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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한국 정치에 대해서

장신기 | 기사입력 2002/03/18 [14:08]


2000년 한국 정치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는 총선이다. 총선을 통하여 이제까지의 여야 각 당의 행동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며 새로운 정치 질서의 형성 가능성을 알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총선을 앞두고 올 해 한국 정치에 대한 예측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바라는 정치권의 개혁 방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올 한 해 한국 정치를 예측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우리가 처한 현실적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이상적인 언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 주의하면서 나름대로 2000년 한국 정치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2000년 한국 정치는 과도한 중심 집중에서 어느 정도 탈피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 정당 구도나 보스 중심의 정치 운영의 문제점들이 이 번 총선에서는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기본적인 틀은 잡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해온 정치 지도자들이 이 번 총선을 통해서 그 무게가 어느 정도 다른 세력들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은 이 문제에서 중요한 변수임에는 틀림없다. 몇몇 의혹 사건에서 국민들을 실망시킨 면이 있지만 안정적인 개혁을 통한 국정 운영이 국내외적으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의 자기 분열을 의미하는 권력 누수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다음 대선을 노리는 국민적 신망을 받는 정치인들의 성장을 통한 자연스러운 중심 이동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야당인 한나라당의 변화도 탈중심적인 정치 질서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제까지 3김 청산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정치적 행동은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 여러 곳에 뿌리 박혀 있는 반dj정서에 근거한 것이다. 비생산적인 정치권의 문제점에서 한나라당도 역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여당인 새 천년 민주당에서 예견되는 변화의 바람은 필연적으로 한나라당의 정치적 행동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것의 내용은 감정적인 대결 구도를 벗어난 정책적 대안을 놓고 갈등하는 양상으로의 변화이다. 이제는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상대 정치 세력의 부정과 비판에서 찾는 시대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는 내용으로서 평가받는 정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야당은 이회창 총재가 과거 정치 지도자만큼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다양한 세력들이 공존하는 한나라당의 내부를 고려할 때 무게 중심이 한 쪽으로 몰리지 않고 나름대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야당의 변화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앞으로 예견되는 새천년 민주당의 변화 바람에 한나라당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내적 기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당이나 야당이나 새로운 인물을 총선에 내세우는 상황이므로 과거의 갈등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세력들이 형성될 수 있는 것도 탈중심적인 정치 질서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한국 정치권의 탈 중심화 경향은 이제까지 감정적인 대립 구도에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상대방의 부정에서 찾는 한국 정치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번 총선과 그 이후에 전개되는 정치권 내부의 변화의 방향은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정치질서의 구축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 본 글은 대자보 30호(2000.1.12)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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