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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스타 악녀役 "어설픈 악역은 가라!"

이휘향-도지원-채시라-이응경, 표독스러운 연기로 안방극장 점령

정부경 기자 | 기사입력 2005/02/07 [12:49]
이응경 이휘향 채시라 도지원…. 연기에 있어선 타의주종을 불허하는 노련미 만점의 여자 연기자들이 한 가지 공통점으로 안방극장을 휘젓고 있다. 바로 독살스럽고 섬뜩한 '악녀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 것.
 
삼각사랑 일색의 트렌디물에서 좌우 안 가리고 극단적으로 독기를 품는 20대 연기자들의 악녀연기와 달리 이들은 오랜 내공의 카리스마로 무장, 삶에 대한 고통과 연민, 집착이 농축된 악랄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sbs 주말극 '봄날'에서 조인성이 분한 '은섭'의 엄마 '오혜림'으로 출연 중인 이휘향(45)은 최근 '안방극장 최고의 악녀'로 본의 아니게 악명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천국의 계단'과 '구미호외전'으로 일찌감치 시청자들의 혈압지수를 높인 데 이어 '봄날'로 악녀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
▲ 이휘향

룸살롱 마담 출신으로 은호(지진희)의 생모를 내쫓고 병원장 안주인을 차지한 오혜림은 오로지 남편과 아들을 통해 자신이 빛나 보이고 싶은 삐뚤어진 야심가의 전형을 보여준다.
 
애인까지 둔 자신의 행실은 생각지도 않고 술집 출신이라 무시한다며 툭하면 병원을 찾아 '깽판' 놓기 일쑤. 그러나 보는 이를 압도하는 화려한 외모에 콧소리 섞인 말투, 열등감 때문에 피해의식에 가까운 억지를 부리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미움보다 연민의 감정이 생긴다'는 반응이다.

sbs 수목드라마 '유리화'에도 자식을 앞세워 자신이 이루지 못한 신분상승의 꿈을 이루려는 악독한 엄마가 등장한다. 영화배우 출신으로 유부남이던 박회장(노주현) 사이에서 낳은 아들 기태(김성수)의 생모 '차진주'로 출연 중인 중견 탤런트 이응경(39)이다.

갓 태어난 아들의 존재를 부인하는 박회장에 대한 배신감으로 복수하듯 보육원에 버릴 만큼 매정한 면이 있고, 다시 찾은 후에도 신분상승에만 눈이 어두워 의붓아들의 죽음을 사주하는 등 끊임없이 음모를 꾸미다 결국 자식의 앞길까지 망치고 만다.
 
현재 이응경은 드라마가 막바지에 달하면서 '권선징악'의 참혹한 대가를 치르는 중. 관대한 시청자들은 "배우의 관록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시네요" "180도 다른 캐릭터 변신에 볼수록 전율이 느껴진다" 등 악녀 열연에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
 
악녀 연기에 시청자 몰입
 
▲ 도지원

sbs 대하드라마 '토지'에서 '홍씨부인' 역을 맡은 도지원(39)은 "뭬야"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여인천하' 경빈 역에 이어 또다시 악녀 연기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 긴 머리를 늘어트리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땐 서글서글한 청순 미인이다가도, 드라마에서 쪽진 머리로 눈을 한껏 치켜 뜨고 악을 쓸 때는 영락없이 독살스런 '마녀'와 다름없다.

'토지'에서 도지원의 악녀 연기가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지능적이고 기품 있는 악녀에서 무식하고 다소 경박한 악녀로 강등(?)되었다는 점. 특히 서희를 괴롭히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곱추라는 이유로 아들을 구박하는 모습에서 '홍씨부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로 극에 달한다.
 
'토지' 시청자들은 "연기의 강도를 낮춰달라. 보다가 화가 치밀어 혈압이 높아진다"며 애정 어린 항의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을 캐스팅했다"면서 "서희가 울면서 속상해하고 무시당하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의외의 반응도 속출해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안방극장 사극열풍을 재현하고 있는 kbs2 대하드라마 '해신'은 남성미 물씬한 최수종-송일국의 팽팽한 대결구도로 안방 팬들을 후끈 달구고 있지만, 여기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비정한 여장부 '자미부인' 채시라(37)가 합세해 극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극중 채시라는 부와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탐욕으로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으로 등장한다. 눈꼬리를 치켜세운 화장과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는 반듯한 머리모양,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얄밉게 느껴지는 똑 부러지는 말투 등 완벽한 악녀변신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줄줄 나오게 한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수양딸 정화(수애)를 서슴없이 이용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선과 악 캐릭터가 불분명한 정화아씨보다 자미부인이 차라리 더 매력적"이라며 "정화아씨도 본능에 충실(?)하라"고 역성을 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악녀 연기는 신인들이나 이미지 변신이 시급한 여배우들이 '욕먹을' 각오를 하고 모험하듯 덤벼들게 마련. 과거 '미스터 q'의 송윤아, '진실'의 박선영, '이브의 모든 것'의 김소연, '유리구두'의 김민선 등이 악녀연기로 스타덤에 올라선 케이스다.

이에 반해 중견 연기자들의 악녀 변신은 기존 이미지에 절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흡입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역시 '고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다.   bkpe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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