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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군수하다가 장관되니까 기분이 좋죠”

'자기애的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우리 정치인들

권태윤 | 기사입력 2003/04/22 [01:32]
국회 행자위에서 의원들이 김두관 행자부 장관을 상대로 “당신 머리가 나빠” “젊은 사람이 뭘 몰라” “명함을 만들어 인사를 다녀라”…. “이장, 군수 하다가 장관되니까 기분이 좋죠”라며 걸핏하면 반말을 하면서 야유와 모욕적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관례상 기확관리실장이 해오던 업무보고 내용을 30여분간 장관이 직접 읽도록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의 말과 입을 듣고 보고 있자면, 새삼 “정말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우리 정치인들의 인격이 형편없이 망가졌다는 것이야 새삼스런 일도 아니지만, 고매한 인격은 고사하고 최소한 범부들의 인격이라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에선 비애감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물며 어린아이들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데, 아무리 젊다지만 한 나라의 장관을 두고 그렇게 조폭들이 하는 행태처럼 조롱하고 비아냥거림을 놓으면 ’살림살이 나아지고‘,’행복하신지‘ 정말 묻고 싶다.

어떤 이들은 아예 정치인들에게서 도덕이니 인격이니 하는 것들을 아예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부도덕과 교활함, 교만과 거만함, 위선과 이중인격을 타고나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 정치인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우리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것이요, “포기했다”는 뜻이 아닐까.

인격(人格)은 사람을 다른 존재들과 구분 지을 수 있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라고들 한다. 그래서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격을 갖추지 못한 이를 두고 우리는 “인간도 아니다”라고 하거나, “짐승만도 못한 이”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말은 인격을 담는 그릇이다. 그래서 사람을 판단할 때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인격(人格)을 알 수 있다고들 말한다.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은 말 한 마디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인격이 드러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의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가 사나운 조직폭력배들에게서 인격을 기대하지 않는 것도, 그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말 때문일 것이다. 결국 말과 인격은 종이의 앞뒤와 같아서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은 당연히 예의바르고 품위 있는 말을 쓰게 되며, 그렇지 못한 사람은 예의 없고 품위 없는 말을 쓰는 것이다. 겉모양은 태어나는 것이지만 인격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청소년기에 인격의 틀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우리 정치인들이 도대체 청소년기에 어떤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을 받았는지 한번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일부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리 정치인들의 대부분이 ‘인격 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남성심리 전문가인 정혜신씨는 자기의 책 『남자 대 남자』에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대다수가 ‘자기애적 인격 장애’를 겪고 있다 평가한다. 말이 좋아 ‘자기애的 인격 장애’지 쉽게 말해서 일종의 정신병자들이란 말이다. ‘자기애的 인격 장애’ 환자는 자신이 스스로 중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특별대우를 기대하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분노와 열등감, 모욕감을 느끼고 우울한 기분에 빠져드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법정스님은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자기 자신에게 매일 던질 것과 “자연의 사소한 흐름과 소리에 깊이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사색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것 또한 삶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자기애的 인격 장애를 극복하는 길도 깊은 자기성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인격 도야를 위해서는 “내가 다른 사람을 보는 것과 똑같은 눈으로 다른 사람도 나를 본다는 것을 아는 일”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니 말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훌륭한 인격을 본받아야 한다. 내가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나의 인격이라는 것을 안다면, 상스러운 말, 쓰레기 같은 말을 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무엘 울만은 '인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격은 곧 그 사람이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고유의 빛깔을 띠고 향내를 풍기는 것이 인품이다.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라고 해도 좋겠다. 변질되지 않는 진심과 포용력 있는 태도는 진정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그것이 곧 인격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올바른 인격을 닦아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누구나 존경 받기란 어려운 것. 그것이 바로 인격이라는 정신의 산물이요. 가장 귀중한 인생의 재산이라는 것이다.”

권위는 타인을 비하하고 짓눌러 그의 위에 올라선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진정한 권위는 오히려 겸양과 도덕적 인품에 의해서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어설픈 권위의식에 빠져 상대를 조롱하고 비웃는 동안, 그나마 ‘남아있었을지도’ 모를 인격을 자기 스스로 철저하게 파괴되고 있음을 설마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 필자는 '좋은 글을 통해 우리를 생각하는 pen21사이트(http://www.pen21.com/ ) 운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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