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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의 “인체에는 무해”..믿을 수 있나?

‘카스 괴담’ ‘가성소다 사태’ ‘벤조피렌 논란’ 등 늑장대응에 공분

유채리 기자 | 기사입력 2014/08/27 [20:13]

브레이크뉴스 유채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오비맥주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논란과 관련 “산화에 따른 냄새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늑장대응과 미심쩍은 조사 결과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제품이라면 나지 않아야 할 소독약 냄새가 확인됐지만 식약처는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 등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되레 관련 민원이 40여 건 이상이나 접수됐음에도 두 달이 지나서야 정밀 검사에 나서면서 한 발 느린 대응으로 논란을 키우는데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카스 괴담’을 비롯해 지난해 오비맥주의 ‘가성소다’ 혼입 사태, 농심 너구리 벤조피렌 검출 논란까지 식약처의 유래 깊은 늑장대응은 또 다른 논란과 불신을 야기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식약처는 “카스의 냄새는 산화취가 주요 원인”이라며 “맥주 유통 중 고온에 노출시킬 경우 맥주 원료인 맥아의 지방성분과 맥주 속의 용존산소가 산화반응을 일으켜 산화취의 원인 물질인 ‘트랜스-2-노네날’(T2N)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카스는 용존 산소량이 250ppb 수준으로 국내외 맥주에 비해 2배 가량 많은데다, 일부 도매업소에서 맥주를 외부에 야적해 맥주 표면온도가 40℃까지 올라가 산화가 유발됐다.

 

즉 용존 산소량이 비교적 많다는 제조 과정의 요인과 더운 날씨에 맥주를 바깥에 쌓아뒀다는 유통 과정상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소독약 냄새와 유사한 냄새를 만들었다는 것.

 

조사 결과가 나오자 전문가들의 의구심이 쏟아졌지만, 어딘지 부족해 보이는 해명보다 더 큰 문제는 식약처의 대응이다. 식약처는 오비맥주에 원료 및 제조공정 관리 등을 철저히 할 것을 시정 권고를 하고 주류도매점 등에 고온 노출을 피해달라고 ‘요청’하는 수준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관련 민원은 올해 6월 18일 처음 제기됐고, 이후에도 40여 건 이상이나 접수될 때까지도 식약처는 적극적인 원인규명에 나서지 않았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동안 SNS 등을 통해 이른바 ‘카스 괴담’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소비자와 업체 모두의 공포·불안감은 확대됐다.

 

지난해에도 오비맥주는 가성소다(양잿물)가 혼입된 맥주가 유통돼 한바탕 몸살을 겪어야 했다. 이때에도 역시 식약처는 양잿물로 불리는 가성소다를 ‘식품첨가물’로 보고 “위생상 문제가 없다”고 오판하면서 사태를 그저 수수방관했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산화취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식약처의 결론에 쉽게 믿음이 가지 않는 이유다.

 

오비맥주는 당시 ‘워낙 극미량만 희석됐기 때문에 정상제품과 pH농도나 잔류량 등에서 차이가 없어 인체에는 전혀 무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가성소다는 관련 법규상 식품첨가물로 유해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법에 따른 행정처분대상이 아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사과문에 게재된 전문가가 식약처 직원이었고 위해성검사도 하지 않은 채 무해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어떠한 자체적인 검증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맛가루 파동’ 당시에도 식약처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판단으로 국민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 넣었다. 밥에 뿌려 비벼먹는 맛가루, 소위 ‘후리카케’를 만드는 식품제조업체에 사료용 다시마 등 불량원료를 납품한 업자들이 불구속 입건됐고, 경찰은 문제의 맛가루를 식재료 폐기물로 만들었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이때에도 식약처는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정부기관인데 한쪽은 먹어도 상관없다는 결론을, 다른 한쪽은 먹지 못할 음식이라는 모순된 결론을 내놓은 것. 식약처는 “해당 제품이 저질 원료로 만든 건 맞다. 하지만 선별, 세척, 건조 등 가공 과정을 거쳐서 인체 유해성은 없다. 또 해당 원료로 만든 제품을 수거해 살펴보니 이물질, 식중독균, 대장균 기준이 모두 식품에 적합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경찰 수사와 조사 결과가 다른 이유에 대해 “경찰은 원료 자체의 건전성을, 식약처는 완제품의 유해성을 조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곧바로 “(이번 발표가) 경찰의 발표 내용과 차이가 있어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불만을 드러나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초 농심의 너구리 등 일부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던 사건도 빼놓을 수 없는 사례로 꼽힌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검출된 벤조피렌 양이 인체에 해롭지 않은 만큼 유통에 문제가 없다고 판한다고 “안전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여론의 뭇매와 국회의 질타가 쏟아지자 불과 며칠 만에 이를 뒤집고 업체에 자진 회수 조치를 내렸다.

 

벤조피렌이 든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공급받은 9개 업체 30개 수프 제품을 분석한 결과 20건에서 벤조피렌 1.2∼4.7ppd이 검출됐지만 우리나라 훈제건조어육 기준(10ppb이하)보다 낮고, 해당 제품 섭취로 인한 벤조피렌 노출량은 0.000005㎍로 조리육류 0.08㎍보다 1만6000배 낮다는 것이 애초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안전상 문제가 없는 만큼 유통 중단이나 회수 등의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돌연 “검출된 벤조피렌의 양은 라면을 매일 먹어도 안전한 수준이지만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회수를 결정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 같이 식약처의 오락가락 행보에 당초 이를 믿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업체들은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를 다루는 만큼 보다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식품 위생 및 안전 문제의 1차적인 책임은 제조사에게 물을 수 있다.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관련 법조차 제대로 없는 것도 문제지만, 관리·감독에서부터 사후 대처까지 뒷북 행정에 늑장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식약처를 향한 비난과 불신은 또 다시 되풀이 될 전망이다.

 

chaeri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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