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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입수 전 꼭 샤워해야 하는 이유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08/16 [16:14]

 

▲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 브레이크뉴스

 

펄펄 끓는 태양,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답답한 공기, 온몸의 땀구멍을 열어젖히는 끈적끈적한 무더위가 벌써 두 달째다. 급기야 벌떡 일어난 아빠, 빛의 속도로 수영복을 챙기고 나선다.
 
“도저히 안 되겠다. 수영장이라도 가자. 태연아 너도 빨리 챙겨.”
 
“오늘은 안 돼요. 친구들이 수영장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수영장 소독약이 인체에 무척 해롭다는 거 아빠도 잘 아시잖아요.
 
“염소(CI) 말이야? 에이, 그렇지 않아. 염소는 100여 년 전부터 쓰인 대표적인 살균 소독제야. 수영장만 소독하는 게 아니라 수돗물이나 과일, 채소를 소독할 때도 쓰이는 비교적 안전하고 저렴한 소독제란다. 인류가 이질, 콜레라,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데도 이 염소의 역할이 컸어요.
 
“정말요? 고마운 아이네요. 그럼 수영장에서 나는 독한 염소 냄새도 참아줘야겠어요.”
 
“그것도 염소한테 책임을 돌릴 수는 없어. 수영장 물속에 뒤섞여 있는 사람들의 땀, 오줌 같은 분비물과 염소가 만나면 가스 형태의 자극성 물질인 클로라민(chloramine)이 발생하는데 말이지. 사실 이게 독한 냄새의 주원인이거든. 수영장 냄새가 강하면 충분히 소독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수영장이 오염돼서 많은 양의 클로라민이 발생했다는 의미란다. 이건 다시 말해서 병균을 죽이는 염소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지.”
 
“헐, 완전 속았어요!”
 
수영장에 다녀오면 간혹 눈병에 걸리거나 피부가 벌겋게 일어나기도 하지. 이것 역시 염소가 아닌 클로라민 때문이야. 특히 이 물질은 가스 형태라서 호흡기로 침투하기 쉽고 이때 호흡기를 보호하는 점막층을 파괴해 천식을 유발하기도 한단다. 클로라민 피해를 막기 위해 요즘엔 오존이나 이온을 이용해 소독하는 수영장도 늘어나는 추세야. 오존은 인체에 해로운 가스, 유기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산화되면서 물을 살균하지. 염소에 비해 7배나 살균력이 높고 소독 후 물에 잔류하지도 않아서 호응이 좋단다. 또 구리와 은 같은 금속이온을 이용해 적은 양의 염소만으로도 높은 살균효과를 내는 이온살균 수영장도 각광을 받고 있어요.”
 
“그럼 지난번에 수영장 갔다가 눈병 걸린 것도 클로라민 때문이었겠네요? 우리 동네에는 염소로 소독하는 수영장밖에 없으니 수영한 뒤에 아주 깨끗하게 씻는 게 중요하겠어요.”
 
“입속이나 귀까지 구석구석 아주 깨끗하게 씻어라, 알았니? 하지만 사실 수영장에 갈 때 더 중요한 건 끝나고 씻는 게 아니라 수영하기 전에 씻는 거야. 특히 엉덩이를 비누로 깨끗이 씻는 게 아주아주 중요해요.
 
“예에? 어쩜 그리 부끄러운 말씀을!”
 
“꼼꼼하게 엉덩이를 씻고 들어가지 않으면 잔여 대변이 수영장 물에 섞여 들어갈 수밖에 없거든. 미국 애리조나대의 켈리 레이놀즈 교수에 따르면 성인 한 명이 평균적으로 약 0.14g의 대변을 물에 흘린다는구나. 뒤처리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흘리겠지. 실제로 2012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수영장의 58%에서 대장균이 발견됐다고 해. 대변 속 대장균과 비브리오균은 A형 간염, 장티푸스, 식중독처럼 전염성 높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단다.
 
“아빠, 정말 충격적이에요!”
 
특히 2주 이내에 설사병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더 꼼꼼히 씻어야 하고 가급적이면 수영장에 가지 않는 게 좋아요. 설사가 끝났더라도 병원균은 약 2주 동안 체내에 남아 있거든. 안타깝게도 염소는 설사를 일으키는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과 지아르디아(Giardia) 같은 원생동물을 퇴치하지 못한단다. 그래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지. 실제로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물놀이 질병 예방수칙을 내놓으면서 제일 먼저 ‘설사 증상이 있으면 수영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어.”
 
“나머지는 뭔데요?”
 
“‘수영장 물을 삼키지 말 것’, ‘수영하기 전에 반드시 비누로 샤워할 것’, ‘화장실에 다녀온 후나 기저귀 교체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을 것’ 등이 주요 내용이야. 들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수영을 하기 전에 철저하게 분비물을 없애고 들어오라는 당부지. 또 자외선 차단제, 샴푸, 린스 등은 물속에 있는 염소를 흡수해서 세균 제거를 방해하니 이것 역시 깨끗이 닦아내야 한단다.
 
“아빠 얘기 들으니까 수영장에 더 가기 싫어졌어요.”
 
“수영 전후로 깨끗이 씻고 수영장 물 먹지 말라는 게 그렇게도 어렵냐? 수영장 얘기만 나와도 좋아서 팔짝팔짝 뛰던 애가 대체 왜 안 간다는 게야? 핑계 대지 말고 어서 진실을 말해 봣!”
 
“아빠에게 상처주기는 정말 싫지만 그토록 진실을 원한다면 말씀드릴게요. 부끄러워서 못 간다고요오! 지금 친구들 몽땅 수영장에 있는데, 아빠의 그 만삭 배를 보면 절 얼마나 놀리겠어요. 심지어 배꼽 주변에 원을 그리며 자라나는 긴 털들은 어쩌고요.”
 
“니들이 어려서 아직 잘 모르나 본데. 남자의 몸매란 자고로 앞뒤로 굴곡 있는 S라인을 그려야 하며 수북하고 긴 털의 섹시함으로….”
 
“그만! 그만하세요. 자꾸 상상된단 말이에욧!”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김석 작가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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