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혼을 위하여(70)-지중해 문자의 바람, 조선 문턱은 못 넘었다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04/20 [09:17]

인류가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면서 시간과 장소와 거리의 장벽을 넘는 정확한 의사전달과 통일된 소통을 추구하였던 노력은 문자의 역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연적인 동굴이나 바위에 기록을 남긴 동굴벽화나 암각화와 같은 그림으로 시작된 문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설형문자와 고대 이집트 문명의 상형문자에서 가장 오랫동안 역사를 걸어왔습니다.그림문자는 인류 최초의 문명을 밝힌 수메르인이 소리로 소통하는 말의 표현과 기록에 적합한 문자를 발명하면서 시대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까지 인류의 조상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는 석판이나 진흙으로 점토판을 만들어 돌을 파헤치며 그려내고 점토를 눌러 써내려간 흔적에서 쉽게 살펴진다 할 것입니다. 점토판과 같은 재료의 특성에 적합한 설형문자(쐐기문자)는 문자의 사용에서 소통의 혼란을 줄이기 위하여 간결한 선으로 이루어진 선형문자(線形文字)로 발전하였습니다. 
   

▲ (좌) 페니키아 문자 (중) 그리스 알파벳  (우) 로마자 출처: http://zephoenicians.weebly.com/ https://www.duolingo.com/ http://www.th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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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메르 문자의 사용과 함께 존재한 또 하나의 역사적인 문자가 있었습니다. 이란고원 남서부 지역의 엘람 왕국이 사용하였던 엘람 문자입니다. BC 3000년경부터 시작된 엘람 왕국은 BC 539년 페르시아 전신인 아케메네스 제국에 의하여 멸망한 나라로 훗날 페르시아 제국의 전신이 되었던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세계사 교육에서 그 비중이 작아 소외된 역사이지만 필자가 써가는 세계사의 주요한 부분과 자주 만나게 되는 역사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엘람 문자는 지금은 사라진 언어로 현존하는 유물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대의 수메르 점토판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아직도 해독되지 못하는 문자입니다. 엘람 문자의 특성은 당시 셈어족의 언어에서 발전된 언어와 달리 독립된 언어로 초기의 그림문자에서 설형문자와 선형문자로까지 발전되어 있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 (左) 시리아 문자 (中) 소바드 문자 (右) 만주 문자출처: https://en.wikipedia.org     © 브레이크뉴스

 

이와 같은 역사의 흐름에서 BC 3000년경 파피루스가 발명되어 문자의 기록이 간편해지면서 수메르 문자에 바탕을 둔 다양한 문자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음이 없는 문자들은 나라마다 다르게 표현되어 쉽게 공유할 수 없는 문제에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지중해의 상권을 장악한 페니키아인에 의하여 훗날 세계의 언어 알파벳 문자의 원형이 되었던 페니키아문자가 탄생한 것입니다. 문자는 일차적으로 한글에서 하늘과 같은 글자처럼 소리와 뜻이 같은 표음문자와 한자에 天(천)은 뜻은 하늘이지만 소리는 "티엔(tian)"으로 발음되는 표의문자로 구분합니다. 아울러 이렇게 한자의 天(천)과 같이 하나의 문자가 하나의 단어가 되는 문자가 단어문자입니다. 인류문명의 초기에 쓰인 그림문자이거나 설형문자와 이집트 상형문자 그리고 수메르 문자와 중국의 한자 같은 문자들은 모두 소리와 뜻이 다른 단어문자이며 표의 문자입니다. 이는 당시 사용하는 말의 숫자만큼 문자가 있어야 하기에 그 많은 문자를 배우고 쓸 수 있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 (左) 아람(Aram)왕국 지도 / 아람 문자(右)출처: http://www.freeenglishsite.com / https://nl.pinterest.com     © 브레이크뉴스

 

이러한 점에서 모든 말이 같지 않은 여러 나라의 상인들과 소통되어야 하고 근거를 기록해야 하는 문제를 페니키아인들은 항상 절감하였습니다. 이에 셈어족계의 원시 시나이 문자와 가나안 문자와 같은 자음으로 이루어진 문자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알파벳 체제와 같은 22개의 자음 기호로 구성된 인류 최초의 표음문자인 알파벳 문자의 지평을 페니키아 문자가 열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에게 해의 크레타 섬의 문자이거나 아나톨리아의 히타이트 문자와 같은 다양한 문자 권의 상인들과 접촉하면서 각 언어의 장단점을 파악한 점이 가장 효율적인 언어를 만든 중요한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페니키아 문자를 바탕으로 그들은 BC 1050년부터 BC 850년까지 지중해 연안의 도시들을 식민도시로 장악하며 거대한 제국의 상권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실질적인 알파벳 체계가 구축된 페니키아 문자를 바탕으로 고대 그리스가 모음 문자로 체계화하여 그리스 알파벳을 만든 것입니다. 이후 로마 제국에 전해져 라틴어가 이루어졌으며 오늘날 세계인의 언어가 된 로마 알파벳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또한, 당시 해상의 페니키아와 함께 육상무역의 중심을 이루었던 오늘날 시리아 지역의 도시국가 아람 왕국이 페니키아 문자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아람문자를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아람문자는 아람도시와 활발한 교역을 가졌던 서아시아 지역에서 사용되었던 문자로 페르시아까지 영향을 주었습니다, 나아가 인도대륙을 휘도는 바람이 되어 동남아시아의 여러 문자의 바탕이 되었던 것입니다.

 

▲ 고마가쿠(고려악-高麗樂) 中 신소우도쿠(しんそうとく-進走禿) 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     © 브레이크뉴스

 

엄격하게 헤아려 보면 아람문자를 바탕으로 탄생한 시리아문자가 이란 고원을 달려 서기 300년경 우리가 스키타이로 부르는 이란계의 소그드(Sogd)인이 사용한 소그드 문자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소그드(Sogd)인은 우리나라 신라의 문장가 최치원이 신라 시대 탈춤 '오기(五伎)'의 내용을 소재로 지은 한시 집 향악잡영(鄕樂雜詠)의 다섯 시 중 하나인 속독(束毒)이 바로 소그드(Sogd)인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속독(束毒)은 페르시아와 접촉이 많았던 중국 당나라에 전해진 무용으로 우리나라 고구려 시대에 유행하였던 가면 춤입니다. 또한, 이 무용은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고마가쿠(고려악-高麗樂)라는 고구려음악으로 수출되어 일본 전통음악의 양대 산맥인 도가쿠(唐樂-Tōgaku)와 가가쿠(雅樂-Gagaku)중 가가쿠에 신소우도쿠(しんそうとく-進走禿)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그드 문자를 서기 950년경 초원의 제왕 칭기즈칸이 끌고 가서 위구르와 몽고문자가 탄생하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중국에 여진족 누르하치가 1599년 몽고 문자를 바탕으로 만주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1616년 청나라를 건설한 사실은 중국마저 지중해의 문자 바람에 휩쓸려 버린 세계를 강타한 지중해의 문자 바람이 세종대왕에 의하여 한글 창제가 이루어진 대륙의 끝 조선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사실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 한글 서예 작가 문관효 作 훈민정음 언해본 서예작품.7mx30m 한지에 먹     © 이일영 칼럼니스트

 

다음 칼럼은 (71) 170문자의 해독 박기용 박사 *필자: 이일영, 시인.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artww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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