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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서지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12/15 [15:50]


우리는 나이든 노인을 위로하는 마음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로 위로를 한다. 그러나 그런 위로가 마냥 위안이 될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나이 드는 것을 거부하는 ‘노화기피현상’에 빠져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의 정신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내 늙음은 죄가 아니듯, 그대 젊음도 축복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얼굴에서 본인의 나이가 드러나는 것은 자기관리 부족으로 간주하고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려고 노력들을 한다. 젊음을 매력으로 여기는 세태가 만연해 지고 있다. 이는 직장에서 45세가 정년이라는 뜻의 ‘사오정’이나 56세까지 붙어 있으면 도둑이라는 의미의 ‘오륙도’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뒤처지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79세의 자니 윤에게 그 나이에는 집에서 쉬라고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설훈 의원처럼 점점 나이든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인생무상이 떠오른다.

안정된 결혼생활을 누리며 신세대 못지않은 감각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30대 중반의 여성들을 ‘나오미족(Not Old Image)’,이라 부른다. 가정은 물론 자신에게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년여성을 ’나우족(New Older Women)’, 더 이상 아저씨이기를 거부하는 중년남성을 ‘노무족(No More Uncle)’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그들만의 문화와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 속에서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는 이들 새로운 계층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나이 드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육체적인 기능 저하와 함께 일생 중 가장 책임과 권리가 많은 시기인 인생의 전성기에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중년층의 정신적인 허탈감과 중압감, 현재 지위를 유지하고 싶다는 강박관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의 정신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우리의 주름살을 늙게 하지만, 열정적인 마음까지 시들게 하지 못한다. 고뇌, 공포, 실망 때문에 기력이 쇠할 때, 비로소 마음이 시들어버리는 것이다. 노전(老前)생활이란 말이 없듯이 노후(老後)생활이란 말도 틀린 말이다.

우리가 그저 계속 나이를 먹어가고 있을 뿐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도전이다. 젊은 시절부터 추구해 오던 것 중에는 물질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이러한 공허함은 오직 정신적인 만족으로만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적가치(靈的價値)나 의미에 의해서만 충족될 수 있는 ‘실존적 공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정신적이고 영적인 문제에서 궁극적인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삶의 마디마다 사랑의 감정으로 채워야 한다. 이러한 사랑은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실천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처음 형성된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사랑받았다는 기억 하나로 용감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그들의 사랑을 자녀들에게 각인시켜줘야 한다. 사람이 늙어간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의학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조금씩 늙어가는 것이 인생이다. 가을의 낙엽은 저렇게 화려하게 종말을 맺고, 저녁노을에 지는 해가 저렇게 아름다운 것은, 내 인생도 저렇게 아름답게 종말을 고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자. 우리네 노인들도 아름다운 생을 마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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