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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응답하라 1988’ 라미란,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나의 목표”

이경미 기자 | 기사입력 2016/02/11 [16:31]
▲ 배우 라미란     ©사진=김선아 기자

 

 

브레이크뉴스 이경미 기자= 배우 라미란은 지난달 16일,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쌍문동 치타 여사로 변신, 팔색조 매력을 발산했다.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시리즈 3번째 작품으로,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라미란을 비롯해 성동일, 이일화, 김성균, 김선영, 최무성, 유재명, 류혜영, 혜리, 류준열, 고경표, 박보검, 안재홍, 이동휘, 최성원, 이민지, 이세영, 김설 등은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총 20부작을 함께 호흡했다.

 

라미란은 극중 김성균(김성균 분)과 연상연하 부부 케미, 김정봉(안재홍 분), 김정환(류준열 분) 두 아들과 모자(母子)로 호흡하며 감동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쌍문동 태티서로 불리는 아줌마 3인방의 맏언니로 활약했다.

 

또한 그녀는 쌍문동 치타 여사로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가 하면, 망가져야 하는 장면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제대로 코믹한 모습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극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라미란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더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응답하라 1988’ 종영을 맞이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다음은 라미란과의 일문일답.

 

▲ 배우 라미란     ©사진=김선아 기자

 

 

‘응답하라 1988’ 속 라미란 캐릭터와의 첫 만남 소감.

 

감독님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감독님이 다른 분들은 다 사투리 쓰는데 나만 표준어를 쓴다고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사투리의 맛이 살아있는 작품이어서 혼자 ‘망했구나’ 생각했다. ‘어색하면 어떡하지’ 싶었는데, 다행히 아이들(안재홍, 류준열)도 사투리를 안 써서 얹혀 갈 수 있었다. (웃음)

 

쌍문동 태티서, 이일화, 김선영과의 호흡은 어땠나.

 

전작을 보면서 일화 언니가 외로울 것 같았다. 이번에는 우리 셋이 알콩달콩 좋았는데, 그전에 동일 선배랑 둘이 해야 해서 언니가 외로웠겠더라. 이번에는 저희가 있어서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셋이 처음 만난 날 같이 이대로 헤어질 수 없다 해서 차를 마시면서 한동안 수다를 떨었다. 감독님이 셋이 케미가 살아야 한다면서 ‘평상씬’을 강조했다. 아줌마 셋이 수다 떠는 모습 많이 나올 거라면서, 지금부터 떨어야 하지 않겠냐 해서 우리끼리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가족으로 호흡한 배우들과 얼마나 돈독해졌는지.

 

가족끼리는 일단 밥을 같이 많이 먹었다. 기억에 남는 게 첫 촬영 때 성균 씨가 유행어를 하는데 아무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지 않나. 나는 시크하고, 정환이도 시크하고, 정봉이는 다른 데 빠져있고 그래서 혼자 애쓰는 게 너무 안쓰럽더라.

 

그런데 어느 순간 본인도 그걸 즐겼다. 거실에서 “하지 마. 하지 마” 할 때는 정말 있는 힘을 다해서 물건을 막 던졌다. 계속 들으면 진심으로 짜증난다. 재미없는데, 계속하면 라여사가 이런 마음으로 짜증을 내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은 굴하지 않고 하더라. 그래도 팔로 심장 뛰는 걸 표현할 때는 아줌마 셋이 웃음이 터져서 죽는 줄 알았다.

 

치타 여사 캐릭터 설정, 누구의 아이디어였는가.

 

설정이었다. 대본에 적혀 있었다. 옷은 의상팀이 했는데, 조금 애를 먹었던 게 호피무늬가 많이 없어서 재래시장 많이 돌아다녔다고 하더라. 겨울이 됐는데도 아이스 천으로 된 호피무늬를 계속 입고 있던 기억이 있다.

 

전작에 비해 망가지는 장면이 많았다.

 

회차를 거듭하면서 하얗게 붙태워야 했다. 전국노래자랑 씬도 입으로 반주를 하면서 열심히 노래를 불러야 했다. 지문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덜컹한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지문이 가지는 힘이 큰 작품이다.

 

영어를 못 읽어서 “아들, 미안”이라고 하는 장면에서도, ‘무안한 듯 멋쩍은 웃음’이런 게 써 있었다. 그 부분에서 한참 고민을 해야 했다. 나 자신도 몰랐던 모습도 많이 발견하게 됐고, 재미있는 장면인 줄 알았는데 울컥하는 장면도 있었다. 슬픈 것 같은데, 웃거나 이런 장면 많아서 신선했다. ‘응답하라 1988’은 대본이 가지는 신선함이 있었다.

 

극중 라미란 여사와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

 

나의 모습과 많은 부분이 닮았다. 작가님이나 감독님들도 내 모습을 많이 참조한 것 같다. 평소에도 누가 웃긴 행동을 해도 많이 안 웃는 편이다. 더 웃기라고 하고 한다. 그런데 남에게 퍼주는 건 많이 없다. 실제로 퍼주진 못하는데, 항상 마음은 퍼주고 싶다. 비슷한 부분도 있고 전혀 다른 부분도 있다.

 

라미란의 1988년도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중학교 1학년 때인데, 내가 다니던 학교가 산 중턱에 있었다. 등교하려면 산 올라가야 하고 눈이 많이 오면 쌓여서 학교를 못 갔었다. 당시에 짧은 숏컷을 했었다. 귀가 보이는 컷트였는데, 입학식날 동상이 걸린 적도 있다. 그때는 남자처럼 하고 다녔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터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완전 여자 된 거다. 고등학생 때까지 남학생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그렇게 하고 다녔다. (웃음)

 

아들 김정환이 성덕선의 남편이 아니었는데 속상하진 않았나.

 

마지막에 자꾸 사천에 내려가더라. 운전 조심하라고 말하는데 괜히 짠하고 눈물이 나더라. “아들 운전 조심하고 해”라고 하는 장면에서 “정환이가 사천 내려가다가 교통사고로 죽는 거 아니냐, 복선 아니냐”는 댓글도 본 것 같다. 혼자 속앓이하고 짝사랑하고 끝난 거니까 안타까웠다.

 

고백씬도 봤는데, 그게 진짜 고백이었으면 어땠을까 했다. 사실 택이는 바둑밖에 모르고, 수면제도 매일 먹지 않았나. 사실 남편감으로 좋은 것 같지 않다. (웃음) 정환이 같은 스타일이 결혼해서 살면 더 재미있고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 아들이니까, 내 아픈 손가락이니까 좀 서운했다.

 

류준열, 아들 역할로 마음에 들었는지.

 

감독님이 처음 가족 미팅을 할 때 “아들 역할 두 명이 있는데 기대하지 말아라. 진짜 못생겼다”고 했다. “잘생긴 배우랑 하는 거 아니면 안 하겠다”고 했는데 기대하지 말고 보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나랑 닮았더라. 그래서 재미있었다. 못생긴 건 못생긴 건데 나를 닮아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친구들이 더 매력 있다. 보면 볼수록 괜찮은 모습들이 보이고, 못생긴 남편한테 빠지면 답도 없다고 하지 않나. 많은 분들이 헤어나오기 힘들 거다.

 

류준열에게 따로 해 준 조언이 있을까.

 

나는 끝무렵에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 고백씬이 끝난 이후에도 반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준열이는 접은 것 같더라. “저는 여기가 끝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제 이 거품 금방 빠지니까 너무 거기에 빠져 있지 말고 빨리 나와”라고 했다. 배우들이 다 그 캐릭터에 빠져 있던 것 같다. 실제로 서운해하고 마음 아파하고, 혜리도 고백씬에서 엄청 울었다고 하더라.

 

다들 좀 그 역할에 많이 빠져있는데, 저 같은 경우 많이 해 봤고 선배니까 얼른 빠져나오라고 조언을 해 줬다. “다음 작품을 생각해야 할 때다. 이것 때문에 작품을 가리지 말고, 여러가지 작품 많이 해라. 괜히 고르지 말고 다 해 봐라”고 얘기해 줬다.

 

‘응답하라 1988’ 속 캐릭터 중 아들이나 딸로 삼고 싶은 인물이 있는지.

 

덕선이를 딸로 삼고 싶다. 딸이 없어서 그런지, 착하고 싹싹하고 밝고 잘 웃고 이런 면들 때문에 덕선이 같은 딸이 있으면 좋겠더라. 딸 있는 분들이 부러웠다.

 

아들은 아무래도 정봉이다. 소라빵을 만들 수 있는 인물이고, 복권도 잘 당첨됐다. 아마 정봉이가 모았던 모든 게 다 돈이 돼 돌아오지 않을까. (웃음) 성격적으로도 정환이는 무뚝뚝해서 서운할 것 같고, 선우 같은 아들은 재미없을 것 같다. 택이는 뒷바라지가 힘들다. 정봉이 정도가 가장 좋을 것 같다.

 

‘응답하라 1988’이 세 가족 이야기였는데.

 

요 근래에 보기 드문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이 뒤로 빠져서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계속 전면에 나와 있고,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족마다 에피소드도 다뤘다. 배우로서도 이런 작품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엄마, 이모는 주변인으로서만 소모가 되는데, ‘응답하라 1988’은 다른 가족들 이야기도 하고, 엄마, 아빠에 관한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보시는 분들이 한 회에 몇 번씩 운다고 할 정도였다. 다른 드라마를 찾아봐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전원일기’ 같다는 말도 있었는데, 이제 그런 드라마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시청자분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 보고 우리도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알콩달콩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좋아해 주시고 연세 드신 분들도 좋아했다. ‘응답하라 1988’처럼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 주시면 좋지 않을까.

 

‘응답하라’ 다음 시리즈에 출연할 의사가 있는지.

 

아마 안 불러주실 것 같다. 감독님이 워낙 새로운 얼굴 좋아하시고 이번에 성균씨가 전작에 이어서 또 나왔는데, 캐릭터가 완전히 다르지 않나. 감독님이 불러주시면 감사하다. 다음에는 다른 역할로 해서 내 남편 찾기를 하면 어떨까. (웃음)

 

남편 후보를 얘기하면 댓글에 ‘철컹철컹’이 달릴 것 같다. 전에는 누구와 작품을 같이 하고 싶냐고 해서 이분, 저분 얘기했다가 최근에는 유해진 선배님이라고 얘기했었다. 그때 잘 나가는 분들이라면 나는 다 좋다. 손해 볼 게 없다.

 

▲ 배우 라미란     ©사진=김선아 기자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정말 부담이 많이 되더라.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다음 작품에서는 재미있거나 뛰거나 하는 역할이 아니다. 실망하실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완급 조절한다고 생각하고 계속 할 생각이다. 더 보일 수 있게 노력하는 것보다 그 작품에서 필요한 정도만 하면 된다. 라미란이라는 배우로서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작품에서 필요한 만큼만 보이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는 무엇인가.

 

멜로를 하고 싶다. 앞으로 하려면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내가 멜로를 하기에는 힘든가 보다. 다른 건 다 해 봤는데 멜로만 못해 봤으니까, 못해본 장르에 도전해 봐야 하지 않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싶다.

 

멜로를 통해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싶은 건지.

 

내가 선남선녀가 하는 그런 멜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멜로였으면 좋겠다. 아줌마로서 평범한 모습의 사람들이 하고 싶은 멜로를 하고 싶은 거다. 젊은 남자 배우랑 하고 싶다고 말해 왔던 건 균형 때문이었다. 내가 평범한 사람인데, 평범한 사람이 붙으면 아줌마랑 아저씨가 붙은 것 같아서 재미가 없을까 봐 그랬다. 아예 반전의 맛을 주고자 젊은 배우들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는 평범한 사람들의 멜로가 하고 싶다. 예쁘고 아름답다기 보다 내 친구의 얘기를 듣는 것 같은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

 

스스로 본인을 평가한다면.

 

작품이 흥행한 건 나만의 것이 아니다. 작품이 잘된 건 나한테도 좋고, 모두한테 좋은 일인데 내가 ‘이만큼 됐구나. 올라왔구나’ 하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반짝이라고 생각을 하고 오래 배우 생활을 하려면 그건 나한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내 작품이고, 좋아서 하는 거지만 거기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직업이 위험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직업이라서 그 불안감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점점 더 부담이 되고, 작은 일을 해도 뭔가를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을 혼자 느끼고 있다.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된다. 그냥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나의 목표다.

 

배우로서 최대한의 욕심은.

 

최대한의 욕심은 가늘고 길게 가는 거다.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어느 작품이든 있는듯 없는 듯 잘 스며들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꿈이다. 꼭대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다. 이 일이 좋으니까 계속 하고 싶은 거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언젠가 내려와야 하는데, 그걸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싶다. 주연으로 써주는 것도 감사하지만 내가 조연을 하든 주연을 하든 차이는 없다. 작품이 재미있고 좋으면 역할은 상관없다. 주연을 하면 아무래도 부담감은 있다.

 

2015년은 어떤 해였는지.
 
잘 숨어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말 정도에 작품 다 잘돼서 바쁜 사람이 됐다. 2015년은 숨고르기라고 생각한다. 영화도 전에 다 찍어놓았던 거고, 드라마는 ‘막돼먹은 영애씨’랑 ‘응답하라 1988’밖에 안 했다. 많이 한 것처럼 나와서 여태까지 받았던 사랑 관심에 비해서 뻥튀기처럼 불어난 해다. 뻥튀기한 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은 뻥튀기를 이제 먹어야 한다. 어떤 기자님이 “이제 쉬어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한 걸 본 적이 있는데, 많이 하는 것처럼 안 보이게 숨어서 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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