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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기출 사무총장 “‘푸른아시아’는 사람을 심는다”

한국, ‘기후 변화’에 관심 가져야..‘테라시아’(TerrAsia) 통한 초국가적 협력 필요

임국정 기자 | 기사입력 2015/07/07 [20:54]
▲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사진출처=푸른아시아>     © 브레이크뉴스


 

브레이크뉴스 임국정 기자= 한국으로 오는 황사(미세먼지)의 53%~71%는 몽골에서 발생한다.

 

황사는 기상 조건만 맞으면 중국을 거치며 납, 카드뮴, 어떤 때는 방사능 물질까지 섞인 대기오염 물질을 싣고 곧장 한반도로 온다. 그것을 오염 황사라고 한다. 지난 1월에서 5월 사이 국내에서는 황사가 15번 발생했는데, 그 중 오염 황사는 50%가 넘는다.

 

아울러 같은 기간 서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평균 60㎍에 달했다. 그 중 20㎍은 황사로부터 발생했다.

 

42년 만에 가뭄도 한국을 덮쳤다. 단지 과일 값, 채소 값이 오른다는 문제를 떠나 땅 자체가 죽어가고 있다. 땅이 파괴되면 독극물로 바뀐다. 이에 따라 식량 문제는 갈수록 심화된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기후 변화”라고 말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기후변화에 관심이 없습니다. 다들 ‘미세먼지가 왔나보다. 내년에는 이러한 현상이 안 생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입니다. 우리는 전환의 벽두에 서 있습니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사막화’ 문제에 관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고자, 우리는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을 지난달 24일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에 있는 푸른아시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국제시민단체인 ‘푸른아시아’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수여하는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The First Prize of Land for Life Award)을 받은 바 있다.

 

다음은 오기출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푸른아시아는 어떤 단체인가?

 

▲푸른아시아는 지난 1998년에 창설된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을 실천하는 국제시민단체(NGO)다. 우리는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아시아를 만든다”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과 사람이 지속가능한 삶과 미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푸른아시아는 GEF(지구환경기금), UNFCC(유엔기후변화협약), UNCCD(유엔사막화방지협약), UNECOSOC(유엔 경제사회이사회) 등 4개의 유엔 기구와 파트너 관계에 있으며, 조림사업·생태자립마을 조성·에코투어 활동·정책개발 및 환경교육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기출 사무총장은 1998년 설립부터 지금까지 푸른아시아와 함께 해오고 있다. 어떠한 인연이 있었나?

 

▲나는 1982년부터 1996년까지 민주화운동을 했다.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전국 조직 3대 정책실에 있었다. 주로 노동·도시빈민문제 등 한국 사회 민주화 문제를 다뤘다.

 

이후 1992년에 전민련이 해산됐다. 대다수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전부 정치권으로 갔다. 보통은 선배들을 따라 정치권에 가든가, 하다 못 해 보좌관을 하면서 월급을 받든가, 아니면 사업을 하든가 했다.

 

하지만 난 정치를 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 3대 정책실에 10년 간 있었던 사람은 나 혼자였다. 정책을 하다보면 어쨌든 한 사람이라도 내가 쓴 글을 보고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을 안 하려고 하다가 한 사람이 있을 것 아닌가. 나는 거기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었다. 그래서 정치권으로 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1996년까지 노동운동을 계속하다가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이 잘하고 있으니까 이제 내가 한국에서 할 일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득 생긴 것이 인류에 대한 관심사였다. “도대체 인류는 어떤 현안을 갖고 있는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인류에게 관심 가져보자고 생각했다. 황당한 얘기다.

 

그 고민을 하던 것이 36살 때다, 지금은 55살이다. 당시 아는 사람도 없었고 인류가 무슨 고민을 하는 지도 몰랐다. 그래서 일찍 국제 사업을 시작했다. 2년 간 인터넷을 하면서 식량·빈곤 문제를 다루는 미국·유럽·일본 NGO나 전문 기관들의 팩스번호를 알아냈다.

 

영어단어도 제대로 생각이 안 나고 문법도 안 맞는 데 팩스를 보냈다. 그래도 외국 기관들은 자료를 잘 보내준다. 자료가 오면 영어 사전을 찾아가면서 번역했다. 그렇게 당시 한국에서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30명 정도와 같이 2년 정도를 준비했다.

 

-푸른아시아는 1998년 ‘한국휴먼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창립했다. 본래 환경 관련 단체로 시작한 것인가?

 

▲첫 시작은 환경 단체가 아니었다. 96년부터 98년 설립 전까지 2년 동안 준비를 거친 후, 인류적 의제를 한 번 풀어보고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 1998년 1월 설립된 ‘한국휴먼네트워크’였다.

 

1997년, 1998년 한 2년 동안 활동을 하다보니 가까운 나라에 있는 NGO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이 한번 모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게 1998년 2월, 한국·중국·일본·대만·몽골 등 다섯 개 나라가 만나 국제회의를 진행했다.

 

당연히 한국은 관심이 없었다. 당시 IMF로 인해 먹고 사는 문제로 바빴다. 기후변화 같은 쓸 데 없는 100년, 1000년 뒤에 일어날 일에 관심 갖는다고 욕도 많이 먹고, 하지 말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250만 원을 가지고 회의를 치렀다. 돈이 없어서 회의 장소도 아는 분을 통해 무료로 1주일을 빌리기도 했다.

 

화두는 “아시아의 미래, 시민들은 어디에서 가장 큰 위기에 빠질 것인가?”였다. 그렇게 1997년, 1998년, 1999년 3년에 걸쳐 내린 결론 중 하나는 ‘금융 위기’, 또 하나는 ‘기후변화 위기’였다.

 

금융 위기는 우리가 다룰 수 없다고 생각해 기후변화 중심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찾아보니 대도시가 자원을 내륙에서 끌어들이고 복구하지 않아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섯 개 나라 NGO, 전문가, UN, 정부기구 등에서 참여해 1999년도 12월 요코하마에서 공동실천사업을 결정했다. 몽골이 가장 큰 기후변화 피해 지역이므로 다음해부터 사막방지사업을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2002년 5월 ‘아시아의 미래’라는 위기 정보를 다뤄보자고 해서 ‘시민정보미디어센터’로 명칭을 변경한다. 시민방송(RTV)이 우리와 같이 하자고 해 명칭에 ‘미디어’가 들어갔다. 당시도 한국에서 우리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을 때다.

 

한 번은 2007년부터 한국의 기상청에서 황사가 많이 온다고 했다. 그래서 환경부에서 나서서 한국 지상파 방송사, 유수의 일간지, 통신사와 함께 황사발원지를 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에 있는 NGO들을 다 찾아내 황사발원지를 안내해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못 한다고 한 것이다. 결국 뒤지다, 뒤지다 우리를 찾아냈다. 그 때 ‘황사발원지를 찾아서’라는 방송이 1주일간 나왔다.

 

그 이후 시민정보미디어센터가 뭐하는 곳이냐 라는 시민들의 반응이 나오면서 대중적인 이름을 쓰고자 2008년 1월 지금의 ‘푸른아시아’로 명칭을 다시 변경했다.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명칭에 반영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푸른아시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 달라.

 

▲동북아 지역에서 기후변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가 몽골이다. 한반도의 7.4배인 156만㎢ 달하는 몽골은 원래 전체 영토 중 사막이 46%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78%정도로 사막화가 진전됐다. 호수는 1166개가 사라지고 강은 887개가 사라졌다.

 

내가 2000년에 처음 몽골에 갔을 때는 풀이 70~80cm 자라 있던 땅들이 지금은 모두 황폐화됐다. 이렇게 황폐화된 땅에서 모래 먼지 폭풍이 발생해 한국에서 황사로 나타난다. 그래서 2000년부터 몽골에서 조림사업·환경 난민 자립사업·에코 투어 등 사막방지 활동을 시작했다.

 

우선 사막화·미세먼지·황사 방지를 위해 여의도 2배 정도 크기에 달하는 몽골 땅 580ha에 58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등 사막화 방지 모델을 만들었다. 미얀마 중부건조지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산림관리 역량강화사업을 통해 240ha에 15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아울러 한국에 있는 청소년들이나 시민들 3500명 정도를 몽골 현지, 사막화 현지로 에코투어를 보냈다. 우리의 여행은 임팩트(Impact) 투어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피해가 일어난 지역으로 가서 원주민들과도 만난다. 투어를 통해 나무를 심으면서 기후 변화 현지와 사막화 현지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든다.

 

내가 한국에서 에너지·물을 많이 쓰는 행동을 통해 기후 변화가 일어난 결과, 이곳에서는 땅 전체가 사막화되고 기후 변화로 호수가 사라지고 인구의 10%이상이 환경 난민화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책임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렇게 자신의 삶과 기후변화 현장과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누구나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잘못했다는 사실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가보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책으로 읽었다면 잊어버릴 수 있는 사실들을 사람들이 알게 됨으로 국제 협력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어린이 환경연극 같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교육을 몇 년간 진행하고 있다. 필요시 금천구, 원주시 같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책 컨설팅도 하고 있다.

 

금천구는 지난 2012년 구 자체적으로 ‘금천구 기후변화 대응 세부실행계획 2020’을 세웠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정적인 정책을 실시할 것인가를 아이템별로 제시했다. 예를 들면 ‘옥상 녹화 확대’, ‘그린홈 컨설턴트 양성 확대’, ‘재활용 분리 배출’ 등 실천 가능한 사항 위주이다.

 

연차별 추진 계획, 예산확보방안 등 세부계획을 세워놓고 시행하고 있다. 우리는 금천구가 기후변화와 관련한 마스터플랜을 만들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준 것이다.

 

NGO는 대규모로 하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로 하기에는 돈도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하면 된다”라는 하나, 하나의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푸른아시아의 핵심 활동은 나무를 심는 일이라고 볼 수 있나?

 

▲푸른아시아가 조림사업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대부분은 우리를 몽골에서 나무 심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몽골에서 나무만 심으면 100% 다 죽는다.

 

그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나 사막화는 인류 역사가 1만 년이라고 하면, 1만 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한 문제다. 물론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기후변화도 있었겠지만, 인간이 만들어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지금이 처음이다. 사막화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익숙한 대로 나무만 심으면 무조건 실패한다.

 

우선 기후변화가 일어나면 땅만 사막화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모든 재산을 다 잃고 실업자가 돼 환경난민이 된다. 몽골 사람들은 1만 년간 조상대대로 방목해 가축을 키어왔다. 그런데 사막화가 돼버리면서 가축들이 굶어죽었다. 지난 2002년에는 1000만 마리가, 2010년에는 750만 마리가 죽었다.

 

대다수의 몽골 사람들은 “우리 조상들은 문제가 없었는데 왜 내 대에 이렇게 가축들이 죽느냐”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에게 나무를 심는다는 일은 익숙한 일이 아니다. 유목문화에서는 나무가 있으면 가축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무는 베어야할 대상이었다.

 

그런데 물은 귀하기 때문에 굉장히 신성한 대상이다. 유목민들은 강물이 있으면 물을 떠서 뒤로 돌아 세수를 할 정도다. 그렇다면 몽골 사람들에게는 베어야할 대상인 나무에 신성한 물을 주는 행동이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졌겠나.

 

우리가 나무를 심으면 방책을 설치한다. 가축들이 못 들어가게 하고 물도 주고 나무도 키우니 풀이 자란다. 그런데 2002년에 보니, 아주머니들이 먹이를 주기 위해 양을 방책 안으로 집어 넣었다. 결국 사막 방지를 한 것이 아니고, 가축들 먹이 사료지를 만든 것이다.

 

다시 성찰하고 한 후 든 생각이 “사람을 심어야 하는구나”였다. 결국에는 사람도 피해를 보기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먹고 살면서 하나의 생활 개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생태복원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다.

 

그래서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환경난민들에게 나무를 심으라고 월급을 줬다. 그랬더니 이들은 월급을 받기 위해 95%까지 나무를 살렸다. 나무 하나가 죽으면 월급이 깎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10년, 20년 거기에 있을 수 없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나오는 순간,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제 3단계로 2007년부터 시작한 것이 주민자립모델 방식이다. 1991년도에 몽골에서 발생한 모래 먼지 폭풍은 1년에 크고, 작게 평균 10회 정도 발생했다. 그런데 지금은 1년에 48회 정도 발생한다. 5배 정도다. 이는 기후변화와 사막화가 원인이다.

 

몽골에서도 방책을 치면 당연히 모래먼지 폭풍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방풍림과 방사림 지대를 만든다. 이 안에서 주민 자립모델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감자도 심고 그랬다. 감자, 당근 같은 식량은 잘 된다. 그것은 팔지 않고 자신들의 식량으로 쓴다. 아울러 생태복원이 되니 차차르간 같은 과일 나무라든가, 비타민 나무 등을 심어서 주스로 만든다든가 해서 스스로 판다.

 

더불어 양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푸른아시아는 조림사업을 하니 어차피 기부금을 받으면 묘목 값이 들어간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들의 묘목을 사준다. 거기서 또 이들에게 수입이 생긴다.

 

방풍림과 방사림만 키우는 것이 아니고 벌이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이 바로 개인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에게 간다. 발생한 수입의 50%를 참여한 협동조합의 주민들에게 1/n로 준다. 우리가 주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의사 결정을 직접 한다. 우리는 시민단체 NGO일뿐, 협동조합은 주민 조직이다. 서로 구분돼 있다. 이러한 모델이 바로 푸른아시아의 자립모델이다.

 

우리가 심은 사람들이 생태복원도 하고, 협동조합도 만들고, 자립 모델도 만든다. 지원이 결과여서는 안 된다. 지원은 과정이고 그 결과는 자립이어야 한다. 푸른아시아는 사람을 심는다.

 

-다른 NGO 단체들과 푸른아시아의 차이점은?

 

▲우린 직접 현장으로 들어간다. 2007년부터는 몽골에 지부도 만들고 6개 지역에 3가지 모델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우선 기후변화로 도시가 사막화 되고 있는 곳은 ‘도시형 모델’, 초원이 사막화 되고 있는 곳은 ‘초원형 모델’, 사막이 사막화 되고 있는 곳은 ‘고비형 모델’로 지칭했다. 각각의 환경에 따라 모델을 정립했다.

 

이 세 가지의 모델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방풍림, 방사림 안에서 나무를 심는 자립모델이다. 도시형 모델에서는 잘 안되고, 초원형이나 고비형 모델은 그렇게 가야 한다.

 

이와는 달리 도시형은 방풍림 중심으로 가야한다. 우리가 최초로 사업을 시작한 곳이 도시형이다. 그런데 도시형 모델에서는 월급을 주는 개념으로 갔기 때문에, 이것을 자립 모델로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다. 출발을 어디서 했냐가 중요하다. 다른 초원형 모델이나 고비형 모델은 처음 구상부터 자립형 모델로 시작했다.

 

아울러 우리 활동가들은 6개 지역에 1년 단위로 들어가 주민들과 직접 같이 산다. 그냥 돈만 지원하는 일은 안 한다.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주민들을 전문가로 만들고,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한다. 수확물이 자신들의 것이라는 책무성을 가지게 한다.

 

-몽골 내부에서 변화는 감지되고 있나?

 

▲우리가 모델 지역으로 삼고 있는 곳에서의 인식은 많이 바뀌고 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모래 먼지 폭풍이 한국에 대규모 황사로 나타난다는 것도 대부분의 몽골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강의실에서 강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완성된 성공 모델이 있으면 이게 퍼져나가는 것이다. 농사도 잘된다고 하면, 잘 몰라도 직접 해보는 것이 일반 주민들이지 않나.

 

그렇게 지금 활동하고 있는 곳에서의 인식은 바뀌고 있는데, 몽골 사회가 유목 사회다보니 유목 했던 것을 급속하게 정착사회로 바꾸기는 힘들다. 그러니 현재는 반유목·반농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몽골 정부는 협조적인가?

 

▲여기서 중국과 몽골정부의 차이가 나타난다. 중국에서는 국제 NGO들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주민들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 중국도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 꽤 되지만, 중국은 세계에서 달러가 제일 많은 나라다. 그러다보니 중국 정부는 이미 한반도만한 땅에 사막화 방지를 위해 나무를 심었다. 엄청난 돈을 들여서 사막 방지를 하고 있다.

 

몽골은 중국과 반대다. 사막화 진행 속도는 너무 빠른데, 정부가 돈이 없다. 몽골은 인구가 300만 명에 불과한데 비해, 땅은 한반도의 7.4배에 달한다. 인구도 너무 적고, 사막화나 기후변화의 원인이 다르다. 그래서 몽골 정부는 국제 NGO들의 활동을 잘 이해한다. 그래서 활동하기가 편하다.

 

-중국, 몽골에서의 사막화·기후변화 원인이 다르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중국에서 기후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많은 인구,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등 내부 원인 때문이다. 1980년대만 해도 중국은 인구의 80%가 농민이었다. 지금은 인구의 70%가 도시민이다. 도시화를 하면서 농토를 버리고 갔는데, 농토를 버리면 다 사막화가 진행된다. 내부원인이 크다.

 

그런데 몽골에서 기후 변화가 일어난 원인은 외부에 있다. 몽골은 공장도 없는 나라다. 그런데 지구 평균 기온이 100년 간 0.74℃ 오르는 동안 몽골은 2.1℃ 올랐다.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기후변화가 일어나면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고, 그렇게 되면 대륙 전체의 온도가 상승한다. 특히 몽골은 대륙 중 바다가 없는 나라다. 특수 건조지라고 해서 약간의 기온만 바뀌어도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그러다보니 긴급하고 취약하다. 국제협력이 필요한 나라다.

 

몽골 사막화의 외적 원인 중 80%를 이러한 기후변화가 차지한다. 나머지 15%가 염소, 5%는 광산개발과 관련돼 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원래 몽골 땅의 60%는 여름에도 얼어있는 영구동토층이었다. 이 영구동토층이 조금씩 물을 바깥으로 뿜어주면서 초원을 키우고 강·호수도 만들었는데, 기후변화가 일어나 기온이 오르니 몽골의 영구동토층 중 80%가 다 녹아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울러 몽골 가축 중 2000만 마리가 염소다. 캐시미어의 원료가 되는 최고급 염소 털을 얻기 위해서 염소를 기른다. 선진국에서 캐시미어 수요가 늘어나니, 염소를 너도나도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염소는 풀을 뿌리 채 캐먹는다. 염소 1000마리가 있으면 삽시간에 여의도 4배 정도 크기의 1000ha가 사라진다.

 

결국 한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책임이다.

 

-사막화 현상이 점점 개선되고 있나, 아니면 나빠지고 있나?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오히려 날로 악화되고 있다. 몽골 정부와 UNCCD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0년도에 몽골의 78%가 사막화됐다. 그리고 91%의 땅이 기후건조화와 기후변화,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초지가 축소되고 건조지 증가했으며, 이상기후현상인 겨울한파(Dzud)로 약 30만 명(몽골인구 1/10)의 환경난민이 발생해 도시빈곤층으로 편입됐다.

 

아울러 최근 10년 사이 몽골의 강 887개, 호수·연못 1166개, 시내 2096개가 사라졌으며, 식물종의 3/4이 멸종했다.

 

▲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사진출처=푸른아시아>     © 브레이크뉴스


-푸른아시아는 지난 17일 '2005 밀란 엑스포'에서 유엔사막화방지의 날을 맞아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가 수여하는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The First Prize of Land for Life Award)을 받았다. 어떠한 점이 상을 받는 가장 주요한 이유가 됐다고 보는가?

 

▲유엔은 세계의 빈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0년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세우고 2015년까지 목표를 실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당시 빈곤 문제를 50% 줄인다고 했는데 실패했다.

 

왜냐면 기후 변화 때문이다. 기후 변화가 있는 한 빈곤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 기후 변화에 따라 땅이 죽고, 식량·물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식량은 안보 문제로도 이어진다. 2012년 자료를 살펴보면 아프리카에서 사막화가 일어난 지역과 식량 분쟁·폭동이 일어난 지역, 테러가 발생한 지역이 같다.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 지역이 주 타깃이다.

 

이 MDG가 올해 말 끝이 나고 2015년 9월에 유엔 세계총회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결정한다.

 

아울러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토양의 해’다. 유엔은 세계 토양의 해를 맞아 환경·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모델을 찾았다.

 

그래서 76개 나라에서 모델을 추천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유엔의 전세계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몽골에서 이뤄지고 있는 우리 푸른아시아의 모델을 선택했다. 그들은 ‘저 변방에 있는’ 몽골에서 이러한 모델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라워 했다.

 

다른 모델은 다 나무심고 풀 심는 모델이 많다. 우리처럼 지속가능하면서도 환경·사회·경제적인 사례가 전세계에 하나밖에 없었다.

 

유엔에 따르면 전체 200여 개 나라 중에 160개 나라 정도가 사막화로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나라들에게 참고하라고 유엔이 권하는 모델이 우리의 모델인 것이다. 결국 생명의 토지상이라는 상 자체의 의미보다, 이 상을 수상함으로 권위를 싫어주고 하나의 기준이 되게 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지난해 6월 17일 날 최우수상이 결정됐는데 얼마 전 수상식을 하게 됐다.

 

-최근 정부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제사회에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보다 후퇴한 4가지 감축안을 제시했다가 국제사회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인터뷰 이후 지난달 30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페루 리마에서 열렸다. 그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후퇴는 금지를 한다”라는 내용이다. 한국도 약속한 사항이다.

 

그런데 한국의 이러한 태도는 후퇴금지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30%에서 후퇴한 이 조치에 대해 국제사회가 관심이 많다.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GCF(녹색기후기금)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3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GCF를 유치한 후,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것을 해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 일은 해명이 안 된다. 결국은 한국이 국제적 약속에 대해서 소탐대실을 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의 한국은 세 가지 A를 다 갖고 있다. 바로 Avarice(탐욕), Arrogance(오만), Apathy(무관심)이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고, 오만하며, 무관심하다. 이 세 가지 문제를 한국이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국제적인 국제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흐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눈앞에 있는 것만 보면 실패한다.

 

유엔에서 결정하는 다자간협약은 무역보복제재가 없기 때문에, 현재 미국이나 중국이 원하는 것은 양자간 협약이다. 구속력이 있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중국도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대해 온실 가스를 줄이는 제재조치를 가할 것이다. 이것은 쇠고기 이력제와 똑같다. 국내로 들어오는 쇠고기에 대해 어디서 들어오는 것인지 다 밝히듯 온실가스 이력제를 앞으로 채택할 것이다. 라면이 들어왔는데 이 라면을 생산하는 데 온실가스가 얼마나 생산됐는지 계산해 와라는 식이다. 속이면 엄청난 벌금이 부과될 것이다.

 

힘이 있는 국가들도 그런 식으로 제재를 가해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한국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에 대응을 안 하면 앞으로 그들은 탄소 관세를 매길 것이다. 그러면 내가 예상컨대 10%정도의 수출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그래서 미리 대응하는 것이 한국 경제가 사는 일이라고 본다. 선진국들이 한국의 뺨을 때리기 전에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한 차례 뺨을 맞았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연비를 속인 일로 과징금을 받은 적이 있다. 벌금만 1억 불에 달했고, 연비를 통해 확보한 온실가스 저감분 2억 불과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이유로 4억 불의 보상금까지 지급했다. 그래서 총 7억 불을 그냥 날렸다.

 

온실가스 문제에 대해서 사실은 한국이 다 알고 있다.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든, 상공회의소든, 산업통상부든 알면서 안 하고 있다. 이는 더 큰 죄다.

 

온실가스 대응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한국에 새로운 경제 도약의 기회를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앞으로 푸른아시아는 어떠한 활동을 해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지향하는 바와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달라.

 

▲아시아에 10억 그루 나무를 심어 황사 발원지를 막는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이로 인해 2만㎢ 지역에 생태복원을 이뤄낼 것이다. 이렇게 되면 10배 정도 이상의 지역에서 모래먼지 폭풍을 저지시킬 수 있다.

 

즉 20만㎢ 지역에 주변환경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20만㎢면 한반도만한 땅을 생태복원하는 것이 된다. 아울러 천그루 당 한 명 꼴로, 100만 명 이상의 환경난민이 자립할 수 있게 된다.

 

이정도면 몽골 같은 경우는 녹색 장성을 만드는 것과 같다. 몽골은 대략 5억 그루 정도면 된다. 몽골 외에 다른 나라에도 5억 그루를 심을 것이다.

 

아울러 기후변화를 일으킨 나라와 피해 국가가 함께 커뮤니티를 넘어서고,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서서 “아시아의 땅을 살리자”라는 테라시아(TerrAsia. Terra(땅)+Asia(아시아))를 만들자는 것이 나의 제안이다.

 

FAO(세계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식량의 95%가 직·간접적으로 땅에서 나온다. 현재 12만㎢(남한 땅 1.2배 정도)가 사막화 되고 있다. 이는 1년에 2000만 톤의 곡물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엔은 2050년이 되면 인구가 90억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농업 생산은 반드시 지금보다 60% 가까이 늘어나야 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100%가 증가해야 한다.

 

더불어 아프리카 난민들이 이탈리아를 통해서 유럽으로 엄청나게 유입됐는데, 그 인구가 1000만 명이다. 그게 다 사막화와 관련돼 있다. 기후 변화는 전지구적 현안이면서 아시아에도 닥치고 있는 공동의 관심사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적인 협력 구도를 테라시아라는 것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더불어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서 사막화 방지 및 식량 문제를 해결을 한다는 차원도 있지만, 여기에 더해 이러한 기후라는 요소 아래 아시아가 하나의 공동체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미세먼지·황사를 비롯해 가뭄 등 국내에서도 기후 변화 관련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번에 이탈리아에 가서 유엔 및 여러 나라의 국제기구들과 교류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전 세계 토지 퇴화, 건조화(가뭄) 문제에 대한 국가 정책을 갖고 있는 나라가 세 나라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바로 중국·이스라엘·브라질이다. 한국은 아니다. 국내에서 보면 말은 기후변화가 무섭다고 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다. 우리는 전환의 벽두에 서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에서 심각한 가뭄이나 엄청난 홍수가 나타나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들이 그냥 한 번 왔다가 갈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 단독으로는 안 된다. 아시아 차원에서는 기후 변화 문제를 갖고 시민사회와 종교간 연대, 정부, 유엔이나 지역개발은행, 세계은행, 기업들이 공동의 관심을 갖고 장기적 관점으로 협력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도 마찬가지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최빈국에 지원해주면 국제사회가 온실가스를 줄인 것으로 인정해준다. 한국이 30% 줄인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었는데, 30% 중 10%까지 줄이는 데 한계비용이 톤당 100달러가 든다. 10%에서 20%는 300달러, 20%에서 30%는 500달러가 든다.

 

그런데 최빈국에 지원해주면 비용이 1/8로 절약 가능하다. 이것을 하려고 해도 협력구도가 있어야 한다. 기업이 단독으로 가서 하려고 해도 안 해준다. NGO, 종교 간 커뮤니티를 통해야 한다.

 

NGO와 종교 간 리더들이 먼저 시작하고 정부가 그것을 지원하면서 같이 결합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거버넌스(governance)다. 이러한 결합 이후, 정부가 테라시아를 선언했으면 한다.

 

아울러 이러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런데 국제적인 감각·지식·경험·리더십을 갖춘 사람들이 부족하다. 정부가 청년층을 중동에 보낼 게 아니라, 그러한 리더십을 키우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NGO 단독으로는 너무나 적은 규모로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규모로 해야만 일반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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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실의 눈 2015/12/26 [22:03] 수정 | 삭제
  • 하하하 아 웃겨라. 사람을 심는다고? 정말 웃긴다.
  • 희망21 2015/07/08 [11:24] 수정 | 삭제
  • 임기자님, 현재 아시아의 대륙과 해양은 공통의 문제에 처해 있습니다. 기후변화...정치, 경제, 문화 적 코드로는 공동의 아젠더를 만들기 힘들 수 있지요. 그러나 기후변화는 공동의 과제라는 점에서 인터뷰를 통해 해결방향까지 정리를 잘 했습니다. 정리 잘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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