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열린우리당의 보수화와 민주당의 탈보수화

[칼럼] 이미지 얻은 우리당, 명분얻은 민주당, 누가 득일까?

이진우 | 기사입력 2004/02/10 [16:13]

우리당의 보수화와 민주당의 탈보수화

민주당이 박상천-조순형 대표체제를 거치면서 상당히 보수화되었다는 점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더욱이, 유용태 원내대표, 강운태 사무총장 등이 모두 보수지향적 정치인이니 이들의 정치적 코드가 열린우리당 보다는 한나라당과 더 맞을 것이라는 것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한나라-민주-자민련의 공조로 이어졌을 것으로 생각하며, 정치적으로 볼 때 이는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것이다.

이같은 민주당의 보수화 움직임 속에 민주당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은 갈수록 추락을 거듭했고, 급기야는 열린우리당의 30%와 비교할 때 너무도 초라한 8~9%때까지 하락하기에 이르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화갑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집행이라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민주당은 잇따른 장외집회를 개최하였으며, 특히 광주에서의 규탄대회를 통해 지역감정을 조장함으로써 도리어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같은 극단적인 위기가 도리어 민주당에게는 도약의 불씨가 되고 있다. 즉, 한화갑 파문을 계기로 정범구와 김홍일의 복당이 이루어졌고, 이에 발맞추어 당내 보수파 정치인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추미애, 김영환, 정범구 등의 개혁성향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민주당 의원 31명의 파병반대 서명과 파병반대 당론 채택은 이와같은 민주당의 탈보수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의장 체제 출범을 계기로 급격하게 보수화하고 있다. fta 찬성, 파병찬성은 물론, 급기야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통과시킨 '불법대선자금 청문회'를 육탄 저지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유시민, 김부겸, 함승희 등이 상대 의원에 대해 막말을 퍼부으면서 단상을 점거하는 장면, 그리고 정작 그런 일을 하기에 '딱'인 김충조, 박종우, 이정일 등은 파병반대 서명 의원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정말 코미디의 반전이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까?

정동영 의장이 과연 인식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번 대표연설은 열린우리당의 보수화 선언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실제로 정동영 의장의 연설을 들은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적어도 텍스트에 있어서는 별반 비판할 내용이 없었다는 평을 나는 여러 사람을 통해 들은 바 있다.

김성호 의원의 경선 탈락을 열린우리당 관계자들과 지지자들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현과 승복문화의 정착으로 평가하고 싶겠지만 일반 국민들이 볼 때에는 개혁성향의 김성호를 떨어뜨리고 보수성향의 전직 구청장을 지지자들이 선택했구나 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보다 높다. (실제로 노현승 후보가 보수적이냐 아니냐가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한화갑의 위기가 정범구의 등장으로 반전되었다

지난번 한화갑 파문을 돌이켜볼 때에 한화갑 전 대표가 민주당을 위해서 직접적으로 도움준 것은 그다지 없어보인다. 당의 단합이라는 것도 일시적인 분위기로 끝난 측면이 많고, 광주에서의 장외집회도 결과적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았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한화갑 전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지 않고 있음에 따라 현재 시점에서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분명 플러스 효과 보다는 마이너스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화갑 파문의 가장 큰 성과는 뭐니뭐니해도 정범구 의원의 복당이다. 개혁세력 통합을 위한 살신성인을 내걸고 민주당을 탈당했던 정범구 의원에게 열린우리당의 보수화와 민주당 압박은 사실상 통합을 깨는 행위로 비춰졌고, 때마침 민주당이 한화갑 파문으로 극심한 내홍을 앓음으로써 그에게 절호의 복귀 타이밍과 명분을 제공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정범구 의원의 복귀 이후로 추미애, 김영환 등 개혁성향 간판스타들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수화되는 당내 기류 속에서 그동안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분위기가 매우 거셌는데 정범구 의원의 복당과 민주당 지도부의 위기의식으로 인해 도리어 이들의 자기 목소리 찾기를 민주당을 위한 충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31명의 파병반대 서명 의원들 중 적지않은 수가 파병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사람들임을 감안할 때 현재의 민주당을 실질적으로 누가 이끌어나가고 있는지는 점점 명확해지기 시작한다. 개혁파 의원들의 전진 배치와 보수화된 지도부의 이들에 대한 측면 지원, 이것이 탈보수화된 민주당의 새로운 이미지로 최근 들어나고 있다.

정동영-신기남-유시민 vs 추미애-김영환-정범구

보수화된 열린우리당과 탈보수화된 민주당의 1라운드 대결은 일단 추미애-김영환-정범구 팀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정동영 의장과 신기남 의원이야 본래부터 보수성향이 강한 의원들로 비춰지고 있지만 유시민 의원의 경우 이들을 측면지원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개혁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날려버린 케이스에 해당된다. 파병에 대한 쌩까기, 청문회 저지를 위한 행동대장 자임 등 지난 2~3년간 쌓아온 개혁 이미지를 완전히 뭉개는 성과(?)를 올렸다. 이제 그에게는 오빠부대만이 홀로 남아 광적인 환호를 지르는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 반면에, 추미애, 김영환 등은 정범구의 복귀를 계기로 물만난 고기와 같은 날렵한 행보를 연일 보여주고 있다. 이번 파병반대 서명을 계기로 민주당의 간판은 조순형-유용태-김경재에서 추미애-김영환-정범구로 완전 교체되었다. 더욱이, 조만간 선대본부 체제가 발족하여 이들 3인이 전면에 배치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거세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사람들 중 적지않은 사람들은 방송에 비춰지는 모습, 화려한 언변, 정당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 등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 측면이 있으나 정작 투표하러 갈 때에는 보수냐 개혁이냐의 노선의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앞으로 열린우리당은 좋아진 이미지와 보수화된 당의 색깔을 놓고 깊은 고민을 한번쯤은 해보아야 될 것이다. 특히, 지역에 대한 충성도가 4당 중 가장 낮은 우리당 입장에서는 진정으로 정동영 체제가 가져온 득과 실을 명쾌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30% = 민주당의 8%

참으로 공교롭게도 한화갑 파문은 열린우리당이 금단의 벽으로 여겨졌던 30% 지지율을 돌파한 직후에 터져나왔다. 그리고, 필자가 이미 경고했듯이 강자로 비춰진 열린우리당의 민주당에 대한 무차별 공세는 '선'이 아닌 오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도리어 민주당 지지자들의 일시적 결집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화갑 파문이 민주당 지지율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보면 열린우리당은 30%에서 다소 후퇴하여 23~25%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고, 한나라당은 18~19%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으며, 민주당의 지지율은 단 한번의 조사에서 15%를 찍은 것을 제외하고는 8~1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만 놓고보면 여전히 열린우리당에게는 안심할만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한화갑 파문이 비록 민주당의 지지율 제고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분명 지지자들의 결속력 강화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똑같은 8%라도 그 성질이 찰흙에서 바위로 바뀌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8%는 눈보라가 치든 산불이 나건 목숨을 걸고 투표장에 갈 사람들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추미애-김영환-정범구 체제의 출범으로 민주당의 개혁성에 의문을 가졌던 기존 지지자들의 확신이 한차원 높게 공고해지는 효과를 얻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지 때문에 찍고자 했던 사람들과 개혁이라는 정치적 노선과 신념 때문에 찍고자 하는 사람들중 누가 투표장에 더 많이 나갈까? 그 대답은 너무도 자명하다.

이제 민주당의 8%는 매우 위력적인 숫자로 열린우리당에게 다가가게 될 것이다. 인구를 놓고 볼 때 수도권의 경우 지역구당 유권자수가 약 30만명인데 투표율을 50%로 잡으면 15만명이고, 15만명의 8%면 12,000명이다. 12,000명이면 당선에 영향을 미칠까? 안 미칠까? 참고로 이야기하면 이 정도 숫자면 지난 16대 총선에서 낙승을 거두었던 신기남, 천정배, 신계륜, 추미애 등을 모조리 낙선자 명단에 집어넣을 정도의 위력을 갖게 된다.

기왕에 낙선할 것이라면 30%나 8%나 똑같다. 바로 여기에 열린우리당의 심각한 고민이 있다. 열린우리당이 확실하게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를 반드시 해야 한다. 민주당의 지지율을 8%가 아닌 5% 이하로 깎아내리거나, 아니면 8%의 결집도를 낮추어야 한다. 과연 열린우리당의 묘수는 무엇일까? 보수로의 확실한 이미지 구축일까? 아니면 민주당과의 개혁경쟁일까? 사실 답은 이미 나와있다. 그동안 브레이크뉴스가 수차례 이슈화하고 지적했던 바로 개혁세력 대통합 말이다.

똑똑하기로 소문난 정동영-신기남-유시민의 행보를 지켜볼 생각이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 옥포 2004/02/12 [07:37] 수정 | 삭제
  • 그렇지요 이 8%는 무슨 일이 있어도 투표장에 갈 사람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 8%로는 단 한 사람도 당선될 수 없다는 점.
    정말 필요한 일은 이 8% 말고 대략 30-40%의 사람들을 더 지지자로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지요.

    절대적인 고정표 8% 무섭지요. 그런데 한편 안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민주당은 이놈의 8%믿고 그거 붙잡느라 다른 것을 당최 안하기 때문이지요.
  • 추미애팬님 2004/02/11 [12:21] 수정 | 삭제
  • 이 8%는 눈보라가 치든 산불이 나건 목숨을 걸고 투표장에 갈 사람들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이 얻은 지지율 8%에 대한 확고한 지지 표현,
    딱 좋은 표현이군요. 죽더라도 투표장 가는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 이진우도우미 2004/02/10 [20:19] 수정 | 삭제
  • 불법대선자금 청문회인지 불법 대선자금청문회인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도 아는 억지 정치쇼가 벌어졌던 오늘.
    김경재와 함승희의 뻔뻔한 지*대로 법치주의에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
    이진우님 글을 보니 이해하기 어렵군요.
    개혁세력 대통합이란 허울좋은 구실로 결론을 맺는데 여태까지 쭉 읽어보면 대체 누가 개혁세력입니까?
    이진우님 글을 보면 개혁세력이 안보이던데요.
    설마 끊임없이 편한대로 발췌하여 보기로 감싸고 있는 그들?이 개혁세력입니까?
    중립을 가장하고 평화와 통합의 변죽을 올리지 마십시오. 그냥 대놓고 러브콜을 하세요. 서프의 일부 아해덜 오바질도 짜증나지만 브렠 일부? 아해덜 후안무치는 더 짜증난다는 것을 알때도 되지 않았나요?
    어차피 대면하고 말하면 좋은게 좋은거라지만 온에서 글쓸때까지 그래서야 되겠어요?


  • 허참 2004/02/10 [17:46] 수정 | 삭제
  • 한민공조의 대선자금 청문회하고 보수와 진보하고 무슨 관계지?
    전직 구청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상관없이 보수화 됐다는 건 무슨 말이지?
    그리고 마치 이글은 보수는 나쁜 것, 진보는 좋은 것이라는 느낌이 나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건지?
    도무지 글 쓴 기자의 자질이 의심스럽운 기사네
  • 체리필터 2004/02/10 [17:32] 수정 | 삭제
  • 양 정당의 요구를 가만히 들어 보면 개혁 통합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양쪽의 희생이 필요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민주당에서는 박상천,정균환의 퇴진이요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동영,신기남,유시민의 퇴진이다.

    개혁 분열의 후유증은 결국 노무현의 업보로 계속 남겠지만,총선후 노정권이 살아 남으려면 반드시 개혁세력의 통합이 필요한 것이다. 개혁분열의 뻔한 결과는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고... 결국 통합을 위해서는 개혁분열의 빌미를 제공한 민주당의 구세력과, 개혁분열을 야기한 그리고 한나라당에 1당을 허용한 우리당의 주동세력의 퇴진이라는 희생양이 필요한 것이다.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