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가 살아 있을 수 있는 생명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그것은 혼란일 것이다. 대체로 언론을 믿을 수 없을 때 유언비어가 판치게 된다. 국가혼란 상황이 발생, 계엄이 내려지면 언론이 통제되어 유언비어가 기승을 부린다. 또는 접근하기 힘든 지역에서 사건사고가 발생 했을 때도 유언비어가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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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로부터 먼 곳에서 발생했던 세월호 침몰사건 이후, 유언비어가 순식간에 전국화 됐다. 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의 과정에서도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는 것. 지금은 인터넷이 소통의 중심에 서 있고, 스마트폰이 대량보급된 시대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유언비어가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지금까지 유언비어로 확인된 말들은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해경이 민간잠수부의 구조를 방해하고 있다”
“선체 내부 식당에서 시체를 확인했고 상부에서 시체를 꺼내지 말라고 했다”
“세월호 침몰은 미군 잠수함과 충돌한 것이 원인이다”
“한미연합훈련으로 세월호가 항로를 바꿨다”
“민간 잠수사들이 물속에도 가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내가 물어보니 민간 잠수사들이 하시는 말씀이 UDT가 못 들어가게 한다”
“학부모 대표 25명과 민간인 잠수부하고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
“해양경찰청인지 어디서 지금 저희들 민간 작업하는 것을 막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기획된 음모이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2반 ㅇㅇㅇ입니다. 선미 쪽에 있는데 유리창 깨질까봐 무섭네요”
이런 류의 유언비어가 사실인양 시중에 나돌게 되자 경찰이 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18일 세월호 침몰과 관련 유언비어 단속사례를 발표했다. 경찰청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실종자 가족과 현장 수색·구조 활동에 혼란을 주는 유언비어를 올리거나 배포할 경우 엄정조치 하기로 했다”고 전제하고 “실종자들이 배 안에 생존해 있으며 구조 요청을 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떠돈 문자와 SNS 메시지 6건은 모두 허위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심은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국민도 근거없이 떠도는 각종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 것”을 요망했다. 경찰은 유언비어를 퍼트리거나 악성 게시물을 올린 4명을 붙잡았다고 한다.
세월호 침몰사건에도 누가 이념이라는 굴레를 뒤집어씌우는 것일까? 지식인들도 이 혼란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 보수지향의 지식인은 세월호 침몰사고를 “기획된 음모”로 몰았다. 그는 “겉으로는 노인 선장과 20대의 여성 등의 미숙함으로부터 발생한 우연한 사고처럼 보이지만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밀하게 기획된 음모처럼 보인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월호라는 배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이 사건은 단순한 해안사고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에 보수-진보라는 이념을 뒤집어씌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세월호의 침몰에서도 역시나 분단민족만이 가질 수 있는 비애의 한 단면을 엿보이게 했다. 개화된 문명시대에 비이성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moonilsuk@korea.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