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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뉴스 김민주 기자= 정부는 지난해 대학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했지만 서울 주요 대학 상당수는 여전히 카드 납부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고등교육법 제11조(등록금 및 등록금심의위원회) 1항을 ‘학교의 설립자·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이하 "등록금"이라 한다)을 현금 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에 따른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에 의한 결제로 납부 받을 수 있다’고 결제방법을 구체화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고등교육법 개정된 이후 첫 학기인 올해 1학기 등록금은 카드 결제가 가능해졌을까.
브레이크뉴스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대학원 및 전문대학 제외) 총 43곳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24개의 대학교에서 등록금 카드 결제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었다.
등록금 카드 결제가 가능했던 나머지 19개 대학교들도 시중 8개 카드사(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삼성·현대·롯데·NH카드)와 등록금 납부 제휴를 맺은 곳도 없었다.
대학별 거래 가능 카드수를 살펴보면, 서울과학기술대·서울교육대·서울시립대가 4개의 카드사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대·서울한영대·한국체대가 3개, 방송통신대·한국성서대·감리교신대 2개 순이었다.
건국대·동국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 등 나머지 10곳은 단 1개의 카드사 카드로만 등록금 납부가 가능했다.
관련 법령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자율에 따라 카드 결제가 중구난방 이뤄지는 것은 법의 미흡함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제 11조 1항 개정을 통해 등록금 카드 결제를 명시했지만,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 조항이 아니다.
또한 대학 입장에선 카드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법의 허점을 악용, 카드 납부를 사실상 거절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학정보 공시 제도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서울 소재 대학교(대학원 및 전문대학 제외) 중 카드 결제가 가능한 대학 19곳의 대학별 학교 부담 카드 수수료율은 평균 1.75%였다. 동국대·서울여대·추계예술대가 2%로 가장 높았으며 한국성서대가 1.3%로 가장 낮았다.
지난해 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연 736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해 평균 수수료율을 계산하면 학생 1명당 연 12만8800원의 카드 수수료를 학교가 부담해야 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목돈을 굳이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받을 이유를 못 느끼는 것 같다”면서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대학기부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가맹점 체결을 맺으려 했지만, 대학들이 그 마저도 거부했다”고 귀띔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을 신설한 점도 수수료 부담의 원인이 된다. 당국은 카드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을 체결하거나, 제공되는 재화나 용역이 공공성을 갖는 경우 수수료 비용을 인하하도록 했지만 대학 등록금은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법 개정이나 리펀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수료 부담을 덜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수수료조차 지급할 의향이 없는 대학교가 가장 큰 문제다”라며 “개정된 고등교육법 역시 강제성이 없다 보니 유명무실해졌고,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않아 실효성이 전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교육당국 간의 이해관계 속에서 애꿎은 금융소비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속만 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