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탈당이 가져다 준 고통

전쟁이 벌어지면 승리해야 한다!

이재관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5/12/28 [11:32]

 

▲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문 기자

 

안철수 의원이 탈당만은 안했으면 하는 생각에 나름대로 여러 방법으로 끝까지 만류하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어찌 됐든 같은 당원들 끼리, 선의의 경쟁을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던 나의 간절한 바람은 단지 소심함과 나약함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뿐이었다. 그 동안 엄청난 인내를 발휘하며 문재인 대표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해 온 안철수 의원에게 탈당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탈당이란 카드는 마지막에 쓸 카드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안철수에게는 마지막 카드는 이미 오래 전에 써 버렸고, 애써 또 만든 마지막 카드가 아니었던가 싶다. 이미 탈당해야 할 수많은 사유가 있었음에도 탈당선언을 하기 직전까지도 문재인이 손을 내밀었다면 문재인과 함께 할 각오를 하고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안철수 의원은 탈당 후 가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제 국회 정론관에 기자회견 하러 걸어가면서도 기대의 끈은 놓지 않았습니다. 문 대표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발표하지 않을까 하고. 연단에 섰을 때 ‘아, 이게 내 운명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뭔가 준비할 상황은 아니었어요. 어제 처음 보좌진과 의논했어요.”

 

나는 2007년 정동영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심한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다. 여태까지는 그 당시 당내 경선과정의 갈등이 본선까지 비화한 걸로 생각했는데, 최근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열린우리당과 구 민주당을 통합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탄생과정에서 생긴 노무현-정동영의 의견 불일치가 결국 지지자들 간에 반목하게 하였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도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유시민)”는 발언에 동조하는 극렬 노무현 추종세력이 문국현,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기권함으로써 대통령 선거 사상 최악의 결과를 낳는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선거를 대패하고 난 후에 많은 생각을 했다. 2007년 대선은, 참여정부의 실정-양극화 심화, 아파트가 폭등, 비정규직 양산-으로 인해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최악인 상황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정동영의 패배라기보다는 노무현의 패배라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많았다.

 

문국현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는 바람에 친노들의 표가 그쪽으로 쏠린 탓도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왜 야권이 하나가 되어 이명박 진영과 싸우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항상 남아 있었다.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출범했던 참여정부에 대해서, 참여정부가 출범하는 데 별로 기여한 것이 없었던 문재인이 “참여정부는 부산정권이다.”라고 정의한 데서 보듯이 참여정부 내내 호남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했던 것이 아마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김대중의 선택에 의해 대통령 후보가 되었던 노무현이 당선 후에 최초로 벌인 일이 김대중과 그 부하들을 죽였던 대북송금특검이었고, 대북송금특검안 수용에 대해 거의 모두가 다 반대했지만, 문재인이 적극 찬성하여 이를 성사시켰다는 말을 들었다.

 

참여정부 내내 전국정당화란 명분 아래 수많은 호남 역차별이 행해졌고, 그 결과 양식있는 호남인들의 태반이 반노가 되어 갔다. 심지어 영남의 1표는 호남의 10표, 20표의 가치가 있다고 하여, 실제 그런 가중치를 부여하는 당내 경선을 실시한 적도 있는데, 그런 저런 이유 때문에 참여정부를 만들었던 지지자들이 친노, 반노, 비노로 나뉘어 서로 으르렁거리게 되었으니, 어찌 한 마음, 한 뜻을 가진 동지가 되어 한나라당에 맞서 싸울 수가 있었을 것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손학규 후보를 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해찬 후보를 미는 가운데, 응원군도 없이 외로이 뛰었던 정동영 후보는 부산, 울산의 승리에 이어 광주, 전남에서 마저 승리하여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나, 야권성향 지지자들은 대선을 치르기도 전에 이미 4분5열되어 대선을 치르나 마나 패배가 예정되어 있었다.

 

다시 현재 이 순간으로 돌아와서, 안철수가 탈당을 결행하지 않고, 어떻게든지 당내에 남아 새정치연합의 합법적인 대통령 후보가 되는 상황이야말로 안철수 지지자들 입장에서 보면 가장 바람직한 상황일 것이다. 물론 그 과정 까지 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산을 넘고, 거친 파도를 헤쳐가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아름다운 경쟁에 이어 아름답게 손을 들어 주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만이 야권의 분열을 막고, 문재인 지지자들의 이탈을 최소화해서 안철수에 의한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었음이 입증되었다. 문재인의 터무니없는 고집과, 책임지지 않는 철면피함 때문에 양식있는 안철수 지지자들의 소망은 좌절되었다. 왜인가?

 

4.29 재보궐 선거가 문재인 대표의 패배로 귀결되었다. 패배여도 너무나 엄청난 패배였다. 재보궐 대상 선거구 4곳 지역 가운데 3곳(광주 서을, 관악을, 성남 중원)이 야권 텃밭 지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득표율을 살펴보면, 관악을은, 오신환 43.89%, 정태호 34.20%, 정동영 20.15%, 광주서을은, 천정배 52.4%, 조영택 29.8%, 성남 중원은 신상진 55.90%, 정환석 35.62%로 나타나서, 그야말로 처참한 패배였다.

 

이 참담한 결과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책임으로 치러진 지난 해 7.30 재보궐 선거에서, 기존의 5석에서 1석을 잃었음에도 양 대표는 이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적이 있다. 더군다나, 순천에서 패배한 것은 경선과정에서부터 불법, 부정 경선을 했다는 원성을 받아, 새정연 당원들마저 자당 후보의 낙선을 위해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자원봉사를 할 정도가 된 서갑원을 중도에 처벌하지 않고, 계속 지원했다. 동작을의 경우, 역시 문재인 패거리들의 장난으로 기동민이 중도에 출마를 포기한 탓이 크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 대표는 아무 불평 없이 사표를 냈다.

 

10·28재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곳(경남 고성군수)과 광역의원 9곳, 기초의원 14곳 등 총 24곳의 선거구 중 고작 광역의원 2곳(인천 서구 제2선거구, 전남 함평군 제2선거구)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단 한 곳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문재인은 “기초선거에 웬 책임이냐?”면서 책임을 지지 못하겠다고 뻗댔다.

 

그 대신 문 대표는 “당을 철저히 혁신해서 앞으로는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고 약속하며 정치 문외한, 문재인 수호무사들로 이루어진 혁신위를 구성하였다. 문재인은 혁신위를 출범시키면서 “육참골단(살을 내주고 뼈를 자르다)하는 혁신을 하겠다”면서, 패거리정치 청산을 실현하는 혁신을 하겠다고 했으면서도, 육참골단은 커녕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100%인 '현역의원 20% 물갈이' 작업을 통해, 평소에 눈의 가시와 같은 비주류들을 걸러낼 음모를 꾀하고 있는 중이다. 말 그대로 ‘살을 내주고, 비주류들의 뼈를 자르는’ 혁신이 진행 중인데, 이는 지난 총선에서 정동영과 천정배를 죽였던 수법의 재판임이 분명하다.

 

이런 어이없는 혁신안에 대해 안철수가 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한명숙과 같은 부정부패 정치인을 감싸고도는 온정주의를 혁신하여, 부패혐의 기소자에 대한 공직후보 배제를 규정하고 부패 정치인을 일소하자(부정부패 척결), 정청래, 김경협 등의 막말 정치인을 규제하고, 원칙 없는 선거 및 정책연대를 금지하자(낡은 진보청산)”는 10대 혁신안을 제안했는데, 문 대표는 이를 무시했다.

 

급기야 호남의 지지율이 8%에서 5%(한국갤럽 여론조사)로 급락하자,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도저히 다음 총선을 치룰 수 없다”는 당내 공감도가 형성되었으며, 문재인 당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함성이 당내를 진동했다. 이에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도 참가하여 혁신안을 놓고 당 대표직을 경선하자>는 혁신전대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해 문재인 현 대표가 거부하자, 안철수는 “1주일의 시한을 주겠으니 혁신전대안을 수용하라”면서 잠적하였다.

 

1주일의 기한이 지났지만, 문 대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철 지난 10대 혁신안을 수용하겠다는 응답을 하는가 하면,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의 아파트에 난입했던 것과 똑같은 수법으로 탈당 기자회견 전날 밤에 안철수의 아파트를 기습방문 했다. 하지만 이는 그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였을 뿐 선물을 주려고 간 것은 아니었다.

 

필자는 안철수 탈당 기자회견장을 찾아가면서 “설마 탈당까지 하겠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회견 직전에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 보니 탈당한다는 기사가 떠 있었다. 순간적으로 맨붕 상태가 왔다. 앞으로 주류-비주류간 벌어질 치열한 전쟁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득해졌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2012년 7월, 정동영 전 장관과 약속을 하고 만난 적이 있다. “장관님 지지활동을 접고, 이제 부터는 안철수 지지운동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에 정동영 곁을 떠났다. (그렇다고 해서 인연을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지만...) 왜였던가?

 

물론 안철수를 지지할 마음이 우선 생겨서이겠지만, 2007년의 악몽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내가 정동영 나팔수로 존재하는 한, 나는 끝없이 노무현 팔아 장사하는 자칭 친노들과 끝없는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내가 결국은 야권분열의 원흉이 되고야 만다’는 그 점이 싫었다.

 

▲ 이재관     ©브레이크뉴스

하지만 그 전쟁은 그 이후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피하려고 했던 전쟁은 이제 안철수의 탈당에 즈음하여 그야말로 전면전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 점이 가슴 아프다. 왜 우리끼리 박 터지게 싸워야 하는가?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가 없다. 내가 답을 얻든 얻지 못하든 상관없이 전쟁은 벌어지고 말았으며, 그 전쟁의 원인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이 친노 진영의 불통과 소고집, 그리고 무책임 때문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승리해야 한다. 정치판의 전쟁도 전쟁이다. 옛날에 창과 칼로 하던 전쟁을 다른 여러 가지 수단으로 하니, 목숨을 잃을 필요는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 이제부터 전쟁이다. 기를 쓰고 승리해야 할 전쟁이다. 이는 안철수가 원해서 일으킨 전쟁이 아니라, 문 대표측이 자초한 전쟁이다. 명분은 우리에게 있다.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박지원, 김한길과 비주류의 요구를, 조기 선대위라는 꼼수를 써서 피해 보려했지만, 주류의 제안에 대해, 김한길, 박지원이 거부할 것이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그들이 탈당하든 탈당하지 않든 그것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안철수에게는 안철수의 갈 길이 있다. 그 길에 그들이 동승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모쪼록 서로 힘을 합쳐서, 깨어있는 국민 모두의 숙원인 정권교체를 이루어, 새로운 세상을 함께 열기를 기대해 본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브레이크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