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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통일을 말하기 전에...

호남표로 부산정권, 부산정권으로 남북통일?

임정웅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5/08/26 [14:26]
▲ 임정웅     ©브레이크뉴스

“우리가 살길은 경제통일이다” “광복 70년, 이제는 통일이다” 앞의 것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광복70주년 기자회견 제목이고, 뒤의 것은 새정연이 요즘 새로 내건 슬로건이다. 지당한 말이다. 우리 살길이 경제통일인 것도 맞고, 통일이 국가적 화두가 되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문 대표는 통일을 말하기 전에 해명해야 할 것이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남북문제를 획기적으로 풀어낸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고, 그 핵심이 햇볕정책이다. 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만났고, 6.15공동선언으로 신뢰의 기반을 쌓았다. 북은 핵을 포기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이 탄생하고,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통일이 눈앞에 다가오는 듯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탄생하자마자 김 대통령의 공적(功績) 1호인 햇볕정책 추진과정에 칼을 들이댔다. 2003년 3월14일 대북송금사건 특검법을 공포한 것이다. 대통령에 취임한지 겨우 17일만의 일이다. 이를 주도한 장본인이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노 대통령이 대북송금사건 특검법을 공포한 바로 그날, 문 민정수석은 월간 신동아와 인터뷰를 한다. “어느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문 수석은 “책임 있는 인사들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답한다. 기자가 다시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 대상에 포함 되는가”라고 묻자, 문 수석은 “유감스럽게도 관여한 바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한다”라고 답한다.(신동아 523호, 2003년4월1일) DJ의 형사 처벌을 암시한 이 발언은, 문이 DJ와 햇볕정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문 대표가 지금 통일을 말할 자격이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말에서 은연중 드러나는 지역색이다. 2006년 5월 16일 문재인(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막 그만 둔 상태)은 부산에 내려가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노무현 정부를 부산 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발언했다. 노 정권을 부산정권으로 키우고자 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노 정권이 광주 95.17%, 전남 93.38%, 전북 91.58%라는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탄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남의 뒷통수를 치는 발언이다.

 

문이 호남을 싫어하는 지역주의자일 가능성은 그의 자서전 ‘운명’에도 보인다. 대선 당시에 출간한 책이니 매우 조심스럽게 다듬었을 것임에도 그의 심경의 일단이 드러난다. 양말장사를 하던 아버지가 전남지역 판매상과 거래하다 부도를 맞고, 결국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굳이 ‘전남’이라고 구체적으로 표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전남지역 판매상을 호남 전체로 일반화시키고, 어린 시절 가난을 안겨준 호남을 향한 원망과 증오를 가슴 한편에 키워왔음을 짐작케 한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 요직에서 호남 출신 인사들을 몰아내는 데 앞장선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부산 39.87%, 경남 36.33%, 대구 19.53%, 경북 18.61%(영남의 지지도 상당 부분도 호남 출향인사였을 것) 밖에 얻지 못한 반면, 호남에서는 광주 91.97%, 전북 86.25%, 전남 89.28%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다. 호남이 눈 감고 귀 막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려했던 것이다.

 

문 대표는 통일을 말하기 전에 ‘대북송금특검’과 ‘부산정권 발언’을 먼저 해명해야 한다. 통일을 말하고 싶거든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지역 편견을 버리고, 동서통합에 나서야 한다. 본인의 호남관(湖南觀)을 솔직히 고백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열성적으로 지지해준 호남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해야한다. ‘호남표로 부산정권 세우고, 부산정권으로 남북통일에 나서는 것’은 해서도 안 되고, 가능하지도 않다.

 

*필자/임정웅. 전 중국기보전자 총경리. 전 국회의원보좌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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