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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끝없는 오만과 오버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강행처리방침은 정당하지 않다

서영석 | 기사입력 2002/08/31 [15:37]
{image1_left}요즘 한나라당 사람들 만나보면 아주 살판이 난 것처럼 보인다. 지난 5년간 겪었던 갖은 설움의 터널을 통과해서 드디어 빛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첫번째 이유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권에까지 연속적으로 제동을 가해본 것도 이들에게 통쾌함을 주고 있는 듯하다.

사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회창후보를 둘러싼 병역비리 시비만 없다면 탄탄대로다. 문제는 그 병역비리 시비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한꺼번에 허물 수 있는 지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며, 한나라당 당원들도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점만은 솔직히 인정하는 분위기다. 물론 진위여부에까지 가면 입을 맞춘듯 이 정권의 공작에 의한 흠집내기라고 주장은 하지만 말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오만할 권리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것의 원인이 현정권에 대한 비합리적인 증오심에서 비롯됐건, 이 정권의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원인이었건간에 6-3지방선거를 비록해 8-8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선거란 선거는 싹쓸이하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말이 싹쓸이지, 최소한 정당만을 놓고볼 때는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더 많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정당이 그러한 결과로 얻은 국회 과반의석을 토대로,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데 누가 뭐랄 것인가.

100원짜리 동전만 놓고 보더라도 숫자 100이 새겨져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요, 세종대왕이 그려져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듯이, 정치행위에는 어떻게든 붙일 명분이란게 있어, 이쪽말 들어보면 이쪽이 맞고 저쪽말 들어보면 저쪽도 맞는 기묘한 배리적 상황이 얼마든지 가능한만큼, 국무총리 인준동의안을 두번씩 부결을 시키든, 법무장관해임건의안을 내든 다 붙일 이유는 있을 것이고,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일이 될 것이리라.

이 글을 쓰는 필자 자신도 아무리 중립이라고 강변해본들, 본질적으로 형성돼 있는 시각이란 x은 어딘가 편향돼 있어도 편향돼 있을 것이니, 필자가 어떤 얘기를 해도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니 말 틀렸다”라고 할 사람 역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줄 수는 없으되 최소한의 공약수라는 것은 또한 있는 법이다. 그러한 최소공약수적 관점에서 볼 때 과연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이 시점에 처리하겠다는 한나라당 방침은 정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따져볼 수 있고, 사실 한번 따져봐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말 돌리지 말고 결론부터 얘기하자.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부당하다.

왜 그런가. 그것은 최소한 이 문제에 관한 한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가 당사자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 인준동의안 부결 때는 한나라당이 당사자가 아니었다. 당사자는 인사권을 행사한 김대중 대통령이며, 그러한 인물들을 선별해 추천한 청와대였다. 당사자격인 청와대측 인사들이 여기저기 전화를 넣고, 사람을 만나 선처를 요망했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장상 전총리서리 때보다 장대환 총리서리 인준동의안 때 더 많은 반대표가 나왔었다. 여론은 중립적으로 대상자의 자질을 보고 있는데 당사자들이 나서 “사람 괜찮고 능력 있으니 제발 통과시켜 줍시사”하고 떠들고 다녔으니, 안될 일이 안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럴리는 없었겠지만 될 일도 안되고 마는게 인지상정 아니었겠는가.

국정공백이니, ‘집권 야당의 횡포’니 말은 많았지만, 한나라당이 당사자가 아닌 상태에서 그런대로 국민여론을 좇아 부결쪽으로 턴했기 때문에 무수한 말들도 쑤욱 들어가고 있는게 지금 형세 아닌가.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은 불행하게도 한나라당이 당사자다. 검찰은 현재 다른 것도 아닌, 한나라당과 김대업씨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맞고소사건을 맞이해서, 명예훼손 여부의 핵심사안인 병역비리 실체 여부를 놓고 열심히 법률적 관계를 따지면서 이를 규명할만한 실체적 진실을 열심히 캐고 있는 중이다. 서로 맞고소하지 않았다면 이런 문제를 검찰이 따질리도 없었을 것이다.

검찰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조사가 과연 어느 특정인물을 바꾼다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어느 특정인물이 그 자리를 유지한다고 해서 편파적으로 될 사안인가.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촉발시켰던 민주당 이해찬의원이 검찰의 수사를 지휘한다 해도 절대로 편파적이 될 수가 없게 돼 있다. 이 문제는 당장 몇 달 남지 않은 차기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신상에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그런만큼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검찰이 편파적으로 수사할래야 수사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봐야 맞다. 검찰이 살 길은 오로지 진실만을 밝혀내는 것 밖에 없는 외통수로 몰리고 있다.

{image2_right}검찰계통에 밝은 사람들은 누구나 얘기하는 바이지만, 명예훼손 맞고소사건은 사건을 지휘하는 책임자(이 건에 관해서는 김경수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와 서울지검장, 검찰총장 라인만 확실하면 얼마든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명재 검찰총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2명을 구속시킨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회창 후보 아들 정연씨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편파적인 수사지휘를 할 사람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서울지검장은 충청도 출신이지만 경기고-서울법대를 나온, 이 사건의 당사자인 이회창씨 고교-대학 직계후배다. 조사의 현장책임자 격인 김경수 검사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지역색에 따라 좌우될 인물도 아니다. 유일하게 박영관 부장검사만이 전남목포 출신으로 한나라당의 집중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 격인 한나라당이, 수사라인에서 유일한 호남출신인 박영관부장검사를 특수 1부 부장자리에서 쫓아내라고 검찰을 압박하고, 그것이 거부되니까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하는 마당에 그것이 과연 국민의 다수 지지를 받는 원내다수당으로서 명분에 맞는 합당한 일이라고 믿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미안한 말씀이지만 no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속이 끓어 법무장관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 사건의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 내야 온당하다. 지금 해임건의안을 내는 행위는 누가 봐도 뒤가 구리니까 역으로 검찰을 압박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원내다수당으로서 이미 총리인준안을 두번이나 부결시킨 사실상 집권야당 아닌가. 힘있는 쪽에서 명분없는 일로 압박한다면 국민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고 필자는 확신하다.

지금 한나라당이 이 건을 처리하려면 한나라당 출신인 박관용 국회의장을 내세워 날치기하는 수밖에 없다. 사상 초유로 야당이 날치기 처리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연 이것이 국민들 눈에 명분있는 일로 비칠지, 지극히 의문이다. 차제에 민주당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미 총리인준안이 두번이나 부결된 마당에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이 처리된다고 뭐가 대수겠는가. 눈을 청와대로 돌리지 말고 국민들에게로 돌려야 할 것이다. 무슨 얘기냐. 매우 정상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는 다수결이 지배하는 장소다. 소수는 반대의견을 내고 부당성을 주장할 수 있을뿐, 결국은 표결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왜 그런가.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 유권자들을 대표하는 사람이며, 결국 국회의원 다수의 뜻은 국민 다수의 뜻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권자와 국회를 연결하는 중간매개인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선거로 심판돼야 할 사안이다. 소수로 다수의 뜻을 누르기 위해 물리적인 저지를 한다면 그것 또한 국민 시선에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 글의 앞부분을 한나라당 입장에서 시작했으니 마무리는 민주당 입장에서 해보자. 민주당은 오히려 본회의에서 마음껏 부당성을 주장하고 법무장관해임건의안이 통과되든 말든 표결로 승부를 내는 것이 더 유리하다. 한나라당이 법무장관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다면, 정치적으로는 승리했을지 모르나 민심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아예 차기 법무장관은 한나라당이 추천하는 인물로 채워도 무방하다. 어느 누가 법무장관이 된들 병역비리 의혹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김대업씨간의 명예훼손 맞고소사건에 편파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힘이 넘치면 결국 오버페이스를 하게 돼 있고, 그것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자기 머리를 깨게 돼 있는 것이 인간사의 진실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mbc에 공문을 보내 “이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 아들이란 수식어로 표현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 하는 등 오버페이스를 시작하고 있다. 말이 요청이지, 지금 한나라당의 요청을 요청이라고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상대방이 오버페이스로 명분 없는 일을 할 경우에는 손해를 입더라도 오히려 대도를 걷는 것만이 사는 길이다.

* 사진 : 한겨레신문

* 이 글은 필자의 사견(私見)이오니,이 점 양지하시고 읽어주시되 특히 오프라인 국민일보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 개인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란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 본문은 서영석기자의 노변정담(爐邊情談)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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