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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이기주의 경연장, 이라크 사태의 교훈
"한.미.일 공조"만 읊어대는 조선일보

민경진 | 기사입력 2002/10/10 [13:36]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eu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터키를 유럽연합에 가입시키라는 압력을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다고 한다.

{image1_left}이라크전 착수를 위한 정지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부시정부는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이라크 북부에 밀집한 쿠르드족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군사병참기지로서 터키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 밖에 없기에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터키의 eu가입을 측면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블레어 내각이 국내의 거센 반전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위태로운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이 기회에 대서양 양안의 중재자로서 영국의 위상을 높여보겠다는 고도의 정치.외교적인 행보지만 과연 블레어 수상의 뜻대로 사태가 돌아갈지는 장담을 하기 어렵다.

한편 지난 총선에서 노골적인 반미노선을 취했던 독일의 쉐로더 내각을 두고 미국의 패권정책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반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은 쉐로더의 반미 레토릭이 반전정서가 강한 독일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치밀하게 기획된 고도의 선거전략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반전발언을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냉소적 시각이다.

이라크전을 앞두고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나라는 유럽이나 중동국가만이 아니다. 역시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라크 유전에 투자한 러시아계 석유자본의 이권이 전쟁으로 침해받지 않고 후세인 정권이 전복된 후에도 이들의 석유채굴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최소한 거부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다.  

겉으로는 세계평화와 반전메시지를 외치는 정치인의 우아한 행보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한꺼풀 벗기고 나면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이라크라는 시체에 달려들어 한 점이라도 썩은 고기를 뜯어먹지 못해 안달인 각국의 이해관계가 추악하게 얽혀들고 있다.

어차피 국제관계가 차가운 국가이기주의의 경연장이라면 피 튀기는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서 조신하고 현명하게 처신해 자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현실정치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한탄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나 외교가 성인군자들의 우아한 행진이 아니라면 동북아의 화약고라는 한반도에서 정치인이 취해야 할 국익외교의 길은 무엇일까? 한반도의 허리에서 전쟁이 벌어지든 말든 미 공화당의 주전노선에 맞장구나 쳐주면서 조선일보의 정신 나간 사설처럼 "한.미.일 공조"라는 마법의 주문만 읊조리고 있으면 한국민의 안위는 자동으로 보장을 받는가?

한반도는 해양세력이나 대륙세력 어느 한쪽에 치우쳐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는 단순한 곳은 아니다. 만약에 그렇게 동북아 정세가 단순했다면 도대체 우리가 지금 남.북으로 분단이 되어 이렇게 민족의 에너지를 쓸데 없이 낭비하고 있을 일도 없지 않았겠는가?

{image2_right}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세력의 "한.미.일 공조" 타령은 이미 일본이 독자적 대북수교를 추진함에 따라 도대체 세나라간에 취할 공조의 연결고리가 있는지조차 헷갈리는 상황이 됨으로써 논리적인 설득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면 도대체 그런 노선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한민족의 이익"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먼저 밝힐 일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지난 50년이 넘게 외세에 의지해 기득권을 지켜 온 수구의 정신나간 넋두리로 밖에는 봐 줄 수가 없다.

신의주특구 차질을 즐거워하는 10월 5일자 조선만평

혹은 당신들의 "한.미.일 공조" 주기도문은 백성의 이익이야 어찌 되었든 천년이 넘게 오로지 외세를 숭배하며 계급의 이익에만 충실해 온 외세숭배교 신도들의 유전자가 아직도 당신들의 혈관을 흐르고 있다는 증거는 아닌가?

jean

* 필자는 [테크노 폴리틱스](시와사회, 2002)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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