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서생적 문제인식+상인적 현실감각”

김대중 전 대통령 10년 보좌 최경환 교수 강연 'DJ 리더십'

정리/문일석 기자 | 기사입력 2009/11/01 [22:06]
최경환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는 지난 10월 30일 흥사단 광주지부 초청을 받아 “김대중 리더십”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 교수는 이 강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을 민주주의, 남북화해협력, 중산층과 서민의 정치, 화해와 용서의 정신으로 살아왔다. 우리 사회는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한 이러한 정신과 원칙을 아직 다 실현하지 못했고, 실현의 과정에 있다”고 전제하고 “‘김대중 리더십’은 그 자체가 비전이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투쟁 속에서 살면서도, 민주적 리더십, 효율-자율-책임-창의의 리더십을 추구했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태도, 국민과 함께 하는 리더십을 실천했다”고 강조했다.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에 흥사단 아카데미 활동을 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과 흥사단은 저에게 민주의식, 민족의식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1999년 청와대에 들어가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청와대에서 3년 반, 퇴임 후 서거하시기까지 6년 반, 모두 10년을 모셨다. 그리고 대통령님을 모신 ‘마지막 비서관’이 되었다. 영광의 시간이었고, 배움의 시간이었다.
 
“김대중 시대는 이제 시작”
 
나는 먼저 김 전 대통령은 저 세상으로 갔지만 ‘dj시대’는 이제 막 출발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나는 향후 수 십년 간은 ‘김대중 테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을 민주주의, 남북화해협력, 중산층과 서민의 정치, 화해와 용서의 정신으로 살아왔다. 우리 사회는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한 이러한 정신과 원칙을 아직 다 실현하지 못했고, 실현의 과정에 있다.

▲ 김대중 전 대통령     ©김상문 기자
전남대 사학과 김봉중 교수는 “dj시대, 이제 시작이다”라는 칼럼(광주일보, 2009년 8월 24일자)에서 미국의 에브라함 링컨과 김대중 대통령을 비교했다. 김 교수는 “당대에는 링컨이 영웅으로 추앙받기란 쉽지 않았다. 그 당시 정치는 이른바 '과격파 공화당'이 장악했고, 그들은 링컨의 남북 화해 정책을 방해했다. 링컨은 오랜 세월동안 남부에선 증오의 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 역시 링컨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보수 진영으로부터 ‘만악의  근원’으로 비난을 받았고, 지역감정의 피해자였다. 김 전 대통령이 추진한 ‘햇볕정책’은 ‘퍼주기’로 비난받았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미국인들은 링컨을 미국 최고의 영웅으로 선택했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더욱 성숙할 때 과연 누구를 우리의 영웅으로 선택할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 인권, 평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dj를 코리아의 영웅으로 재탄생 시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우리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십 체계 갖춘 지도자
 
리더십의 출발은 가치와 목표를 갖는 것이다. 어떤 가치를 가지고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는가 하는 것이 리더십의 출발이다. 정치가든, 사업가든, 학자든 자신의 영역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가치, 신념, 목표를 현실에 적용, 실천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리더십 체계를 만들어냈다. 김대중 대통령은 숱한 장애에도 그 가치와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장애를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학습과 경험을 체계화하면서 끊임없이 성공을 위한 방법을 연마했다. 이것은 작게는 가정생활과 친구들과 사귐에서부터, 당과 정부를 운영하는 데도 활용되고 검증되었다.

‘김대중 리더십’은 그 자체가 비전이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투쟁 속에서 살면서도, 민주적 리더십, 효율-자율-책임-창의의 리더십을 추구했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태도, 국민과 함께 하는 리더십을 실천했다. 이는 미래세대의 리더들이 갖추어 할 리더십의 본질이다.
 
원칙과 철학의 리더십
 
김대중 대통령은 평소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세상을 원칙을 가지고 가치 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평생 가졌던 원칙과 철학은 무엇일까? 첫째 민주주의 사상(‘지구적 민주주의’), 둘째 인권과 인본주의 사상(‘경천애인’, ‘사인여천’), 셋째 대중경제이론과 시장경제(‘생산적 복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론’), 넷째 평화주의 사상(‘비폭력’, 관용의 정치, ‘햇볕정책’), 다섯째 중도주의와 실사구시 등이 있다.

김대중 리더십은 이 원칙과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원칙과 철학을 가진 지도자는 다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여론이나,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 예를 들어보겠다.

첫째, 김 전 대통령의 원칙과 철학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햇볕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과 같은 공산국가를 다루는 데 있어서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강풍’보다 ‘햇볕’이 공산국가를 변화시키는데 유용하고 이미 역사에서 검증되었다고 생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남북대화와 교류를 주장했다. 전쟁까지 치르고 대북증오심이 가득한 한국사회에서 결코 정치적으로 이득이 되는 주장은 아니었다. 이로 인해 김 전 대통령은 ‘빨갱이’ ‘사상이 의심스러운 자’로 지목돼 평생을 그런 오해 속에 살아야 했다. 그러나 한 번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둘째,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정보화 정책을 추진할 때 전통산업과 언론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들은 정보화의 조류를 대통령이 정치적 구호로 얘기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그 원칙을 정책으로 구체화했다. 중간에 흐지부지 하지 않았다. 역사의 방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김 전 대통령은 사형제 반대론자이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 동안 사형제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엄연히 사형제 법이 존재하고 있고, 가장 먼저 법을 준수해야 할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법무부에서 사형집행 기안이 올라오면 사인을 하지 않았다. 사인을 하고 말고는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5년 동안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져 우리나라는 사실상의 사형제 폐지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원칙과 철학을 가진 지도자는 일관성이 있다. 일관성은 신뢰를 낳고 리더십은 신뢰에서 나온다.
 
국민과 역사를 믿는 리더십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굳게 믿은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역사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사와 국민을 믿었고, 의지하고 살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생은 4부작이었다.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제목은 <동행>이다. 부제는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로 되어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께서 직접 지은 것이다. 이 부제를 지으면서 김 전 대통령은 당신의 인생을 설명했다.

1무대는 정치에 입문해서 3~4차례 국회의원에 떨어지고 잘 나가던 사업도 다 망치고, 가산을 탕진하고, 첫 부인 사랑하는 차용애 여사를 잃은 시절이다. 궁핍하고 아무것도 갖지 못한 세월을 살았다. 1무대는 고난이었다. 그러다가 1963년 첫 국회의원에 당선돼 1971년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화려한 정치생활을 했다. 촉망받는 정치인, 국회의원으로서, 야당 대통령 후보로서 2무대는 영광의 무대였다.

1971년 이후 고난의 제3무대가 시작된다. 72년 유신선포 이후 미국과 일본에서 망명생활, 1973년 동경납치사건에서 토막살해와 수장의 위협, 1976년 3.1구국선언 사건 이후 진주교도소와 서울대병원 감금,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사형선고, 미국 망명, 그리고 1987년, 1992년 두 차례 대통령 선거 낙선 등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무려 25년 동안의 고난의 3무대가 진행된다.

제4무대는 영광의 무대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고 it 선진국, 한류 문화강국의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은 이렇게 4번의 회전무대에서 인생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고난의 무대 시절, 대통령이 믿는 것은 오로지 국민과 역사였다.

1971년 대통령 선거도 90만표 차이로 졌지만 사실상 승리한 선거였다. 당시 100만표, 200만표를 투개표 과정에서 조작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나 국민을 원망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국민들이 다시 세워줄 것으로 믿었다.

1973년 납치사건 때 현해탄 위에서도, 그리고 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사형언도를 받고 죽음을 맞아서도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에 잡혀가 재판을 받고 있을 때 그들은 “협력하면 살려주겠다. 대통령 빼고 모든 것을 다 시켜주겠다”고 회유하고 협박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국민과 역사 속에 살 것이다. 나를 죽여라.”
김 전 대통령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역사의 승리, 국민의 승리, 즉 ‘정의필승’의 신념이 있었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리더는 말 그대로 앞서서 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혼자서 가는 사람이 아니고, 대중과 섞여서 가는 사람도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가지를 말했다.
첫째, 국민보다 반 발짝 앞에 가라.
둘째, 국민의 손을 놓치지 말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이 따라오지 못하면 설득하면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재임중 스스로 만든 ‘대통령 수칙’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국민의 애국심과 양심을 믿어야 한다.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면 표현 방법을 재고해야 한다.”(‘대통령 수칙’ 7번째)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인에게는 3개의 국민이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국민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다.
두 번째 국민은 자기가 속한 정당의 국민이다.
세 번째 국민은 자기가 속한 지역구의 국민이다.
국민들은 정치인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위해 일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성공하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가 속한 정당의 소속원들에게 인정받아야 하고 자기가 속한 지역구 주민들에게 지지받아야 한다.

멀리 앞서 있으면 국민의 생각을 알 수 없고, 국민의 손을 놓치면 국민의 체온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 순간, 리더의 말은 공허하고 현실감을 잃고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소 독특한 ‘영웅론’을 피력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나폴레옹의 말을 인용했다.

“영웅이란 대중들이 원하는 바를 높은 데에 올라가 포즈를 취하고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이다.”

김 전 대통령이 말하는 영웅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국민을 대신해서 말하는 사람이다.
 
이상-현실 조화시키는 리더십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로 정치인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다. “서생적 문제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말을 이렇게 설명한다.

“먼저 성공하는 인생을 위해서는 ‘서생적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원칙을 중시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서 따지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 그러한 사람은 철학이 있고 비전이 있고 당당한 인생의 목표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인적 현실감각’이 필요하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손님 눈치보고 돈 버는 궁리를 하듯이 현실 문제를 잘 처리해서 성공하는 이런 것을 병행해야 한다. 둘 중에 하나만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현실에서 성공할 수 없다.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지고 현실에서 성공하는 그러한 길을 가는 사람이 중요하다.”
김 전 대통령은 원칙과 철학을 가진 정치인으로 국민과 역사를 믿는 분이었지만, 동시에 현실에 성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하는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각과 행동이 유연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장점은 능소능대(能小能大)하는 자세에 있었다. 작은 일도 잘 처리할 줄 알고, 큰 일도 잘 처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는 자신의 심성과 생각을 유연하게 가다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비서들에게 고전을 많이 읽으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 대문호들의 소설 등을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거기에서 인간과 역사를 배우고 자신의 심성을 가꾸라는 것이다. 고전 속에는 악인도 있고, 선한 사람도 있고, 비겁한 사람도 있고, 용감한 사람도 있다. 이러한 인간 군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우리의 사고는 유연해질 수 있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전에는 승리와 패배의 역사가 모두 들어 있다. 환회와 영광도 있고, 좌절과 안타까움이 모두 들어있다. 이런 양 측면을 이해할 때 우리의 생각이 유연해질 수 있다.

둘째, 유연한 리더십의 기본은 말을 조심하고 가려서 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야당하는 사람들이나 재야 사람들이 말이 거칠어지고 심성이 강퍅해지는 것을 경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3번 생각하라”고 말했다. 이것을 변증법의 정반합(正反合) 논리로 설명했다. 첫 번째 생각이 정리되면, 그 다음에 그 생각의 반대 측면을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첫 번째 생각대로 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일들,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두 번째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 생각과 비교하고 종합해서 세 번째 생각을 만들어 말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셋째, 김 전 대통령은 폭력을 반대했다. 대통령은 ‘비폭력 무저항’이 아니라 ‘비폭력 적극저항’을 강조했다. “폭력은 우리에게서 대중을 떠나게 하고 탄압의 빌미만 줄 뿐이다”며 폭력을 반대했다. 폭력은 유연한 생각, 유연한 행동과는 정반대의 행동이다.

넷째, 유연한 생각과 행동에서 창의성이 나옵니다. 자기만의 생각을 고집하는 사람에게는 창의성이 나올 리가 없다. 김 전 대통령은 창의성이 없는 사람을 멀리했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감각과 생각을 중시했다.

다섯째, 직접 경험하지 못해도 책이나 신문을 통해 경험하고 받아들였다. 경험하는 것과 원리를 파악하는 것을 병행해서 지식을 확장했다. 해보지 않아 모르겠다는 태도는 유연한 리더십이 아니다. 고전을 읽고 유연한 심성을 기르는 것, 말을 조심해서 가려서 하고, 폭력을 반대하는 것, 항상 창의적인 생각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 경험과 원리 파악을 병행해 지식을 확장하는 것이 성공하는 리더십이다.
 
참여와 실천의 리더십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의 네번째 덕목은 ‘행동하는 양심’이다. ‘행동하는 양심’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필생의 모토였다. ‘행동하는 양심’은 2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며, 중간자적 입장에서 자기를 변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분들이 참으로 많다. 자신을 중간지대에 놓고 ‘나는 중립이다. 어느 편도 아니다’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실은 이러한 태도야말로 악한 편을 돕고 악인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에서 “모두가 자유를 말하지만 책임지지 않고 도피하기 때문에 억압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양심’은 참여하는 리더십이다.

둘째는 ‘행동하는 양심’이 된다는 것은 감옥가고 거리에서 투쟁하고 하는 것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그 길은 꼭 어렵지만은 않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동하면 된다. 무엇보다 바르게 투표하면 된다. 인터넷 같은데 글을 올릴 수도 있다.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할 수 있다.”

자신이 처한 처지에서 실천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사는 삶을 말합니다. 우리가 흥사단 활동에 참여하고 실천하는 것도 ‘행동하는 양심’으로 사는 것이다.
 
김대중 리더십의 실제
 
▲말과 글의 리더십 “쉬운 말을 쓰고, 책을 읽고, 메모하고, 생각하라”=김대중 리더십은 말과 글의 리더십이다. 현대 대중사회의 리더십은 말과 글로 이루어집니다. 과거처럼 총이나, 돈이나, 권력으로 리더십은 유지되지 않다. 말과 글은 소통의 기술이면서도, 리더십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첫째, 김 전 대통령은 쉬운 말 쓰기의 천재, 달인이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리더십을 생각한다면 쉬운 말, 쉬운 표현을 찾는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김 전 대통령의 연설문은 단문이 많고 문장의 호흡이 짧다. 강연이나 연설은 중학교 1,2학년 수준의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김 전 대통령은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 비결은 3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다. 내용이 파악될 때까지 읽고(정독), 메모를 통해 주요 줄거리를 다시 정리하고(메모), 책을 덮고 머릿속으로 자신이 읽은 내용을 생각하는 것이다(사색).

셋째, 대통령은 언어 선택의 마술사와 같았다. 핵심을 꿰뚫고 대중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될 수 있는 조어(造語)를 제시하는 능력이 있었다. “행동하는 양심” “서생적 문제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 “햇볕정책” “철의 실크로드” 등 모두 대통령께서 만든 말들이다.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국민들이 들었을 때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를 연상되게 하는 말들이다.

넷째, 연설문은 주제를 좁혀 단순화했다. 연설에서 많은 것을 전달하려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주제를 두세 가지로 선택하고 그 주제에 집중했다.

쉬운 말을 쓰는 것, 정독, 메모, 사색을 통해 지식을 자기 것으로 하는 것, 상황을 꿰뚫는 단어와 표현을 선택하는 것, 주제를 단순화하는 하는 것, 이것이 김대중 리더십 - 말과 글의 리더십의 특징이다.
 
▲자기 훈련의 리더십=제가 김대중 리더십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준비와 연습의 리더십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벌레, 연습벌레였다. 김 전 대통령은 쉬지 않고 노력하는 분이다. 평소에 김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 “쉬지도 말고 서두르지도 말라.”“한 우물을 10년을 파라.”

김 전 대통령은 정치를 하건, 사업을 하건, 공부를 하건 10년을 하면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단번에 성과를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10년 정도를 하면 그 분야에 잘 알려진 사람이 되고, 현실에서도 성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정상에서는 모두가 통한다는 점이다. 한 분야에 최고가 되면 다른 분야의 최고와 교류할 수 있다. 정상에 서면 건너편 정상도 보이게 마련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철저하게 준비하고 반복해서 연습한다. 강연이나 인터뷰 요청이 오면 주최측이나 청중, 언론사의 요청을 검토하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 인터뷰의 경우는 해당 언론사의 관심뿐 아니라 지금의 정치 정세 등에 자신의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 다음에 각종 자료들을 검토한다. 각종 통계자료와 수치 등을 숙지한다.
그리고 나서 연설이나 인터뷰 요지를 글로 먼저 써본다. 대통령 재임 중에는 강연요지, 인터뷰 요지, 국무회의 등에서 발언할 내용을 적은 노트가 27권이나 된다. 퇴임 후에도 6권의 노트를 남겼다. 그리고 나서 생각을 정리한 연설문을 작성한다. 비서를 불러 구술을 한다. 구술을 프린트해 거기에 2~3차례 수정을 가한다. 그리고 당신이 믿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보내 또 의견을 구한다. 그러면 연설문이 완성된다.

여기서 모두 끝난 게 아니다. 연설문이 완성되거나 인터뷰 요지가 정리되면 반복해서 연습을 한다. 비서관들 앞에서 직접 해보거나, 찾아오는 손님에게 직접 해본다. 심지어 화장실이나 서재에서도 중얼중얼 연습한다. 김 전 대통령은 내용이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발음과 표현이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용뿐 아니라 발음, 표현 등 전달의 형식도 귀중하게 생각했다. 마치 무대에 오르기 전 대본을 외우는 배우와 같다.
 
“인물이 부족 인물이 문제”
 
나는 우리 사회는 지금 인물이 부족하고 인물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한마디로 ‘리더십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라가 잘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는 ‘똑똑한 국민’, 둘째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은 국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3번의 독재를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룩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세계에 그 유래가 없다고 했다. 작년 촛불집회에서는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우리 국민들은 과거에도 위대했고, 미래에도 세계 민주주의 발전을 선도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돌아가셨다. 그러나 생전에 “인물이 부족하다. 인물이 문제다”라는 말씀을 여러 차례 했다.
요즘 우리는 ‘인재’를 많이 말한다. ‘인재’는 탁월한 지식과 기능을 가지고 기업, 사회, 국가에 공헌하는 사람이다. ‘인물’은 여기에다가 소명의식을 갖고 역사발전에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사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중산층과 서민 생활이 어려워지고, 남북관계마저 경색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처한 이런 상황을 생각할 때 똑똑한 국민을 이끌어나갈 인물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도산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인물이 되어야 하고,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 ‘참배나무에는 참배가 열리고, 돌배나무에는 돌배가 열린다.’  ‘김대중 정신’을 새기고, ‘김대중 리더십’을 교훈으로 삼아 ‘미래의 김대중’이 되고, ‘미래의 인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최경환 교수 소개/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3년 반, 퇴임 후 서거하기까지 6년 반 등 도합 10년을 보좌했다. 이 글은 지난 10월 30일 흥사단 광주지부 초청을 받아 “김대중 리더십”을 주제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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