 해 주었던 선생님도 기억에 남지만, 채찍질 하며 격려했던 선생님이 더 나를 성장시킨 경우가 많다.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 교원평가는 교원능력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가에서 2.5점 이하를 받은 능력향상연수 대상 교사는 2013608명에서 2016295명으로 대폭 줄어 능력 없고 자질 없는 교사의 퇴출 수단도 되지 못하고 있다.

 

교원평가를 위해 5년 간 약 100억 원의 예산이 집행됐지만 동료교사들은 대부분 서로 만점을 주고, 학부모의 참여는 30%대에 머물고, 학생들은 1개 학급씩 수업을 빼고 컴퓨터실로 데려가 평가 참여율을 높이는 실정이다. 평가는 필요하지만 지금의 형식적인 교원평가는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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