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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 나돈 '조웅 목사 동영상' 사건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이다. 이 동영상에 담긴 내용은 희대의 유언비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에 북한을 방문, 김정일 북한 최고통치자와 회견을 가진 바 있다. 소위 '조웅 동영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일과 합방했다” “박근혜 의원이 북한 방문 시 수백억을 바쳤다”는 내용 들어 있고, 필자(문일석 주간대 대표이사)가 “그런 말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일간신문 후배 기자의 전화로 동영상이 유통되는 당일 저녁에 그런 동영상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황당한 내용이었다. 당시, 필자는 그날 심야 시간에 이 내용이 완전 빨간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본지의 칼럼을 통해 알렸다. 다음날 아침, 이 사건을 당당했던 검사의 전화를 받았다.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만약 전날 밤에 칼럼을 써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공범쯤으로 치부됐을 수도 있다. 그 후 검찰에 불려가 조사도 받았고, 재판과정에서도 불려 다녔다. 조웅 동영상은 완전 유언비어였다. 이 동영상은 지금도 유통이 근절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필자는 40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지금도 기자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일과 합방(섹스를 했다는 의미를 포함한 용어)했다는 어마어마한 내용을 필자가 취득했다면 특종 중의 특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완전조작이었다. 그러기에 유언비어 였다. 이런 가십은 당시 대단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조웅 목사는 이 사건으로 유죄를 받아 수감됐다가 풀려났다. 유언비어를 사실처럼 전달한, 한 사람의 범죄행위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과 필자는 지금도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조웅 동영상에는 박 대통령 젊은 시절 때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성 내용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 이후 지금까지 최태민 목사, 그리고 최태민의 딸 최순실-정윤회 부부, 손녀 딸 정유라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쉬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내용의 진위를 떠나, 최태민-최순실-정윤회-정유라, 소위 최순실씨 가문과 연관된 스토리는 대부분 가십성 기사들이다. 개인의 사생활에 치중된 소문-험담 따위의 이야기들이 전부다. 이런 기사들은 언제 보도되어도 흥미를 유발한다. 이런 이야기가 자주 보도됨으로써 대통령이 희화화 된다.
이런 가십성 기사들이 범람하면서 대통령이 가십의 주인공으로 전락됐다. 공중파 방송-종합채널-일간신문들이 앞을 다퉈 보도하고 있다. 어찌 보면, 모든 언론들이 주간신문이 다룰 수 있는 황색 저널리즘으로 둔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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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특히 야권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나라를 황색화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본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부대변인은 22일자 “민간기업 인사도 좌지우지 하는 무소불위 순실씨” 제하의 논평에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최순실 씨의 부탁을 받고 대한항공의 인사에까지 관여했다고 한다. ‘민간인’인 최순실 씨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이용할 때마다 본인에게 이례적으로 친절한 대접을 하고 편의를 제공한 직원을 가리켜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말했고, 이에 청와대는 대한항공에 수차례에 걸쳐 특별 배려를 해 달라, 윗분의 뜻이라고 까지 하며 인사 청탁으로 응수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대통령 비선측근 최순실 씨의 권력 농단의 창조적인 폭과 깊이, 그리고 그 다양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청와대가 민간기업의 인사에 개입한 것이 그리 놀랍지는 않지만, 자신을 공항에서 잘 대접해 주었다는 이유가 인사 청탁의 배경이라는 점은 참으로 어이없고 난감하기까지 하다”고, 비난을 토해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1일 열린 제38차 비상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어제 박근혜대통령께서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해 누구라도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다”라고 옳은 말씀을 하시면서, 동시에 “미르,K-스포츠 재단은 좋은 방향으로 일을 했다”고도 말씀하셨다. 이것은 대통령께서 유체이탈 화법을 이용해서 재단을 합리화 시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미르,K-스포츠 재단은 시작부터 불법이다. 처음부터 불법적으로 재벌로부터 800여억 원을 갈취해서 사용했다. 불법으로 갈취한 돈을 좋은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합리화 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한국은행을 털어서 좋은 곳에 써도 좋다는 이야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께서는 ‘미르,K-스포츠 재단은 물론 최순실 모녀에 대한 불법적인 일들을 철저히 조사해 밝히겠다. 그리고 우병우 민정수석은 반드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시켜서 답변을 하도록 하겠다’이렇게 말씀을 하셔야 옳은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씀은 또 다시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주류 일간신문들도 “좌순실 우병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버젓이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0월24일자 “새누리 내부 '좌순실 우병우…온 나라가 그들 때문에 소란'"제하의 기사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 대표의 최순실 관련 발언을 기사화 했다. 다음은 이 신문의 기사 내용이다.
”정진석 원내 대표는 23일 본지 통화에서 '여당 의원들도 (이번 사건을) 영문도 모르는 채 당하는 상황'이라며 '성역 없이 가야하며, 검찰에서 제대로 소환 조사해서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정 원내 대표는 '대통령과 관련한 이런 흉흉한 풍문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리는 게 민정수석인데, 전혀 제 기능이나 직무를 수행 안 하고 있다'며 '수개월째 계속되는 이런 것을 (우병우) 민정수석이 방관한 건 직무유기이며, (운영위 불참석으로) 고발돼도 마땅하다'고 했다....비박계인 김영우 의원도 '최순실과 우병우 민정수석은 온 나라가 그들 때문에 시끄러운데도 꿈쩍도 않고 있다. 좌순실 우병우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며 '(대통령이 언급한) 엄중한 처벌은 그냥 받는 게 아니라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가능한 것이다. 지금 이 상태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언론들이 황색저널로 경도된 현실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온라인 상에서 난무해온 악성 댓글과 괴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나라는 GDP 규모 세계 11위이지만 법질서 순위는 OECD 34개국 중 하위권인 27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고 "법 위에 군림하는 떼법 문화와 도로 위 난폭운전, 불법파업과 불법시위, 온라인상 난무하는 악성 댓글과 괴담 등 일상 속에서 법질서 경시 풍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질서가 무너지면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큰 피해를 당하고, 불법과 무질서가 용인되는 사회에는 발전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면서 "경찰은 사회 전반에 법질서 존중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공명정대하고 엄격한 법 집행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최순실과 그녀의 딸 정유라와 관련된 사생활에 대한 언론 기사문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로인해, 130년 역사의 이화여대 총장이 물러나야 했다. 언론들은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행적을 찾아 독일을 뒤지고 있다. 두 모녀의 최고 권력자 호가호위 내용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기사가 나가면 다른 정석-팩트 기사에 비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한국언론은 정도의 길로 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헌, 저상장-북핵-한중 간의 갈등, 조선업의 하강 등 산적한 정치-사회 현안 이슈들이 많다. 정치권과 언론은 그런 묵직한 국가 이슈에 전념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온 나라 사람들이 황색저널 가십성 기사에 눈을 쏠리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우리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여성이니 여러가지 가십으로 엮일만 하다. 필자는 지금도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연관된, 사실이 아닌 '조웅 동영상'이 유포한 유언비어로 지금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다. 언론은 기록성이 강하다.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기록이 남을 것이다. 언론에 한번 할퀴면 영원히 지울 수 없다. 그러하니 유언비어를 보도한 언론으로 인해 피해당하는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봐야 한다. 가십성 기사는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은, 여전히 가십으로 남는다. 고름이 살이 되진 않는다. 대한민국은 지금 왜 가십공화국인가? 황색 저널리즘으로 전락한 한국 언론, 지금 어디로 가는가? 가십에 중독된 한국언론의 미래가 참으로 암담하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