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벌써 퇴임후 걱정하는 이유

박정희-이승만-전두환-노태우-노무현,암살-망명-투옥-자살 '악순환'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09/12/04 [16:05]
우리나라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떠난 이후의 시간들을 살펴보면 섬뜩해진다. 대통령이 현직에서 살해되어 묘지에 묻히거나, 자살하거나, 해외로 망명하거나, 투옥되거나, 특검에 시달리는 등의 사례가 줄줄이 있어서이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의 생활은 어떠할까? 전임 대통령들의 운명으로 보면, 상상으로 점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재집권론을 펼친 것은 퇴임 이후에 대한 걱정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면, 그래도 자살했을까? 그 답은 “아니다”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런 질문은 다음 순번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던져질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전임 대통령을 보면, 박정희-이승만-전두환-노태우-노무현은 암살-망명-투옥-자살의 악순환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는 어떠할까?
 
조선일보는 지난 12월 1일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의 조찬 간담회 석상에서 나온 발언을 기사화 했다. 이 신문은 “'한나라당이 화합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을 잡기 힘들다.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고 대한민국을 선진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계속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10년간의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5년으로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 정치도 하산이 어렵다. 이명박-김윤옥 대통령 부부. 
이 대통령의 재집권 발언을 요약하면 “한나라당이 한번 집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집권 직후 초반에 촛불시위를 경험했다. 청와대 목전인 광화문-시청 광장 일대에 수십만명이 모여 반 이명박을 외치는 소리를 청와대 뒷산에서 생생하게 목격했다. 그리고 노무현 자살 사건 이후 성난 파도처럼 요동치던 정치를 봤다. 무려 500만명 이상이 발품을 팔아가며 그를 추모했다. 특히 노무현 자살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정치적 탄압”이라고 여겨는 설문조사 결과도 보았을 것이다.
 
재집권론 한나라당 반응
 
이 대통령의 재집권론 발언 이후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으로 갈라져서 해석하는 분위기였다. 대세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합심, 재집권을 이뤄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대통령의 “한나라당이 화합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을 잡기 힘들다. 대한민국을 선진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발언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의 경선과정에서부터 대립양상을 보여왔던 친박 쪽의 견해는 사뭇 다른 것 같다. 현재 가장 국민지지율이 높은 박근혜 이외의 대안인물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반응이었다.
 
재집권론, 민주당의 반응
 
이 대통령의 재집권 관련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민주당의 반응은 민감했다.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2월 1일 원내대책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국이 행정중심복합도시, 4대강, 국회에서는 미디어법 등으로 소용돌이 치고 민생경제가 어려운 이때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재창출‘ 타령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기만한 것은 반성하지 않고 정권 재창출에 여념이 없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눈이 어두워서 그것에만 전념하지 못하도록 강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력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조찬회동에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계속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청맹과니 흉내만 내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재창출할리도 없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명백한 선거개입이다. 중립성 의무 위반이다. 헌재에서 지난번 노무현 대통령 탄핵결정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발언에 대해서 판시한 바가 있었다. 그 때 헌재의 결정과 이번 이명박 대통령 발언은 명확히 일치한다”고 지적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특정 정당의 선거에 개입하는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자리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땅한 대선 예비 후보자가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지지자들의 가슴만 아프게 하는 발언이다.
 
이명박 퇴임 이후 걱정 모델
 
한나라당 재집권론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다. 우리나나라 헌정사를 보면, 대통령이 현직에서 물러나면 갖가지 수난의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 가까운 미래,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할까가 궁금하다. 어떤 전직 대통령을 답습할까? 아니면 전혀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까?

첫째 박정희 모델이다. 그는 유신의 과정을 거쳐 장기집권을 꿈꾸면서 국민저항이 부딪쳤다. 사건 그 자체로만 표현하면, 그는 10.26 사건에 의해 청와대에서 부하가 쏜 총을 맞고 절명했다. 죽음 그 자체가 대통령직에서의 퇴임이었다. 혁명의 성공으로, 군복을 입고 걸어 들어갔던 청와대였다. 그러나 나올 때는 싸늘한 시신으로, 영구차에 실려 나왔다. 비극적 퇴임이었다. 퇴임 이후는 묘지생활이다.

둘째 노무현의 비극적 케이스이다. 노무현은 퇴임 이후 서울을 떠났다. 고향인 경남 김해로 내려갔다. 고향행을 결정한 것은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입김을 줄인다는 계산도 복선에 깔려 있는 듯 했다. 그러나 그를 보러 전국에서 몰려온 인파가 나날이 많아졌다. 그런 미묘한 시기에 친인척 비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노무현은 지난 5월23일 자살로 삶을 끝내는 비운의 전직 대통령이 됐다. 노무현의 자살 선택은 검찰의 재직 시절 비리 수사가 낳은 결과물이었다.

셋째는 전두환-노태우 모델이다.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노태우는 7+5년간, 철통 통치를 했다. 전두환은 퇴임 이후 백담사 유배와 수감이라는 과정을 거쳤다. 노태우 역시 수감생활을 했다. 3당 합당으로 집권한 김영삼 대통령은 역사바로세우기라는 정책으로 전두환-노태우를 투옥시킨 것이다. 한나라를 지배했던 그들은 외로운 감방살이를 경험해야 했다.

넷째는 이승만 케이스다. 1960년 4.19가 일어났다. 부정선거에 따른 결과였다. 그는 미국 하와이로 망명, 쓸쓸한 망명객으로 삶을 마감했다. 이승만은 남침해온 김일성 정권에 맞서 6.25 전쟁을 치렀다. 그의 재임 시절에 수많은 사상자를 낸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그의 정치운명은 핏빛이었다. 그래선지 삶의 끝도 비운의 망명객 신세였다.

다섯째는 김대중 모델이다. 그는 노무현을 당선시켜 재집권을 성취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북특검 사건으로 그의 등록상표나 다름없는 햇볕정책이 지대한 타격을 입었다. 역사에서 두고두고 지울 수 없는 강한 상처 자국을 남겼다.

여섯째 김영삼 모델이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한국 사회를 민주화시키는데 기여한 민주화의 동지였다. 김영삼의 민주화 동지였던 김대중이 그의 후임자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거의 탈이 없었다. 김영삼은 지금도  큰 탈 없이 상도동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imf를 불러온 무능한 대통령이란 조소가 뒤따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한다면 이상의 역대 대통령 퇴임 이후 모델 중에서 어떤 모델의 대통령이 될까? 노무현처럼 자살하거나 전두환-노태우처럼 투옥되는 대통령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승만처럼 망명객의 신세로 전락하는 것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김대중-김영삼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싶을 것이다. 아니면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모델, 평화로운 퇴임 이후를 보장받아, 국내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할 것이다.
 
이명박의 후계자 관리 카드
 
지난 대선은 2007년 12월에 치러졌다. 이 대선전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 이전 대선기간까지를 합하면, 2010년 봄이면 이 대통령은 임기 중반을 넘기는 대통령이 된다.

등산과 정치는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올라가야 한다. 숨이 차고 힘이 들더라도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산악인이 정상을 정복한 이후엔 반드시 하산해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산 입구까지 꼭 내려와 있어야 한다.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즉 하산이 더 어렵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제 어찌할 수 없는 하산의 길목으로 접어들었다. 하산 길에는 반갑지 않은 레임덕이라는 고약한 정치적 손님과 마주쳐야 한다. 원하지 않아도 레임덕이 찾아오면 그의 맹렬 지지자는 한 순간에 이탈한다. 다음 실세에게 줄을 선다. 내부 정보도 새어 나간다. 비틀거리는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힘이 빠진 권력자의 내리막길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성이다. 그래서 다자 후계자 관리가 시작된다. 한명의 대선 예비 후보 보다는 다수의 예비 후보를 관리하길 원할 것이다. 그래야 한쪽으로 줄서기가 통제되는 임기 말 관리가 가능해질 테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관리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정치인물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이다. 임기 말 관리에서 제일 큰 복병이자, 가장 큰 혜택일 수 있다. 박근혜는 이미 국민 지지 40%대를 확보하고 있다. 한 정치인에 대한 높은 지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지지력이 만들어지고, 그 지지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을까? 아니면 새로운 대안 인물을 키워 끝까지 경쟁시켜 마지막에 내칠까? 이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가진 큰 고뇌일 것이다. 편한  마음으로 박근혜의 실존을 인정하면 임기 말이 무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당이 분열되고 혼란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임기 말을 관리해야할 이 대통령으로서는 전격적으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 같은 젊고 신선한 인물을 발탁,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인물 군에는 경남지사인 김태호, 경기 지사인 김문수 등이 거론될 수도 있을 것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 가운데 다수는 퇴임 이후 생활이 비운 그 자체이다. 박정희-이승만-전두환-노태우-노무현. 암살-망명-투옥-자살의 악순환이었다. 한국이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 생활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기를 기원해본다. moonilsu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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