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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법보조금 성지' 신도림 테크노마트 가보니…‘갤S8 30만원·G6 25만원’
 
최수진 기자   기사입력  2017/06/15 [14:55]
▲ 신도림 테크노마트     © 브레이크뉴스
▲ 신도림 테크노마트     © 브레이크뉴스


브레이크뉴스 최수진 기자
= “그래서,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기자가 지난 14일,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매장에 방문해 머물러 있던 3시간 동안 구매 상담을 나누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은 휴대폰 집단 상가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의 사각지대에서 법망을 피해 불법 보조금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었다. 불법 행위를 통해 몸집을 키운 테크노마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대한 음지 시장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매장들은 ‘가격 언급 절대 금지’라는 문구를 프린트해 방문객들에게 잘 보이는 위치에 붙여 놓았다. 스마트폰 구매하러 방문했는데 가격은 절대 말하면 안된다는, 기이한 방법이었지만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이 불문율을 잘 지키고 있었다.

 

판매자는 자연스럽게 계산기를 내밀었고, 구매자 역시 말 없이 원하는 가격을 계산기에 두드리며 판매자의 반응을 살폈다. 이런 구매 방식은 이곳에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도착한 기자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9층으로 올라가자 수십개의 휴대폰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평일 오후에도 불구하고 약 60명의 방문자들이 각 매장에 앉아 상담을 받고 있었다. 대부분이 2~3명씩 짝을 지어 왔고, 간혹 혼자 온 방문자도 눈에 띄었다.

 

매장들을 둘러보던 중 “뭐 보러 오셨어요”라고 한 판매 직원이 물어오자, “갤럭시S8 보려는데…”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자 곧바로 “통신사는 어디로?”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이 곳의 판매자들이 묻는 것은 간단했다. 원하는 기기, 원하는 통신사, 번호이동·기기변경 여부, 공시지원금 혹은 20% 요금할인 선택, 납부 방식 등 스마트폰 구매에 꼭 필요한 5가지만 물었다.

 

기자가 질문에 맞춰 “갤럭시S8, SKT, 번호이동, 공시지원금, 완납” 등의 대답을 하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더니 계산기에 ‘38’을 누르고 “저희는 이 가격에 해드릴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출시한 지 두 달도 안 된 폰인데 어떻게 이 가격에 가능한 것이냐, 일반 대리점이랑 왜 이렇게 차이가 나냐 등을 묻자 판매자는 “그러려고 신도림 오신 거 아니예요?”라고 반문했다.

 

현재 통신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갤럭시S8을 구매한다면 약 70만원의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선 2배 가량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기자가 신도림 매장 열 군데 이상을 돌아본 결과, 매장마다 3~7만원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이 비슷한 가격을 불렀다. 갤럭시S8은 35만원~45만원, G6는 25만원~30만원 사이의 금액이 계산기에 적혔다.

 

한 매장에서는 G6를 구매하고 싶다고 하자 “오늘은 별로예요. 정 사고 싶으면 주말에 다시 와야 될 것 같은데…”라며 “지난주에는 10만원에도 팔았는데 가격이 갑자기 뛰어서 그 정도까지는 못 해준다. 지난주에 왜 안 왔냐”고 말했다.

  

시중가와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는 이곳의 판매대리점들은 스마트폰 판매시 통신사로부터 지급받는 판매장려금 대부분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대리점들과 싸게 사려는 소비자의 니즈(needs)가 맞아떨어지면서 스마트폰 성지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여기선 판매자가 소위 갑(甲)으로 통한다. 자신들이 받아야할 판매장려금을 돌려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가격도 천차만별에다 고객에 따라 판매가격이 달라졌다. 사람도 봐가면서 장사했다.

 

실제, 매장에서 갤럭시S7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도중 20대 아들과 50대 엄마로 보이는 방문자들이 갤럭시S7 구매를 원한다며 판매자에게 다가왔다.

 

50대 여자 고객이 “아이가 쓸 갤럭시S7을 사려고 한다. 묶어놓은 게 있어서 통신사는 안 바꾸고 싶다. SK텔레콤 쓴다”고 말하자 판매자가 “지금 SK텔레콤 기기변경은 안 좋다”며 계산기에 ‘44’를 적어 보여주자 고객은 구매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 뒤 곧바로 20대로 보이는 남자 고객이 똑같은 조건으로 갤럭시S7 구입 원한다며 상담을 받았다. 이들 둘 사이에 몇차례 말이 오고 가며 가격 줄다리기 끝에 판매원이 계산기에 찍어준 가격은 30만원대였다.

 

그러나 이 고객은 구매하지 않고 돌아갔고 판매자 역시 고객을 다시 붙들지 않았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구매 고객이 매장 앞에 서서 상담을 나눴다. 정부에선 상시적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했지만 이곳에선 자연스럽게 불법이 자행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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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6/15 [14:55]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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