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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아들 잃고, 가문의 代가 끊길까 두려운 국민들!

“부디 이번 추석을 통하여 밥상머리 교육을 후손들에게 내려주소서”

이래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8/14 [15:43]

추석을 앞두고 선영 벌초문제로 팔순노모께 전화 드리니 돌아온 대답이다. “여그 저그서 빠져죽고 맞어 죽는다는 숭악한 것만 나옹 게 나 심장 떨려서 텔레비 안 본다. 올 것 없다! 추석 맹절(名節)이 밸(別) 것이다냐? 정갈허게 물 떠놓고 조상어른 잘 뫼시면 되느니라. 팽구는 선영으서 돌봉게 조상 안 뵌다고 어설프게 지사지내면 안된다. 물 한사발이라도 정갈허게 떠놓고, 늬 아버지가 생전에 맨날 좋아하던 호박전이나 푸짐허게 부치고, 나물에 국 밥이면 된다. 건강허게 찍소리 없이 사는 게 효도다. 팔순잔치는 괜히 돈들이고 뷔페헌다고혀도 촌 늙은이들 이가 없어서 먹지도 못허고, 조미료로 처발러서 느끼헌 음식 다들 안먹는다. 쇠털같이 수많은 날이 팽구를 기다리는디, 우리야 갈날이 오늘낼이다. 괜히 부산떨지 말거라. 8만원 주더니 이번달은 20만원 정부서 나왔다. 그놈이면 충분허다. 올 가실농사나 마치고 겨울에 뜨뜻한 양노당으서 내가 알어서 대접헐랑게 늬들이나 짝소리 없이 팽구 잘 간수하고 살거라! 그것이 부모 맴 편허게 허는 것이다.”

 

▲ 이래권 작가     ©김상문 기자


팔순 모친의 말씀에 맘이 짠하고 한방 얻어터진 것 마냥 가슴을 쥐어짠다.

 

“아따, 어머니도 국가공무원이 되야부렀소 잉. 맘팬히 계시오, 어머니....”

 

서른에 청상과부되어 사남매를 기르고 전주이씨 종가를 지킨 여장부 어머니도 이젠 독자손자 15세 평구를 입에 달고 사신다. 배 뒤집히고 윤일병 맞아죽는 것을 티브이로 보시고 안절부절 모친은 벌써부터 평구 군대갈 날 얼마 남았느냐고 물어오신다.

 

◆죽은 조상이 살아있는 후손을 교육시키는 것이 추석!

 

전주 이 씨 익안대군파 대림도공파 18대손이 너다. 7세에 부친을 잃은 나에게 당숙부님들은 귀가에 닳게 훈육하셨다. 명예와 의무는 주고 살아갈 방책은 무덤덤하게 흐리멍텅한 훈계였다. 부친이 독자로 내 나이 7세에 선망 하신 뒤 나는 명절 때마다 성주상(姓主床-태조 李成桂)과 뒤뜰 장광과 부엌에 조왕신 조상신 문밖 거렁뱅이 객사한 영혼  등 상을 차렸다. 빈궁한 살림에도 예도를 갖추느라 어머니와 나는 등골이 휘었다.

추석이 가까워진다.


팔순의 노모가 상을 차리기엔 너무 힘드실 것 같아 서울로 제사를 모셔오긴 했지만, 그래도 성묘를 가기엔 벅찬 인생이라 불효를 무릅쓰고 한자 적는다. 뿌리 없는 줄기와 가지가 어디 있으랴? 가끔 힘겨워하는 아내가 명절을 힘겨워하면, 컴퓨터로 온갖 산해진미를 차리고 엔터키를 누르자고 마음 밖의 얘기를 해보기도 했다. 나의 선문답이 아내는 헷갈리는 모양이다.

 

그래서 찾은 답이 열흘 전부터 하나하나 음식을 차려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하루 전에 해동하고 뎁혀 차례상에 내놓는 불효의 가식적인 조상음덕을 기리는 쪽으로 합의를 봤다. 마음에 불효와 불충의 회한을 달래려는 얄팍한 생활편리 술책이리라.

 

홍동백서 어동육서 일배삼첨작 초중종 재배 삼례를 외동아들에게 앵무새타령으로 말하지만 어찌 알리요? 저도 늙어 병들고 죽을 시기에는 스스로 깨닫고 父情의 깊은 뜻을 알리라! 各돈다. 아무리 화장해도 백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유학 가서 자기 민족적 정체성을 깨달는 부류도 있다. 배우러 간 주제에 현지적응도 못하고 돌아와서 리더도 못되는 인간들이 허다하다.

 

◆내리사랑은 쉬워도, 아랫사람이 조상모시기는 힘들다

 

부자야 끼리끼리, 예쁘고 학식 높아 지랄방구 전략결혼해도, 무녀리 지지리 궁상도 사랑은 있어 새끼 낳고 살다보면 다 그저 그런 삶으로 전락하여 똑같이 세월의 끝에서, 있는자는 요양병원에서 신고려장 당하고 없는 자는 골방에서 미이라 될 때까지 말라죽는 이도 있으나 죽음의 끝은 평등하나니 인간답게 소풍 왔다 가는 게 인생이다.

 

명절증후군? 배부른 소리 지껄이고 있네!  의자에 앉아 컴퓨터 자찬만 두드리니 허리 아프고 어께 결리지! 머리 좋아 직장생활  중에 남편 개 부리듯 하다가 고스톱 치는 남편의 이중성을 오징어다리로 미주알고주알 마타도어하고 싶지? 남지는 싸고 여자는 받는 거야! 누가 더 힘들겠니? 기둥서방 호스트도 아닌 각박한 생존경쟁의 사회에서?

 

◆요즘 명절증후군은 강남며느리들 배부른 소리들!

 

너 닮은 딸  너 닮은 아들이 생긴다면 그것이 너의 복이고 인과응보가 되리라. 내가 어때서? 그래. 너 닮은 이기적이고 허장성세 허풍선이가 네 자식으로 태어난다면 그것이 업보니라. 그래도  강남의 글로리가 우세한 인조인간 인위적 생산시대라지만, 강북의 찌질이 가문에서 龍도 태어나느니라. 겸손하고 인간미 넘치는 가족을 꾸리는 것이 답인데, 학벌 직장 가문을 버리고, 한 인간의 미래 가치를 선택해야 삶이 풍요롭고 미래가 튼실해지느니라.

 

◆나는 집을 팔아, 15세 아들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나는 국민연금 관리공단에서 무직자 저소득자로 분류하여 “귀하는 해당사항에 불급하여 연금납입자가 아님을 통보합니다.” 라고 통보받았다. 사실 무직자이고, 공무원 마누라와 아들 뒤치다꺼리하는 놈팽이 전업주부다. 수입이래야 들쑥날쑥한 사주쟁이 수입으로 우울증 당뇨약 술값 등을 제외하면 한 달에 백만원 정도 남으니 최저생계비를 버는 극빈자다. 내 주관은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자. 어차피 너무 먹어서 생긴 당뇨병이니 절식이 당뇨개선에도 도움 된다.

 

한 달 백만 원 저축하다 팔십 전에 스트레스 받고 죽느니 다 털어버리고 투자를 해야겠는데, 어디 점포자리 살만한 돈도 없다. 그래서 삼년 전부터 다 털어버리기로 작정했다. 부족한 돈은 열 평짜리 빌라를 팔아 아들 눈뜨게 하기로 작정했다. 옛다! 애비 말년은 걱정말라. 너나 살고 이웃을 도와라는 측면에서 아들에게 올인 했다. 그냥 인간이 되는 게 아니다. 세계를 휭 한 바퀴 돌아보고  안목과 의무를 가지라는 측면이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겸손하게 세계여행 중에 보고들은 바를 겸손하게 전파하라는 의미도 있다. 나의 투자는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울시가 인정하는 수학 영재수업을 받고 있다. 학원은 한군데도 보내지 않고 있다. 내 나이 55세, 무슨 부귀영화가 있으랴? 우울증+당뇨+하지정맥+팔다리 인대파열. 하루하루의 생존에 감사하고 살고 있다. 아프리카를 빼놓고, 방학 중, 세계여행을 시키고 있다. 불확실한 한국경제의 미래를 극복하는데 일조할 불쏘시개로 내 아들이 사회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올인 했다.

 

집 팔고 빚내서 자식 3개년 계획으로 세계여행 보낸 아버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뭔가 아끼고 쥐어짜야 했다.

 

반찬값 아끼려고 옥상에 두 평 남짓, 흙을 이고지고 퍼 올려 이년 만에 밭을 만들었다. 올해는 밭에 고추를 심었다. 고추장아찌를 담갔다. 너무 아린 맛이다. 동네 할머니가 조언을 해주셨다. 바늘로 콕콕 쑤셔서 식초에 담갔다가 간장 반 물 반 끓여서 돌로 눌러 놓으면 아린 맛이 사라진다고.


그대로 했다. 아린 맛이 사라졌다. 박사보다 낫다. 서너 달 밑반찬은 건졌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정답이다.

 

내 뼈와 살은 구워삶고 짜내도 아들(후대)에게는 나의 고난의 역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父情이다. 그런 나는 모정을 배반하고 있다. 제사를 서울로 모셔온 이후로 십년 넘게 선산을 찾아보지 못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할리우드 요세미테 공원 여행 중이라고 카톡이 왔다. 나는 그냥 잘 보고 배우고 남에게 경험을 얘기하라고 하며 카톡을 끊었다. 단순히 여행 갔다면 나의 투자는 실패다. 갔다 와서 친구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 성공이다. 아내와 아들이 미국여행 간 뒤로 하루 두 끼만 먹는다. 살이나 빼고 돈도 벌자는 심산이다.

 

◆연세대 근처의 무수한 고시원과 원룸 사이에 내가 산다.

 

2014년 추석! 과연 몇이나 고향에 갈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컵라면 빈 그릇과 소주병이 널브러진 고갯길을 올라, 꼭대기 빌라에서 올해도 귀향치 못하는 서민과 중산층에 긴 내 자신을 보면서 반성한다.

 

전주이씨 익안대군파 18대손 이래권 올해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길바닥에 컵라면 빈 소주병이 널브러진 연대 앞 허름한 빌라에서 20년을 견디고, 이 나라 희망 없어 여차하면 뜨려고 집팔아 아들 세계여행 시키고 있다. 국수주의 봉건주의 애국주의 쇄국주의 방안의 퉁소 사대주의  등등, 우린 이미 너무 젖어 있다.

 

올 추석상에 중국산 호주산 어류 칠레산 포도 미국산 오렌지가 서민 제상에 올라갑니다. 조상님들! 글로벌한 대한민국을 용서하시고, 이국의 풍미를 그냥 맛보시고, 발길이 쪼그라든 명절모임을 너무 탓하진 마십시오. 이것이 후손들이 처한 환경입니다. 손자들이 군대 가서 해마다 백 명 넘게 죽고 수천이 머리 골병드는 후손을 굽어 살펴주소서. 올 추석은 유난히도 죄송스러운 명절입니다. 멀쩡한 학생들 교사 일군들 304명이 바다에 빠져죽고, 군대가서 죽을 때까지 집단폭행으로 손자들이 잔인무도한 자들에 의해서 죽어가는 갑오년 추석입니다. 용서하십시오. 후손들의 군대생활에 조상님들 영가들께서 총출동을 요청합니다. 나라 지키러 갔다가 피멍든 시체되어 독자들이 나와 대가 끊기는 가정도 부지기입니다. 부디 이번 추석을 통하여 밥상머리 교육을 후손들에게 내려주소서. 남 괴롭히는 악업을 끊고 선하고 강한 자식들로 변하여 고향의 부모님 곁으로 돌아오게 천지신명이시여 굽어 살피소서. samsohun@hanmail.net

 

*필자/삼소헌 이래권. 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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