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언론의 장점으로 쌍방향성과 속보성이 주로 많이 이야기된다. 그러나 사실 인터넷언론의 영향력은 주제의 집중성에서 발휘되는 예가 많다. 인터넷언론인 오마이뉴스만 해도 지난해부터 ‘친일인명사전’ 발간이라는 이슈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또다른 매체인 프레시안은 벌써 수 개월 동안 부동산 안정을 위한 기사를 줄기차게 내보내고 있다. 이러한 것은 모두 ‘선택과 집중’이라는 인터넷언론 본연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인터넷언론은 종이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영 인원이 적다. 반면 인터넷 스페이스는 무한하기 때문에, 모든 주제를 다 포괄하여 기사를 생산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잘 할 수 있는 것 한두 가지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이슈 메이킹을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프레시안 박태견 편집국장은 지난해 10월2일 데스크 칼럼으로 ‘파병 못해 환장한 나라’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상징하듯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민중의 소리 등 인터넷언론은 지난 1년 내내 이라크 파병이라는 이슈를 집중적으로 만들어냈다. ‘조중동’이 주도하는 종이신문의 파병찬성론을 인터넷언론이 연대해서 파병반대론으로 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추가 파병이 결정난 이후부터 인터넷언론들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사실상 전투병 파병을 관철시키기 위해 졸속으로 파병안을 국회에 제출했을 때도 그렇고, 국방부 브리핑을 통해 전투병임이 밝혀졌을 때도 그렇다. 지난해 3월과 4월의 1차파병 때, 혹은 추가 파병 결정 직전까지의 집중력을 전혀 발휘하지 않았다. 특히 총선이 다가오면서 파병 관련 이슈는 정쟁에 완전히 가려졌다. 관심이 떨어지니까 오보도 이어졌다.
인터넷 정치웹진 서프라이즈는 지난해 10월16일,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는 특종이라며 추가 파병이 비전투병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 이후에 국방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추가파병이 특전사 중심의 100% 전투병임이 드러났음에도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은 지난 1월29일 경비병력이 800명으로 줄었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말에 자신들의 추측까지 더한 보도를 내보냈다. 국방 외교라인의 자주파와 숭미파 간의 대결에서 자주파가 승리하여 파병안 성격이 비전투병으로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성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오마이뉴스는 파병에 관한 이슈를 ‘이라크파병 반대비상국민행동’ 등 시민단체의 활동을 소개하는 것 이외에는 규모에 비한다면 거의 다루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같은 곳에서 소홀히 했기 때문에 파병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직전 단계에서도 네티즌들은 과연 이번 파병부대의 성격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했다.
인터넷언론이 기존 매체를 비판할 때 흔히 ‘냄비언론’이란 표현을 쓴다.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때는 재탕, 삼탕 해가며 들끓다가 대중들의 관심이 떨어지면 순식간에 식는다. 그래서 특정 인물에 관한 이슈는 제기되어도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다루는 이슈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언론은 과연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이라크 파병이야말로 반전평화의 가치는 물론 기존의 친미종속 외교 문제까지 깊이 다루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작 파병안 통과가 다가올수록 보도를 하지 않거나 오보를 남발한다면 무엇으로 인터넷언론의 가치를 내세울 것인가? / 기획국장
* 본문은 <경향신문> 2월 10일자 '미디어비평'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