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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필름 <아프간 학살…> 상영 공방

미군의 아프간 포로 학살 기록… 미국서 첫 공개

지오리포트 | 기사입력 2003/02/20 [00:41]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의 비무장 전쟁 포로들을 학살한 사실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필름이 최근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되었다고 한다. <아프간 학살-죽음의 호송> (afghan massacre - convoy of death)이라는 필름이다.
미국 사회주의자들의 웹 사이트 wsws(world socialist web site)는 최근 이 필름이 제작되기까지의 과정과 내용, 그리고 그 공개를 둘러싼 공방을 담은 기사를 게재했다.

빌 반(bill vann)이 쓴 기사 ‘펜타곤의 전쟁범죄 폭로한 필름, 미국에서 첫 상영’( film exposing pentagon war crimes premieres in us )을 소개한다. <편집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의 비무장 전쟁포로들을 학살한 사실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필름이 미국에서는 지난 2월 6일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한 미국의 대학에서 열린 <아프간 학살 - 죽음의 호송> (afghan massacre - convoy of death)(이하 <아프간 학살>: 옮긴이) 상영회의 관객은 주로 학생들이었고, 다큐멘터리 제작자도 참석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제임스 도런(james doran)이 제작한 <아프간 학살>은 이미 영국, 독일, 호주, 이탈리아에서 국영 방송을 통해 방영되었으며, 24개국의 텔레비전 방송망이 이 필름의 방영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초벌 편집을 거친 <아프간 학살>이 작년 유럽 의회에서 상영되자, 유럽의 거의 모든 주요 신문들이 이 필름에 대한 기사와 논평을 실었으며, 인권 단체들과 변호사들은 공식적인 진상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언론이 이 필름에 대해서 함구로 일관했으며, 불만을 품은 부시 정부는 독일에서 필름 상영을 중지하라고 독일 정부에 압력을 넣었으나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부시 정부측에서 공식적으로 필름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도런의 필름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대규모의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말해주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텔레비전 방송국의 리포터로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도런은, 미군이 점령한 칼라이 장히(qala-i-janghi) 요새에서 탈레반 포로 수백명이 살해당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필름에 수록된 이 보도는 미국 언론에서 삭제된 장면들 - 미군의 공중 폭격으로 사망한 젊은 아프간 전사의 산산조각이 난 시체들과, 상당수의 포로들이 등뒤로 손이 묶인 채 앉아 있는 요새 연병장을 자동화기(automatic weapons)로 공격하는 모습 등을 보여 주고 있다.

이 필름은 요새가 공격당하고 난 뒤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증언하고 있다. 도런이 지적하듯이, 미국과 전세계 대부분의 언론은 cia 요원의 사망과 칼라이 장히 학살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미국인 탈레반' 존 워커 린드(john walker lindh)에 대해서만 관심의 초점을 맞추었을 뿐, 나머지 포로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위성으로 사진이 찍히기 전에 시체들을 제거하라"

8천명 가량의 탈레반 전사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당시 미국을 위해 대리전을 치룬 압둘 라시드 도수튬(abdul rashid dostum) 장군의 북부 동맹군에게 항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3천여 명은 도스튬 군대의 명령에 따라 민간용 컨테이너 트럭에 실렸으며, 쉬베르간(sheberghan) 감옥으로 이송하기 위해 스무시간 동안 차량을 몰고 가는 도중, 공기가 통하지 않는 컨테이너 안에 있던 포로들 대부분이 질식사했다.

필름에는 공기와 물이 부족한 포로들이 비명을 지르자, 군인들이 컨테이너안에 있는 포로들에게 발사했다고 증언하는 목격자들의 인터뷰가 나오며, 트럭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 목격자들은 포로들을 트럭에 싣었을 때와 쉬베르간 감옥에 도착해서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시체 수백 구를 끌어냈을 때 미군도 현장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 군인은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미군들이 북부 동맹군에게 “위성으로 사진이 찍히기 전에 시체들을 제거하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이 소름끼치는 작전은 사망한 포로들과 부상당한 포로들을 다쉬트-이-레일리(dasht-i-leili) 사막으로 이송한 뒤, 시체들을 끌어내고 아직 살아 있는 수백명의 포로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것으로 끝이 난다. 목격자들은 처형이 진행되고 불도저가 시체들을 밀어서 거대한 무덤으로 쌓아올리는 동안 미군 특수 부대도 현장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필름은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서 만행이 벌어졌던 장소와, 그 부근에서 뼈와 옷 조각, 탄피가 어지럽게 뒹굴고 있는 장소를 보여준다. 도런은 유엔이 신속히 학살을 조사할 것과 증거를 인멸하지 않도록 현장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 전문가들은 필름에서 인터뷰에 응한 증인들이 군인, 트럭 운전수, 아프가니스탄의 다양한 민족 집단을 망라하고 있는 민간인들이라는 점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러나 도스튬의 북부 동맹군은 이미 증인들 중 두 명을 살해했으며, 다른 증인들은 수감되어 고문당했다.

세계 사회주의자 웹사이트는 상영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아프가니스탄에서 곧바로 워싱턴에 온 필름 감독을 인터뷰했다. 그는 현재 준비중인 <아프간 학살>의 후속편을 위한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도런은 학살 현장에 있는 미군들을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를 구입하기 위하여, 아프가니스탄 동북부 국경지대 건너편에 있는 특사를 만날 예정이었다. <아프간 학살>을 위하여 도런과 협력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언론인 나지불라 쿠라이쉬(najibullah quraishi)는 비디오 테이프를 입수하려다 납치되어 죽도록 구타당했다.

도런은 도스튬 장군이 부시 정부가 자신을 축출할 경우 미국이 학살에 관여한 사실을 폭록하는데 이용할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으로서 테이프를 보유하려 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도런은 특사가 우즈베키스탄 민병대에 의해 감금 당해 있으며, 계속해서 고문 당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민병대는 지역인들에게 자신들이 비디오 테이프를 갖고 있는 사람을 찾고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사 대표들,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 필름 상영 계속 거절

도런은 “미국 정부가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서 인정하기 전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냐”고 질문하면서, 학살 현장을 보호하고 전쟁 범죄를 증언했던 사람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실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이라크 과학자 5백명과 그 가족을 사이프러스로 보낼 것을 제안할 수 있다면, 아프가니스탄에서 트럭 운전수 25명을 데려올 수 있다”고 도런은 주장했다.

도런은 <아프간 학살> 후속편에 사용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같은 고위층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학살을 은폐하려 한 시도는 언론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도런은 미국 언론에 대해서 “대단히 비극적”이라고 언급하면서, 이 사건을 추적했던 한 미국 언론인과 국방부 고위 대변인의 대화 내용을 인용했다.

이 사건이 왜 지금까지도 주요 일간지에서 보도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하자, 대변인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일간 신문과 매일 접촉하고 있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신문에서 보도되지 않을 것이다.”

도런은 이 필름이 빠른 시일 내에 미국 텔레비전에서 방영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현재 최소한 25개의 극장과 계약 교섭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주요 방송사 대표들이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필름 상영을 계속해서 거절하고 있다.

처음에는 9.11 공격 때문에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가, 지금에 와서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칠레의 실종자들에서부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해 온 46세의 제임스 도런은 정치적인 동기 때문에 <아프간 학살>을 제작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공식적인 반응에 대해서, “나는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도, 그들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서 내가 공산주의자라며 메카시적인 수법을 쓰고 있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다른 전쟁 전야에 놓여 있는 미국에서 광범위한 관객들이 필름을 보게 된다면 매우 의미있는 결과를 낳게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필름을 만든 것은 현재 이라크의 상황 때문이 아니라, 이 필름이 미국에서 상영된다면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유사한 상황에 놓일지도 모를 미군들이 그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상영회에는 뉴스위크 외교 통신원이며, 도런의 필름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과 같은 사건에 관한 기사를 작년 8월에 뉴스위크에 공동 기고했던 로이 거트먼(roy gutman)도 참석했다. 뉴스위크에 실린 기사는 살해 당한 아프가니스탄 포로의 숫자가 도런의 필름에 나오는 증인들이 보고한 숫자의 3분의 1로 축소했으며, 학살에서 미군의 역할을 사실상 은폐하고 있다.

"기사를 쓰는 것은 '소시지를 만드는' 것과 상당히 비슷한 과정…"

뉴스위크 기사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뉴스위크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미군이 학살에 대해서 사전에 알고 있었거나, 포로들을 밀폐된 트럭에 싣는 장면을 목격했거나, 혹은 그런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

뉴스위크는 이렇게 언급하면서, 현장에 있었던 미군 특수부대에 대한 가설적인 알리바이를 다음과 같이 제공하고 있다. 미군은 학살에 관한 '소식'을 들은 것이 분명하지만, “그 소식이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며, 사망자들이 전쟁 희생자들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필름 상영 후 열린 토론회에서 거트먼은 뉴스위크 기사 내용을 옹호하면서, 학살에 미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증명하기가 극히 어려운, 애매모호한 사안(in a gray zone)이며…그 사실을 확신할 수 없다면 특별한 범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트먼은 '활자화된 모든 사실(every factoid)'은 발표되기 전에 반드시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뉴스위크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도런과 관객의 항의에 부딪친 거트먼은 궁극적인 책임은 편집자들에게 있다고 방어에 나섰으며, 기사를 쓰는 것은 '소시지를 만드는'것과 상당히 비슷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그는 도런의 필름이 지나치게 '논쟁적'이라고 비판했다.

거트먼이 자신의 주장과는 완전히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보스니아에서 세르비아인들이 운영하는 '죽음의 수용소'에 관한 기사를 (미국 일간지인) newsday에 개재했으며, 그 기사로 언론계와 정부 인사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부와 언론은 도런의 필름 상영을 저지하려 하지만…

거트먼은 이 기사에서는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무슬림 정권의 유인물과 간접 증인들에 대단히 의존하고 있다. 1993년 foreign affairs 잡지에서 밝혔듯이, 그는 이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미국이 유고 내전에 관여하도록 “의식적으로 미국 대외정책을 바꾸려” 했다.

거트먼과 뉴스위크는 미국이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느냐, 혹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대한 군사개입을 하기 위해서 전쟁 범죄 혐의를 이용할 수 있으냐에 따라서 언론관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토론회에서 도런은 뉴스위크가 자신을 인터뷰하는데 하루 종일을 할애했으며, 거트먼의 기사가 나가기 1주일 전에 사실 확인을 위해 다시 찾아왔지만, 결국 그의 기사에는 자신과 자신의 필름에 관해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런은 또한 '조사 목적'을 위하여 뉴스위크의 아프가니스탄 통신원에게 자신의 필름 대본의 사본을 주겠다고 동의했으나, 자신을 비롯한 제작진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돌아가기 바로 전에 사본이 다시 복사되어 도스튬 장군에게 넘겨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거트먼은 도스툼 장군이 대본의 사본을 넘겨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에게 '상당한 경고'가 되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언론에서 도런의 필름 상영을 저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는 상당한 관객들을 모을 거라는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그들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만, 학살에 대한 책임이 있는 미군 지휘관들이 법정에 서기 전까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프간 학살>은 현재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고, 도런의 제작사인 atlantic celtic film corporation의 홈페이지 www.acftv.net에서 구입할 수 있다. 비디오의 요약본은 oneworld tv에서 볼 수 있다. (bill vann / 번역 김지연)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지구촌을 여는 인터넷 신문" 지오리포트 http://georeport.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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