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철 作: 기억풀이 DATE 1, 112.0×162.0cm(100P), Acrylic on canvas, 2022 |
‘기억은 맑은 눈물이다.’ 신철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며 가슴에서 꺼낸 중얼거림이다. 작가는 1986년 제1회 첫 개인전에서부터 ‘기억풀이’라는 명제에 소제목을 붙여 작품을 발표하여 왔다.
작가의 깊은 의식이 녹아있는 명제 ‘기억풀이’에 대한 헤아림은 중요하다. 필자는 작가에게 “앞으로도 주된 명제로 연속되는가?”라는 극히 함축된 질문을 했다.
작가는 “기억풀이는 제게 과거의 기억이라는 뜻도 있겠지만, 내게 주어졌던 어떤 감정을 나름의 방식으로 재구성해서 풀어헤친다는 의미가 큽니다.” “앞으로도 저만의 형식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결핍들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시를 쓰듯이 담담하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기억풀이가 꼭 과거의 침잠이 아닌 사람의 심성을 어루만지는 서정성을 회화의 정신으로 접근하려 합니다”
심층적인 작가의 말은 작품의 이해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열쇠와 같다. 특히 남도의 섬 완도에서도 외떨어진 내내 푸른 청산도에서 태어나 자란 유년의 기억을 매만진 감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고정된 경계를 허물게 된다. 나아가 “가슴에 존재하는 결핍들을 아름다운 시로 그려가겠다”는 의식은 작품 세계의 새로운 확장을 살피게 되는 대목이다.
필자는 작가의 지난 전시를 소개한 글에서 신철 화가의 작품을 러시아 태생의 미국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의 가사가 없는 특별한 성악곡 보칼리제로 헤아린 적이 있었다. 작가의 작품이 극히 함축된 시적 표현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을 일깨운 것이다.
이어 “신철 작가의 내면적 의식과 감성이 고스란히 표현되는 인물 중심의 작품에서 승화된 예술성은 감정을 나타내는 표정의 시적 표현에서 가능하다.” “절제된 표정 속에 가슴으로 써 내려간 시를 헤아릴 때 작가의 작품은 더욱더 맑은 눈을 뜬다.”는 작품에 담긴 시적 표현의 특성을 주목하였다.
![]() ▲ 신철 作: 기억풀이 DATE 2, 112.0×162.0cm(100P), Acrylic on canvas, 2023 ©이일영 칼럼니스트 |
필자는 왜!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며 ‘기억은 맑은 눈물이다.’라는 중얼거림을 품고 있는 것일까? 이는 절정인 아픔의 통증과 기쁨의 감동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감정적 반응에서 꾸밈없는 표현으로 흐르는 눈물이 시와 같음을 의미한 것이다,
나아가 작가의 가슴에 존재하는 결핍들을 아름다운 시로 그려가겠다는 의식 또한, ‘기억은 맑은 눈물이다.’라는 승화된 감성으로 추스르고 있음을 중시한다.
작가는 어떤 것이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이 부족한 상태를 나타내는 결핍에 엉킨 아픔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빛깔의 이야기로 매만진다. 이러한 바탕에 감정을 삼킨 표정으로 서 있는 주인공들은 지난날의 기억이며 현재와 내일이다. 이들을 바라보며 맑은 눈물을 삼키고 훔쳐야 하는 우리들의 몫까지 그려진 작품은 그림으로 그려진 한 편의 시다. artwww@naver.com
신철 작가 주요 약력
개인전 55회 (서울, 부산, 대구, 광주, LA, 휴스턴 등) /2021 비움의 미학 (서호미술관, 남양주)/ 2020 봄바람-휘휘호호 (신세계갤러리, 대구)/ 2018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까요? (슈페리어갤러리, 서울)/ 2016 백화만발 만화방창 (경기도 미술관, 안산)/ 한국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COEX,서울) 외 다수/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역임
필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