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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왔네 봄이, 500원으로 차린 저녁밥상!

봄 식탁! 우리민족은 봄이면 산과 들에서 식재료를 구해

이래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4/11 [10:18]
봄이 왔네. 봄이 와~ 벚꽃을 볼래! 냉이국을 먹을래? 난 사쿠라 보다 냉이국이 기다려진다. 난 한때 요리사였다. 그것도 일본 호주 미국에서 파티요리 주문이 오면 빠르고 맛있게 요리했다. 물론 자격증은 없어도 돈은 받았으니 봉이 김선달쯤 되는 짝퉁요리사였다. 요리는 재료와 요리사의 개성과 부단한 신개발 메뉴제공에 있는 것이다. 난 태어나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 월급봉투로 마누라가 애태울 일도 없고 얇은 봉투로 마누라에게 허세부릴 여유도 기회도 없었다.
 
▲ 이래권 작가     ©김상문 기자
봄 식탁! 우리민족은 봄이면 산과 들에서 식재료를 구해, 봄 들판을 헤매며 원기를 돋울 춘궁기에 필요했다. 그중의 으뜸은 재료획득이 우선이었다. 제철음식이 가장 자연적인 것인데, 제철 재료를 구하는 것이 요리의 절반이다. 식자재는 그날그날의 경매가에 따라 도소매 값의 변동률이 있다지만, 어제 길바닥 좌판 할머니한테서 산 무는 개당 500원이었다. 오백 원 달랑 내고 꼬장꼬장하게 한 개를 사면서 500원을 거슬러달라기가 무안하고 민망해서 1000원 내고 두 개를 샀다. 쑥 미나리 쪽파, 상품성을 상실한 딸기며 한 이십 여개 품목을 파는 팔순 할머니였다. 할매는 등허리에 지고 다니면서 키운 애기는 안 보인다고 했다. 나는 스마트폰 메인화면에, 제 엄마 보다 머리 하나 위로 솟은 아들을 보여드렸다. 워메, 엄청 나네! 그간 얼매나 고생했소? 시상에, 벌써 시오륙년이 됐네. 애 크는 건 모르고 대문 앞 저승사자 기다리는 내 늙은 것은 모르고 살았으니……. 다른 것도 좀 사지 그래요? 사실 나는 주머니에 이천 원이 있었다. 내 경제관은 마누라한테 매일 수입을 준다. 그러다보니 마누라가 용돈을 주면 받고 아니면 먼지 날린다. 요즘 상춘객 나들이 시즌이라 손님이 부쩍 줄었다. 차마 ‘요즘 개털입니다.’ 라고 궁색한 살림을 할매한테 변명하자니 서로의 상처가 될 것 같아 묵묵히 무 두 개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싱크대에 무를 올려놓고 요리 가짓수를 조용히 디자인했다.
 
식구가 셋이니 다람쥐마냥 많이 이것저것 오래도록 쌓아놓고 흐뭇한 겨울을 나기엔 아직도 나는 호사스런 잔치라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름 생활철칙을 세우고 살아왔다. 나는 우선 무 하나를 세 동강이로 나눴다. 하나는 채를 썰었고 다른 하나는 나박나박 하게 썰어 소금을 쳐뒀다. 한 토막은 약간 두툼하게 썰어 다른 그릇에 담아뒀다. 고민은 치열하게, 선택과 행동은 빠르게! 가 내 생활철칙이다.
 
채 썬 무 한 토막은 끓는 물에 이삼 분 끓였다가 채로 걸러냈다. 무의 아린 맛이 사라질 정도로 빨리 끓이고 적정한 시간 안에 건져 내는 것이 요리의 포인트다. 빠르면 맵고 느리면 젓가락으로 집기도 전에 허리가 부러져 수저로 떠먹어야 된다. 마늘 약간의 깨소금 쪽파 두어 개 들기름 반 스푼을 섞어 살포시 손길로 버무렸다. 무생채 무침이다. 이뇨와 기관지에 좋은 반찬이다.
 
다음은 두툼하게 썬 무를 된장 고춧가루 마늘 생강 간장 멸치 너댓 마리를 가미하여 참치집 무조림 마냥 중불로 오래 끓여 놓으면 달콤매콤한 요리가 된다. 물론 꽁치나 고등어를 얹어 요리하면 금삼첨화겠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마누라의 친환경 위생관리는 더욱 강화되었다. 마누라는 밖에 나가서 돈 벌고 사내대장부는 집에서 살림하니, 또한 원빈 이병헌 용모도 안되고해서 上氣病를 누르고 사는 처지이다.
 
마지막으로, 나박나박 썰어놓았던 무는 소금기를 제거하고 액젓 고춧가루 마늘 쪽파로 무쳐놓으니, 이주일 선생님의 ‘콩나물 팍팍 무쳤냐!’ 란 우스갯소리가 현실에서 가슴 깊숙이 꽂혔다. 무채무침 조림 나박김치를 저녁상에 올려 놓고 나서 마누라 퇴근시간을 기다렸다. 벌이가 신통치 않으니 식단을 팍줄였던 것이다.
 
마누라와 아들이 학교와 직장에서 돌아왔다. 마누라는 직장 급식에서 남은 음식을 여러 개의 비닐봉투에 담아 왔다. 가르치는 학생들이 “설마, 선생님. 그 것 집에 가져가서 드시는 건 아니죠?” “왜? 사람이 먹던 건데 집에서 먹으면 음식물 낭비로 돈도 절약하고 뱃살도 뺄 수 있는데?” 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단다. 요즘 아이들은 배고픔을 모르고 피자다 빵이다 짜장이다 해서 숨을 헐떡거리는 고도비만이 많다고 했다. 서양음식은 우리에게 배고픔을 해결했다지만 소금 설탕 밀가루로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을 선물했다.
 
나는 평시에, 초봄마다 간장 고추장 된장 마늘 쌀 한가마니는 집에 쌓아놓고 산다. 나는 봄마다 이걸 준비하면 한해의 먹거리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일본의 아베가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린다고 하니 생필품 사재기 열풍이 일어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간이 생존하는데 장과 쌀 물만 있으면 전시에도 생존확율이 높다. 일본은 잔돈푼 관리가 철저한 민족이요, 우리민족은 출퇴근 시 버스 지하철을 타고 땀을 삐질거리게 흘려도 명품 하나는 들고 다니는 추세다.
 
요즘 들어 골목 따라 삼천리 노인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 올 초 1KG당 폐지단가가 100원에서 90원으로, 다시 80원으로 20%가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종이 보다는 페트병이나 알루미늄 캔 같은 것을 더 선호하게 되는데, 그것마저도 건물경비원이나 트럭으로 속도전을 감행하는 젊은 사람들과의 언쟁도 부쩍 늘어난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번개탄으로 세상을 스스로 등지는 죽음들이 많다. 신용불량 가정해체 명퇴 비정규직  시급제 파트타임 기초생활 사각지대, 자영업자들의 80% 몰락 등으로 그야말로 세상은 아비규환이다.
 
무데침 나박김치 무조림으로 차린 저녁상에서 마누라가 “아 맛있다! 어데서 가져 온 거야?” 라고 물었을 때 남 말을 잃었다. 요즘 수입이 급감해서 생존술을 발휘했다고는 말도 못하고, “으응, 저기 아래 철물점 있잖아? 그 아주머니가 준 걸 얻어왔어! 허드렛일 조금 거들어줬더니 돈 주길래 안 받았더니 이 요리를 주데.” “그래, 그 아주머니 요리솜씨 한번 대단한데......”

요즘 선거철의 계절풍을 바꾸려는 인위적인 억지 바람을 생산중이다.
 
안철수 새 정치는 끝났다느니, 친노의 부활이라느니, 지분과 공천권 싸움으로 도로 민주당이라는 식의 종편과 댓글 알바들이 설치기 시작했다. 버스값 70원, 1조 7천억의 대부호 정몽준의원은 이제 청바지로 갈아입고 재래시장을 누빈다고 한다. 연평도 포격 직후, 보온병 들고 포탄피라고 자랑하던 안상수 전 의원께선 창원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사람은 재벌인데 대권의 야욕을 불태우고 있고, 한사람은 전국구에서 지역구로 하향지원 중이다.
 
새누리당은 지남 대선에서 지자체 무공천을 대국민약속을 하고서도 홀로 공천제 꿀단지를 차지하려다가, 새정치의 국민여론조사 가부결정을 매도하여 안철수 죽이기에 나선 형국이다. 이는 절반의 국민이 선택한 공천제 무철회 방침을 안철수 위원장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종편 댓글 등을 통하여, 애시당초 이념적으로 다른 타당의 안방을 노략질해대고 있다.
 
국민은 안다. 누가 친일의 잔재요, 대기업 법인세 인하와 공약남발로 국가 가계부체가 폭증하고 있는 지를........ 누가 80년대 군부쿠테타의 탯줄을 이어 생존한 독재정치의 조무래기들인지를.
 
국민들은 안다. 지난 대선에서 국가권력을 이용한 파렴치한 여론몰이로 국기를 흔들었는지도 다 잘 알고 있다. 또한 지키지도 못할 뻥튀기 공약을 정권 잡자마자 접고, 대기업 성장론을 거들고 서민의 유리알 지갑도 모자라, 이제 은퇴한 월세로 살아가는 중산층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지를…….집값 떨어지고 은행 금리 올라가면 담보대출 집주인의 부채를 해결해줄 것인가?
국민들은 안다. 구호는 거창하고 낙하산 인사는 여전히 더 기승을 부리는 지를.
 
국민들은 안다. 안철수 위원장을 죽이고, 친노부활을 언론으로 부추겨 야당의 자중지란을 일으키려는 철면피한 술책을 쓰고 있는지를.
 
나는 정치판을 모른다. 다만, 500원으로 저녁상을 차리는 기술과 생존술응 알고 있다. 당뇨 비만, 무청 시래기 밥을 육개월만 비벼 먹으면 완쾌는 안 돼도 크게 호전은 된다.
 
500원! 나는 500원으로 저녁상을 차렸지만, 냉장창고에 저장하거나  땅에 묻었다가 전기세와 일당마저도 나지 않는 남녘의 이름 모를 늙고 병든 농촌가장들의 속 타는 가슴이 저려온다. 이런, 생산자와 소비자의 눈물을 알아내는 것이 정치다!
 
공산품만 제멋대로 가격을 책정한다. 대기업 건설사의 횡포로 하도급업체가 채산성을 맞추기 위하여 아파트 건설시 철근을 절반 이상 빼고 지었다 한다. 가뜩이나 태안반도 지진으로 민심이 두려운데, 철근 없는 아파트는 강진이 일어나면 하루아침에 공동묘지로 변할 것이다. 대기업의 횡포다. 하청업체 을의 같이 죽자! 는 발악이다.
 
갑을관계 횡포도  잡는 정권이, MB 정부 법인세 인하까지 적통을 이어 받아 월급쟁이 세금만 올리고, 이제 월세 노인 노후자금에서 엿조각 찍어 내가겠다니, 글쎄 난 역시 500원짜리 머리인가 보다.
 
새정치는 앞으로 조정하고 결속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2번 탔다고 해서 공천권 논쟁을 친노가 또다시 일으킨다면 야권은 공멸이다. 새누리는 야당탓할 것이 아니라 원인소재 제공자가 방귀뀌고 성내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종편과 댓글 알바 일베충의 야단법석 갑론을박의 한복판에서, 난 500원으로 마련한 저녁식탁의 풍요로움을 느낀다. 아울러 남녘 들판에서 한숨을 쉬고 있을 늙은 농부의 구부러지고 휘청대는, 초저녁 어스름 귀갓길의 동구밖이 그 옛날 아련히 떠오른다.
 
지난 2월 10일 한-호주, 3월11일 한-캐나다 간에 FTA가 실질적으로 타결 됐다. 축산농가의 괴멸적 타격이 예상된다.

FTA란 관세철폐를 통한 무한경쟁 시대에서, 우리나라에겐 농업을 버리고 공업을 살려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으며, 돌려막기 선택적 시한폭탄이 아니라 반드시 농가가 파편을 고루  계속적으로 맞아야하는 필수사항이다. 정치권은 소모적 논쟁을 줄이고 이번 지선에서 FTA로 인한 장점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극복해야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500원 무로 저녁상을 차렸지만, 앞으로 계절적 풍수해 요인으로 무값 보다 싼 소고기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FTA! 관세 장벽을 서로 허무는 경제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6,4 지선에서, 농촌이 지역구인 새누리나 새정치 의원들은 FTA 극복방안 제시로 국민들에게 심판받아야 마땅하다.

이슈는 실종되고, 헌누리 새누리 새정치 헌정치라 헐뜯으며 헛된 구호로 국민들을 현혹시킬 게 아니라, 괴멸적 상황으로 가는 FTA 후속조치나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공산품이 이익 보니 농촌 지원세를 신설하여 초과 이익분을 농민에게 돌려주는 게 식량안보차원에서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기업 법인세도 쬐끔만 올려서 무너져가는 농촌을 살리는 입법지원을 해야 한다.
samsohun@hanmail.net
 
*필자/삼소헌 이래권. 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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