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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를 통해 본 탐정의 역할과 미래

과도한 민간조사행태는 이제 필요치도 않고 평가받지도 못할 것

김종식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5/03/02 [11:13]

고조선 시대부터 형벌이 가해졌던 간통죄가 폐지됐다. 최소한 간통했다하여 쇠고랑 찰 일은 없어진 셈이다. ‘배우자가 모텔에서 간통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아도 경찰이 출동할 근거와 의무도 사라졌다. 이제 간통의 결과는 민사적(民事的)으로 해결 할 문제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하여 사실관계 파악차원의 두 가지 큰 변화와 흐름을 강조해 보고자한다.

 

▲ 김종식     ©브레이크뉴스

첫째, 그동안 간통죄의 피해자와 경찰은 그 입증에 애를 먹었다. 성교(삽입)행위 유무 확인이 사건 처리의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간통(성교)하는 장면을 목격(촬영)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정도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배우자나 경찰이 어렵게 현장에 임하면 간통 직전이거나 상황이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작 정액이 묻은 휴지나 모텔을 드나든 흔적 등을 발견하는데 그치기 일쑤였다. 형법상 간통죄의 주된 이론인 삽입설(揷入說)에 의할 때 이런 것만으로 간통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법원은 여러 정황에 기초한 경험칙(經驗則)으로 어렵게 간통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아렇듯 간통죄의 입증에는 결정적 상황(삽입상태) 포착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간통 피해 당사자는 그 순간을 용의주도하게 채증해 줄 전문인를 찾게 되었으며, 그들이 바로 민간조사원(사설탐정)이다. 물론 아직 법제화 이전이라 음성적이다. 일부에서는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간통관계가 의심되는 남녀를 밀착 추적ㆍ촬영하거나 간통하는 방실에 난입하는 등 일탈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채증 행태는 곧 사립탐정(민간조사원)에 의한 대표적인 사생활 침해 사례로 적시되어 왔다. 사실 민간조사업(탐정업)이 도입되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논리의 요체가 바로 이것이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사립탐정을 일반화ㆍ직업화하고 있으나 탐정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그리 우려하고 있지 않음은 이들 나라에서는 간통죄가 오래전 폐지되었음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에 반해 민사상 부정행위(不貞行爲) 입증은 형사상 간통죄 입증방법에 비해 훨씬 쉽다. 민사(가사)사건에서의 ‘부정행위’는 간통죄 보다 매우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간통은 있을 수 있는 여러 유형의 부정행위 중 하나에 불과한 정도이다. 즉 이혼사건에서는 종전의 간통죄 입증 때 처럼 무리하게 현장을 덮쳐 사진을 찍을 필요까지 없다. 배우자가 간통 상대와 모텔을 드나드는 사진 한 장만으로도 부정행위가 인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실제 성교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떠나 다른 여성과 모텔에 들어가 두어 시간 머물다 나왔다면 그것만으로도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과거 간통죄 입증에서는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기댈 언덕이 없어졌다. 민사소송에서는 피해입증 책임을 전적으로 당사자가 지게 되는 것인 바, 이때 생업과 전문성 결여의 문제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직접 찾아 나설 수 없다면 부득이 민간조사원이나 변호사에게 사실관계 파악을 의뢰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과거와 같은 불법ㆍ부당한 조사행태를 보인다면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할지 모른다. 오늘날 시대가 요구하는 민간조사원의 최대 덕목이 절제력과 도덕성이라는 점을 시민들이 더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제도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민간조사업(사설탐정)은 간통죄 폐지를 계기로 대단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음을 자각해야 할 때이다.

 

둘째, 형법상 간통죄가 존재할 때에는 간통을 한 사람은 이혼소송을 제기 할 수가 없었지만(유책주의), 간통죄가 폐지됨으로써 간통을 한사람도 혼인의 사실상 파탄상태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 할 수 있는 여지(餘地)가 열렸다(파탄주의). 즉 파탄을 야기한 사람도 이혼을 떳떳하게 청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기인하여 보라는 듯 터놓고 간통을 한 후 마치 파탄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양심을 보이는 양 ‘가정이 돌이킬 수없는 상태로 파탄났다’며 스스로 이혼을 청구하여 배우자를 떠날 수밖에 없게하는 형태의 파탄주의를 악용한 술책적 부정행위(각본에 의한 배우자 내쫓기 음모)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는 위자료라는 명목으로 상당한 돈을 선뜻 내놓을 수 있는 계층에서 특히 나타날 개연성이 높은 행태이다. 실지 간통죄가 오래전 폐지된 미국ㆍ영국ㆍ일본 등의 탐정들은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단순 채증에 그치지 않고 부정행위의 배경과 진위(음모)까지 살피는 일을 과제로 해온지 오래다. 그런 악행이 적잖게 횡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도 복잡ㆍ다양한 생활 양태와 소송구조의 변화에 사적(私的)ㆍ능동적으로 조력 할 수 있는 합당한 민간조사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2011년 9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이미 사생활 보호를 위한 확고한 토대가 마련된데 이어 간통죄 폐지로 그동안 가장 큰 사생활 침해요인으로 대두되어 왔던 간통혐의 입증과정에서의 무분별한 채증 등 사생활 침해 우려 요인이 크게 해소된 점은 민간조사업(사립탐정)의 직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오늘날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환경변화로 여겨진다.

kjs00112@hanmail.net

 

*필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헤럴드경제 민간조사학술전문화과정 주임교수, 경찰학⋅경호학⋅민간조사학 등 강의 10년, 법무부 및 경찰청 정책 평가단, 전 용인⋅평택 정보계장(경감, 정보업무 20년), 민간조사학⋅경찰학⋅경호학⋅정보론⋅선거론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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