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한 송년회…요식업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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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12.15 01:34

검소한 송년회…요식업계 `울상'
집에서 '품앗이' 송년회로 대체..떡볶이에 뮤지컬로 끝내기도
윤선숙 기자, 2008-12-14 오후 5:12:41  
호텔.외식업계 예약률 저조로 '고전'

연말을 맞아 본격적인 송년회 시즌에 접어들었지만 불황의 여파로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에 기업체나 단체들의 송년회 문화도 바뀌고 있다.

`풍족한' 술자리 대신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모임을 갖는가 하면 간단한 식사나 공연으로 송년회를 대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장가 음식점이나 유명 호텔 연회장의 예약률이 뚝 떨어지는 등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요식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 "송년회는 집에서"…"음식은 각자" = 밖에서 만나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내는 음주가무를 즐기던 송년회 대신 직장 동료 또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포트럭'(potluck)이나 홈파티식 송년회가 요즘 인기다.

매년 지인들이나 직장 동료들과 송년회 자리를 가졌던 회사원 정모(35)씨는 불황이지만 송년회를 거르고 넘어가는 것은 아쉬워 올해는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밖에서 비싼 음식과 술을 사먹는 것보다 각자 자신 있는 요리 한 두 가지를 준비해오면 부담없이 함께 즐기면서 송년회 분위기를 낼 수 있기 때문.

정씨는 "비용도 저렴하게 들 뿐 아니라 가족들을 동료들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통해 훈훈하고 차분한 연말을 보낼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며 "음식을 준비하지 못하는 사람은 음료수라도 사오도록 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연말이면 친구들과 강남의 분위기가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며 송년회를 가졌던 직장인 박모(30.여)씨도 올해는 자신의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 각자 숨겨둔 요리 솜씨를 뽐내며 함께 먹고 즐기기로 했다.

부모님이 지방의 친척집을 방문하는 12월 셋째 주 주말에 모처럼 대학 동창 4-5명을 불러 각자 음식을 준비해오거나 일부는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수다를 떨 계획이다.

박씨는 "직장 생활을 하느라 서로 얼굴 보기도 어려운데 집으로 불러 같이 음식도 만들어 먹고 밤새 이야기하며 송년회를 갖기로 했다"며 "음식 솜씨가 없는 친구들은 와인을 가져오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올해 중순께 결혼한 회사원 강모(31.여)씨도 "결혼 후 친한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지 못해 송년회 겸 집들이를 하기로 했다"며 "밖에서 송년회를 하면 비용 부담이 큰데 마침 동료들도 집을 구경하고 싶다며 다들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기업들 검소한 송년회…호텔 연회장도 `썰렁' = 경기 침체에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송년회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생략하는 추세다.

회사원 정모(32)씨는 "회사도 사정이 어려운지 송년회 규모를 대폭 줄이자는 분위기여서 우리 부서는 다 같이 영화 한 편 보고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며 "다른 회사의 경우들을 보면 지난해보다 송년 모임이 절반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의 은행에서 근무하는 최모(34)씨의 부서는 떡볶이로 저녁식사를 마친 뒤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고 생맥주 한 잔을 마시고 헤어지는 실속있는 회식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최씨는 "원래 1차에서 고기를 먹고 2차로 양주와 맥주를 마신 뒤 3차에는 노래방을 가면서 밤새 음주가무를 즐겼는데 올해는 신당동 떡볶이를 먹고 뮤지컬을 보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기억에 남는 송년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도 검소하면서도 이색적인 송년회로 돌아서면서 주로 기업들의 송년회를 맡아왔던 호텔들도 사정이 여의치않기는 마찬가지다.

힐튼 호텔의 경우 연회장의 주 고객이었던 은행과 외국계 보험사들이 연말을 3-4개월 앞두고 연회장을 예약했다가 경제 위기가 닥치기 시작한 11월 말부터 이달 초순께 상당수가 해약해 연말 행사가 10%가량 줄었다는 설명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매년 10%씩 연회장 매출이 늘었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매출이 같아 결과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관계자도 "기업이나 송년 모임이 줄어들거나 예약 자체가 많이 안 들어왔다"고 말했다.

◇ 저조한 송년회 예약에 외식업계 `울상' = 어려운 경제 여건에 송년회를 집에서 하거나 간소화하는 업체나 모임들이 늘어나면서 대목인 연말 송년회 시즌에 식당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한우 전문 음식점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예약은 커녕 그냥 찾아오는 손님도 드문 것 같다"며 "송년회를 하겠다고 걸려오는 문의 전화 자체가 없다"고 한숨지었다.

광진구의 m한식뷔페 관계자는 "연회석이 90석가량 있는데 20일 이후 예약이 한 건도 잡혀 있지 않다. 지난해에는 예약이 제법 있었는데 올해는 송년회를 안 하는 것인지 지금 텅텅 비어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 박천석 경영부장은 "올해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평소에도 장사가 잘 안됐는데 송년회 시즌인 12월에도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예약 건수가 지난해보다 평균 50% 이상 줄어들었고 심지어 예약이 전혀 없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대형 업소들은 간혹 예약이 들어오고 있지만 이 마저도 예년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고 하소연하는 곳이 많다"며 "지난해에도 경기가 좋지 않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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