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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불영화, 그 프랑스년을 쥐어 패라!
미국과 유럽대륙의 깊어지는 갈등분위기 반영

민경진 | 기사입력 2002/08/26 [01:19]
{image1_left}"slap her, she's french - 그 프랑스년을 쥐어 패라."

미국에서 곧 개봉될 영화의 제목이다. 제목부터 반불(反佛)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이 영화는 텍사스 산골 고등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방문한 프랑스 여학생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이 줄거리다.

인터넷에 공개된 예고편을 보니 공부는 못하지만 남학생들에게는 섹스 심벌로 인기를 누리던 미국의 여고생이 프랑스에서 온 미모의 경쟁자와 신경전을 벌이다 급기야는 난투극까지 벌이게 된다.

영화 포스터의 바이라인이 배꼽을 뺀다.

"no french people were harmed in the making of this movie - 영화촬영 중 프랑스인을 학대한 사실이 없습니다."

할리우드가 영화 촬영을 위해 일부러 말을 넘어뜨려 동물학대를 한다며 프랑스 동물보호협회에서 격렬하게 항의를 해 오자 할리우드가 영화에 삽입하던 자막을 패러디 한 것이다.

"no animals were harmed in the making of this movie - 영화촬영 중 동물을 학대한 사실이 없습니다."

하필이면 부시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를 배경으로 삼은 것도 그렇고 프랑스 사람을 말이나 개와 동격으로 취급한 셈인데 9.11 테러 이후 사사건건 미국의 패권적 정책에 딴지를 걸어 온 프랑스에 대한 미국인 일반의 불편한 심기를 귀엽지만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영화다.

미국의 주류언론 역시 그간 별로 다를 것은 없어서 뉴스위크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의 반미감정이 알고 보면 미국의 앞선 경쟁력에 대한 노(老)대륙의 시기심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었다. 뉴스위크는 심지어 심리학자의 발언까지 인용하며 유럽의 반미감정은 잘 나가는 미국에 대한 콤플렉스의 표현이라고 아주 진지하게 분석한 적도 있었으니까.

지금이야 그냥 영화와 지면에서 서로 비아냥거리는 정도에서 머물고 있지만 미국의 저널리스트 올리버 모턴은 10년 안에 대서양 양쪽의 관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의 갈등관계로까지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외교에서도 점차 독자적인 노선을 분명히 하며 패권전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정면충돌을 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서로가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image2_right}유럽의회는 최근 2008년까지 30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유럽의 독자적인 gps 망을 구축하는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36억 유로의 예산을 승인한 바 있다.

미국이 냉전시대에 발사한 gps 위성들이 별 탈 없이 작동하고 있는데도 굳이 많은 돈을 들여 독자적인 gps 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대해 유럽은 표면적으로는 급증하는 상업용 수요에 대응하고 유럽 내 gps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은 군사전략적인 심모원려가 깔려 있음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걸프전 당시 cnn으로 중계되어 세계의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스마트 폭탄의 정밀폭격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심지어 아프간 전쟁에서 특수부대의 은밀한 침투작전에 이르기까지 gps는 현대군사작전의 핵심 중 핵심기술이다. 가까운 미래에 유럽과 미국간의 대립이 심화되어 군사적 긴장이 촉발된다면 독자적 gps망이 없는 유럽은 미국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럽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미국 역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폴 월포위츠 미 국방차관은 지난 해 12월 유럽연방 15개 국방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유럽의 gps 계획이 미국의 기존 gps 네트워크의 통신에 기술적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9.11 테러로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대서양 양안의 대립이 이제 군사적 긴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jean

* 필자는 [테크노 폴리틱스](시와사회, 2002)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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