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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남한산성’ 이병헌, “시나리오 자체만으로 완벽..너무나 좋은 영화”

치욕을 감수해 후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조판서 ‘최명길’ 역 소화

박동제 기자 | 기사입력 2017/10/09 [18:00]

▲ 배우 이병헌 <사진출처=CJ엔터테인먼트>     © 브레이크뉴스


브레이크뉴스 박동제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이병헌이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연기력을 과시했다.

 

이병헌을 비롯해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등 최고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특히 <남한산성>은 출간 이래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아 더욱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이번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은 치욕을 감수해 후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김윤석은 이병현과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예조판서 ‘김상헌’ 역을, 박해일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신들 사이에서 고뇌하는 왕 ‘인조’ 역을, 고수는 남한산성의 대장장이 ‘날쇠’ 역을, 박휘순은 혹한 속에서도 묵묵히 성벽을 지키는 수어사 ‘이시백’ 역을, 조우진은 청나라의 역관 ‘정명수’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남한산성> 홍보차 브레이크뉴스와 만난 이병헌은 작품에 대한 자부심부터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소화하는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대체불가한 명품 연기력과 빠질 수 밖에 없는 무한매력을 갖춘 이병헌의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다음은 이병헌과의 일문일답.

 

▲ 배우 이병헌 <사진출처=CJ엔터테인먼트>     © 브레이크뉴스


-관객 입장에서 보면 최명길과 김상헌의 입장이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보통영화는 주인공의 시점이란 것이 있는데.

 

이병헌 : 그것이 <남한산성>이 갖춘 가장 용감한 부분이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을 바라보는 것이 의도함을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인데, <남한산성>은 그런 것들이 계속 교차되다보니 자치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힘이자 매력이라고 봤다.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남한산성>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때도, 영화를 처음 봤을때도, 감독님의 의도 역시 선택할 수 없는 옳은 소신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관객들 역시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싶고, 그만큼 서글픈 역사라고 생각한다. 의견은 다르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기때문에 선택하기 어려운 것 같다. 서글픈 상황 자체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본다.

 

-비극적인 역사를 다룬 <남한산성>.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병헌 :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생각하지 않았다. 참여한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져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런 식으로 영화를 선택하다보면 의미있는 필모는 쌓이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승리의 역사를 보고 싶어하지 않나. 그렇지만 굴욕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봤다. 차별점도 분명히 생기고, 우리가 늘 기뻤던 추억만 보는 것이 아닌 잊고 싶은, 힘들었던 역사를 들춰보는 것도 의미있다고 본다. <남한산성>은 다양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남한산성>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병헌 : <남한산성>은 일단 시나리오 자체가 기가막혔다. 영화로 만들지 않고, 시나리오만 보더라도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처음대할 때 스펙터클한 액션은 없고, 코미디가 있지는 않아도 어느 영화보다 강렬한 말의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하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니 부담은 됐지만, 말로 소신을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액션보다 강렬하게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남한산성>에서 연기한 최명길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이병헌 : 최명길은 실리주의를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정치적으로 대의명분을 우선시하고, 최명길처럼 화친을 주장하는 사람을 생각했을때 어떤 것이 맞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최명길이 말하는 것은 결국 백성을 살리는 것 아닌가. 목숨을 대전제로 놓고 나머지를 만들려고 하는 점이 좋았다. 정치가 아닌 인본주의에 중점을 두는 인물이라 봤다.

 

<남한산성> 속 최명길은 차분하고 부드럽고 우회적이라고 생각한다. 환궁하게 되더라도 상헌을 버리지 말라는 대사가 있지 않나. 그때도 현명하고 젠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달리보면 무서우리만큼 신중한 사람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다.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느꼈다.

 

-<남한산성> 출연 배우들간 기싸움은 없었는지.

 

이병헌 : 처음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과는 당연히 긴장감이 있다. 기대감, 불안감 등이 있는데, 큰 전제는 장면에서 의도한 것을 배우들의 시너지로 만드냐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기싸움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의도를 벗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명길의 의도가 강하면 당연히 그렇게 연기하는 것이 맞고, 상헌의 의도가 강하면 제가 그렇게 살짝 누르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배우 개인적으로 기싸움한다는 것은 왠만하면 그런 감정이 생겨도 없으려고 하는 편이지 않나 싶다.

 

연기적인 합? 저와는 다른 패턴의 연기라는 생각은 했다. 굉장히 다르다보니 스스로 재밌었다. 재밌지만 한편으로는 어렵기도 했다. 리허설을 하고 테이크를 갈때마다 매번 다르게 연기하다보니 제 입장에서는 어렵기도 하더라. 파트너의 호흡에 따라 저도 변화해야 하는데, 매번 달라지다보니 연기하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어렵기도 했지만, 달라서 묘한 재미를 느낀 촬영이었다.

 

▲ 배우 이병헌 <사진출처=CJ엔터테인먼트>     © 브레이크뉴스


-<남한산성>은 배우들간 분량이 정확하게 나눠진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병헌 : 저도 기가막힌 것은 시나리오를 읽었을때 0.1%도 기운다는 느낌이 없이 반반으로 나눠졌더라. 분량의 얘기가 아닌 명길과 상헌의 존재감이 그렇게 느껴졌다. 어떻게 찍을까, 어떻게 만들까 궁금했다. 촬영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촬영했다. 캐릭터에 따라 중요한 장면이 있으면 그 의도를 넘어서지 않으려고 했다.

 

(땅바닥을 보면서 주로 연기했는데) 아무래도 처음에는 생소했다. 80% 분량을 땅바닥을 보면서 얘기하다보니 생소한 기분이 들기는 했다. 상대방의 눈과 표정을 보면서 감정을 받아야 하는데, 기운만 느끼다보니 예민해졌던 것 같다. 그 뉘앙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더욱 집중하면서 연기하지 않았나 싶다.

 

-<남한산성>과 다른 시대극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병헌 : 시나리오를 대하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광해>도 실존 인물이었지만 픽션을 가미한 것이고, <협녀>는 지어낸 이야기고. 반면 <남한산성>은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이지 않나. 역사에 있었던 사실과 그것을 바탕으로 고증을 해낸 시나리오에 충실하자는 마음이 컸다.

 

있는 그대로 안에서 제 감정에 충실하자는 마음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진지하게 접근했다. 시나리오가 워낙 완벽해서 나온 그래도 연기했던 것 같다. 생소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최명길에 다가가는데 있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남한산성> 속에서 가장 와닿은 대사는.

 

이병헌 :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하겠지만, 인조에게 ‘왕이라면 오랑캐의 발 밑을 기어서라도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라고 말하는 대사와 날쇠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중요한 대사라고 생각했다. 상헌이 격서를 부탁하면서 떠나보낼때 왕을 위해서 결심한 것이 아닌 주변인들을 위해 결심했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 대사들이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지 않을까 싶다.

 

-<남한산성> 필모그래피 의미.

 

이병헌 : <남한산성>을 2번 봤다. 언론시사회때 처음 봤다. 클립도 안보고, 공개된 예고편 정도만 봤다. 아끼고 싶은 마음에. 언론시사회 다음에 VIP 시사회가 있어서 또 봤는데, 너무 좋더라.

 

처음 봤을때는 무거운 마음이 있어서 다른 배우들도 별소리 없이 지나갔는데, 밤 시사회때는 여유를 갖고 봤다. 그때는 낮보다 더 큰 감정이 오더라. <남한산성>은 저에게 좋은 영화였다는 감정으로 남을 것 같다.

 

예전에는 제 영화를 정말 많이 다시 봤다. 그 시간이 보상받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극장에서 상영될때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즐거웠고 기뻤다. 그때는 되도록이면 극장을 찾으려고 했는데, 최근에는 많이 그러지 못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정말 30~40번을 봤다.

 

-‘아이리스’ 이후 9년만에 ‘미스터 션샤인’으로 안방극장 컴백.

 

이병헌 : 예전에는 드라마, 영화를 구분짓지 않으려고 했다. 두 장르 모두 제가 하는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하지만 막상 오랜만에 하려고하니 체력적인 부분때문에 약간은 잘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은 드는 것 같다.

 

dj32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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