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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넘긴 나이부터는 어쩜 나이를 든다는 게 슬픈일일 수도 있다. 건강 면에서 젊은 시절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젊었을 때부터 노인역을 소화해냈던 이신재라는 탤런트를 만나게 됐다. 가까이서 대면, 직접 본 그는 노인답게 늙었다.
그의 친구로 지내고 있는 한 지인과 함께 선술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는 암과 투병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제 나았다며 소주도 몇 잔 했다. 그에게 대본을 암기하는 방법을 물었다.
“극에서 대본이란 원래 자기 역할의 대본과 상대역의 대본까지 모두 외워야 해요. 지금도 정신집중해서 대본을 서너 번 읽으면 다 외울 수 있어요.”
그는 KBS 공채5기 출신이다. 이정길, 백일섭 등이 그의 동기다. 그런데 그는 젊었을 때부터 노인역을 도맡아했다. 그는 근년에 질병으로 몇 년의 연예인으로서 공백기를 가졌다고 했다.
“5년여 암투병을 했어요. 그 기간에 연기자 생활을 중단했었죠. 그러나 건강해졌어요. 이제부터 노인역을 맡으면 잘 소화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활짝 웃었다. 식사 시간 내내 연기자 생활에 대해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저녁을 함께 하는 이들의 화제를 따라 이야기하고 더불어 웃었다.
탤런트 이신재가 말한 “이제부터 노인역을 맡으면 잘 소화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이 며칠간 귓속을 맴돌았다. 삶의 끝까지 가 본 연예인, 이신재의 소망이 담긴 한마디 말이다. moonilsuk@korea.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