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7.09.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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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귀댁의 주방에 무언가 끓고 있지 않습니까 ?
인류가 음식을 불에 익히고 조리해서 먹기 시작한 것은 매우 오래 전 일이다. 약 4~5만 년 전 불을 발견했고, 빙하기를 겪으며 불을 사용했으며, 이때부터 음식물도 익혀 먹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이처럼 단순히 음식물을 익혀먹던 수준의 인간행위는 인류문화의 변천과 함께 ‘요리’라는 형태로 발전해 왔으며, 오늘날 ‘요리’는 생존에 필요불가결한 요소임은 물론, 인간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가장 큰 문화요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요리행위에는 필연적으로 불을 사용하게 되므로, 우리는 이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을 항상 마음에 새겨두어야 한다.
국가화재 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9월 20일 현재까지 전라남도 내에서 발생한 2109건의 화재 중 주택화재 건수는 365건에 달하며 이중 음식물 조리로 인한 화재가 68건으로 주택화재 발생 건수의 약 18%를 차지하는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음식물 조리가 원인이 되는 화재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나 명절연휴 기간에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다.
2013년 소방청 주관 ‘화재조사 연구과제 발표대회’에서 주방화재 발화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분석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사골을 우려내거나 식용유를 이용한 요리, 빨래 삶기 실험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사골의 경우는 생성된 동물성 기름, 빨래의 경우에는 건조된 천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하였다. 또한 식용유를 이용한 요리의 경우 좁은 냄비를 사용하면 발생된 유증기의 밀도가 높아져 쉽게 화재로 이어졌다.
‘이성이 잠들면 악마가 나타난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1810년 작 작품명이다. 그는 이성이 깨어 있지 못함을 경계했지만, 오늘 우리는 ‘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불을 켜놓은 채 외출하거나 잠이 들어버리면 그 사이 화마가 달려든다.
주방화재의 예방은 무엇보다 취급자가 주방에서 화기를 취급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겠지만 부가적인 안전시설로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등의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가스레인지 등의 화기시설에는 ‘자동확산소화기’ 및 ‘타이머코크(가스 자동차단 장치)’ 등의 안전장치를 설비해야 한다. 또 주방후드나 환풍기 등에 먼지나 기름찌꺼기 등이 붙어 있지는 않은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지난 6월12일부터 소화기구와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이 개정됨에 따라 음식점, 호텔, 다중이용업소, 기숙사 등의 주방에는 1개 이상의 K급 소화기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K급 소화기는 음식점 주방 화재뿐 아니라 일반화재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화재안전기준이 개정됨에 따라 주방 화재로 인한 대규모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K급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비치하자.
주방화재는 특히 10월·11월 중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사골 등의 보양식을 많이 끓이고, 위생 문제로 빨래도 더 자주 삶으며, 계절이 바뀌어 화기취급이 늘어나는 것도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이다. ‘부주의’가 불행을 부른다.
“지금, 귀댁의 주방에 무언가 끓고 있지 않습니까?”
(영암소방서 구조대장 소방경 민종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