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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종교계도 비상등이 켜졌다. 세월호 사건 등 대형사건마다 종교가 배경이 되다 보니 우울한 소식뿐이다. 그래서 종교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부정적 이야기만 들려온다. 대표적 사례로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3’에 따르면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31%로 가장 낮고 이어 중앙정부가 56.1%였으며, 종교 신뢰도는 60.5%로 교육계(70.9%)와 대기업(69.0%)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신도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문을 닫는 교회도 늘어나는 등 종교계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생각하는백성’에서 출간된 권오문 저 《종교의 미래를 말한다》는 이러한 종교계 현안을 긴급 점검하고 향후 종교의 갈 길을 집중 탐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이 책은 유럽을 휩쓴 신도들의 탈교회 현상을 집중 분석하고 한국 교회도 근본대책 마련을 하지 못할 경우 생존조차 걱정해야 하는 때가 다가올 것으로 진단했다.
저자는 1970년대 초만 해도 전성기를 누렸던 유럽 교회가 10년마다 교인 수가 절반씩 줄어들기 시작한 것에 주목했다. 전성기 이후 10년 만에 교세가 반토막 났고, 20년이 지난 뒤에는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네덜란드 가톨릭교회 1천600곳 중 3분의 2가 지난 10년간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특히 우람하게 지어진 고딕풍의 교회당은 수리비와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체육관이나 상가로 임대되는가 하면 식당이나 술집으로 바뀌고, 그나마 남은 교회도 목회자 생활비나 관리비를 마련할 수 없어 통폐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유럽 교회는 첨단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달라졌는데도 전통적 목회 방식을 고수한 결과 몰려드는 세속주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시대흐름에 순응하지 못하면서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기독교가 초심, 즉 종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하나님과 예수의 뜻을 이루는 데 앞장서지 않으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만일 종교가 지금처럼 기득권을 고수하며 현실에 안주할 때는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종교운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마르틴 루터나 장 칼뱅이 종교개혁의 봉화를 높이 들었던 것처럼 신종교가 등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현대종교가 갖고 있는 한계와 위기를 극복하고 종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제2의 종교개혁은 불가피하며, 그러한 과정을 거친 뒤에는 미래종교가 출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끊임없는 테러와 분쟁, 종교의 한계와 모순 드러나다
세계 종교계가 총체적 위기에 몰린 것은 종교가 더 이상 인간의 오랜 염원인 행복을 가져다주거나 평화세계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종교가 인간 사회에 갈등을 부추기고 세계평화에 걸림돌이 되면서 종교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있다.
유럽의 심장부 프랑스 파리에서 백주에 벌어진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총격사건이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무차별적인 테러와 납치, 참수행위는 종교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교리로 무장될 경우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리고 대형교회의 성직 세습 문제나 불투명한 재정 관리, 목회자들의 도성성 문제 등도 종교의 위기를 불러온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오늘 자식에까지 대를 이어 강단을 지키겠다는 목회 세습이나 재산 갈등 등은 국민의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저자는 종교인들이 종파나 교파가 다르다고 해서 적대감을 갖거나 심지어 잔인한 테러와 전쟁까지 벌이는 것이나 목회 세습은 종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인간 자체의 한계를 종교가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종교의 한계는 곧 그 종교를 이끌어가는 인간의 한계이며, 이러한 종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교인들이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라는 성인들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자기중심이 아니라 타자중심의 종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종교계가 탐욕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내려놓는 등 근본적인 처방에 나서는 것은 물론 일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수까지 사랑했던 성인들의 정신을 회복함으로써 이웃종교인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고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갖지 않으면 평화세계 실현은 요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저자는 종교가 제 역할을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모든 종교가 자기가 제일이라는 것과 그 종교를 믿음으로써 구원을 받았다는 도그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개신교는 교회에 가거나 예수를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신앙은 그 자리에서 멈춰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여기다가 개신교인 상당수가 예수를 믿어 이미 구원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선한 일을 행할 때 천국에 가고 악행을 저지르면 지옥에 간다는 성경 구절은 아예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대인의 외면, 비전 상실이 가장 큰 문제다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종교계에도 몰아치고 있다. 오늘날 기독교 위기는 신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위기의 본질은 신자들을 교회에 묶어둘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유럽 교회에 젊은 세대들은 찾아볼 수 없고 예배 참석자 대부분이 노인들이라는 것은 영적 권위가 먹혀들지 않고 있고 비전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교회와 목회자 수가 줄어들고, 신학교들이 문을 계속 닫고 있는 것은 더 이상 교회에 기댈 것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 교회도 유럽 교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하나님을 새롭게 발견하고 예수의 가르침을 시대흐름에 맞춰 재해석함으로써 세상 앞에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보았다. 본래 예수가 보여 주었던 상상력과 그의 비전을 중심으로 새로운 신앙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독교는 현재의 교리로는 모든 것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첨단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더 이상 감동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비전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제도화·박제화한 종교를 넘어서서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되살리는 데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각 종교가 이기적이고 단선적인 신앙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인간 해방이라는 종교 본연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종교가 스스로 만든 배타적 경계선과 울타리를 거둬내고 종교 본질을 회복함으로써 인간의 내면에 살아 있는 종교, 모든 사람이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공동체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종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지금은 사랑의 공동체 실현에 힘을 모을 때
종교가 요즘처럼 모순과 한계에 빠진 것은 종교 지도자들이 말만을 앞세울 뿐 행동으로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성인들이 한결같이 외쳐왔고, 지금까지 온 인류가 꿈꿔 왔던 이상공동체 실현을 위해 모든 종교인들이 구체적 행동에 나서야 하는 데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온 인류가 차별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때 종교계는 전례 없는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종교가 성인들의 가르침을 내세우면서도 오히려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는 등 한계를 보여 온 것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즈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초기 기독교공동체이다. 그 당시에는 모두가 공통으로 믿어야 할 교리나 성직자가 없었지만 각자 자신의 삶 속에서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며 스스로 믿음을 지켜 냈다. 그 후 성직자 계급이 생겨나고 신조와 교리를 만들어내면서 ‘정통’과 ‘이단’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종교 간의 갈등과 분쟁이 빈발했다.
따라서 딱딱하고 교조화된 교리보다는 개인의 영적 체험과 공동체적 실천신앙을 중시한 초기 기독교공동체에서 신앙생활의 지혜를 얻고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신앙공동체의 패러다임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살아가는 참사랑의 공동체를 이 땅에 실현할 수 있는 방안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종교는 가정을 중심으로 참사랑을 체득하고 훈련함으로써 이웃으로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인격자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 일은 성직자보다는 부모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더욱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의 역할은 줄어들고 가정의 책임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가정에서 하나님을 중심한 신앙생활을 하게 되고 모든 인간이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에 대한 훈련을 하게 된다면 하나님나라 공동체는 자동적으로 이 땅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예배의식이나 신앙행위에도 큰 변화가 오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사랑은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동체사회를 유지·발전시키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성인들의 핵심 가르침인 사랑의 실천은 미래종교의 중요한 관심 사안이 아니 될 수 없다고 저자는 보았다. 특히 남을 위해 자기를 내려놓는 사랑은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와도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상사회 건설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란 점에서 사랑의 경쟁에서 이기는 종교만이 주류종교로 남게 될 것으로 강조했다.
지은이 권오문 소개
종합일간지 종교 전문기자로 오랫동안 현장을 취재하면서 수많은 특종기사를 발굴했고, 여러 권의 종교 관련 서적을 펴냈다. 대표적인 종교 관련 저서로는 김수환·정진석 추기경과 혜암·서옹 조계종 종정 등 종교계 원로들을 인터뷰한 《산다는게 뭔고하니》를 비롯해 《신(神)의 시크릿코드》 《이웃종교를 위한 변명》 《성인에게 길을 묻다》 《종교는 없다》 《분노하는 신》 《예수와 무함마드의 통곡》 《한순간을 영원처럼》 《섭리사의 무거운 짐을 지고》 등이 있다. 이밖에 《일본천황 한국에 오다》 《말 말 말》 《디지털문화읽기》 《신가족시대 행복만들기》 《바다경영,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논술 심층면접 한 방에 해결한다》 《전환기의 문화인식》 《글쓰기~ 한방에 끝내기!》 《생각 나눔, 공감 그리고 행복》 등의 저서들도 독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종교의 미래를 말한다》는 저자의 21번째 저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