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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현(擧賢)이야말로 정치와 통치술의 요체

경계 허물고 좌와 우도 버리고, 학벌이나 지역도 무시하고..

박석무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5/01/26 [11:25]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옳고 바른 사람이 하는 정치야 바르고 옳은 정치가 되지만 옳지도 바르지도 못한 사람이 하는 정치는 좋은 정치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같은 전제군주 정권 아래서도 어진 이를 천거하고 천거 받는 「거현(擧賢)」이라는 훌륭한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임금이 조금 혼우(昏愚)한 경우라도 어진 신하들의 보필을 받아 크게 잘못이 없는 정사를 펼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현’이야말로 정치와 통치술의 요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박석무     ©브레이크뉴스

 
다산은 『목민심서』「칙궁(飭躬)」 조항에서 “온 세상을 통치하는 일은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天下事 非一人之所爲也).”라고 전제하고 「거현」 조항을 두어 어진 신하들을 천거 받아 그들에게 임무를 분담시켜 나라를 제대로 다스려야 한다는 대원칙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다산 개인의 의견이 아니었습니다. 공자(孔子)도 정사하는 법은 거현을 힘쓰는 데 있다 하였고,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반드시 어진 사람 등용하기를 급무로 삼아야 한다는 많은 옛사람들의 주장도 있었습니다.

  
한(漢)나라의 문제(文帝)를 예로 들었습니다. “현량(賢良)하고 직언(直言)과 극간(極諫) 할 수 있는 사람을 천거하라.”라는 말을 인용하여, “거현은 목민관의 본질적인 임무(擧賢者 守令之本務)”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어진 이를 천거하는 일은 공직자들의 기본적인 임무이고, 이 천거를 받은 통치자는 이들을 임명하여 적재적소에서 일하게 해주는 일이 또 기본적인 임무라는 뜻이었습니다. 아무리 위대한 통치자라도 세상일을 혼자서 다 해낼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래서 용인(用人)이 거론되고 거현이 논의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산의 주장에 따라 오늘 우리 현실을 점검해 봅시다. 청와대에, 정부에, 여당에, 야당에 과연 어진 이들을 천거 받아 어진 이들이 임무를 맡아 제대로 일하고 있는 곳이 한곳이라도 있는가요. 현량한 사람, 직언을 하고, 극간을 하는 어진 이들이 자리 잡고 있는가를 살펴봅시다. 청와대와 정부야 국민의 지탄을 받는 요즘이어서 제외시키더라도, 여당이나 야당에 제대로 된 어진 정치인이 몇 사람이나 있을까요. 당내에 인재나 인물이 부족하다면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하여 어진 이를 천거 받아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일은 왜 하지 않으며, 그만그만한 사람들이 도토리 키 재기 하듯, 당내 선거나 당내 천거로만 지도자를 뽑고 있으니 될 법이나 한 일인가요.

  
경계를 허물고 좌와 우도 버리고, 학벌이나 지역도 무시하면, 만인이 현자라고 여기는 어진 이들은 도처에 있기 마련입니다. 수천만의 인구 중에서 어진 이가 없다면 말이나 되는가요. 현자의 능력을 지니고도 전야에 숨어 사는 인물이 얼마나 많은 세상입니까. 삼고(三顧), 사고(四顧)의 노력을 아끼지 말고, 정치 안 하겠다는 사람 중에서 골라내야 진짜 어진 이를 발굴할 수 있습니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정치를 직업으로 여기는 사람 중에서는 절대로 어진 이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거현이 급무다”(擧賢爲急)라는 다산의 깊은 뜻을 헤아려야 합니다.

 

*필자/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고산서원 원장  · 성균관대 석좌교수.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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