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386 세대의 정치권 진출에 대한 사실적 평가

장신기 | 기사입력 2002/03/18 [14:04]


386세대가 개혁에 대한 기본적인 틀에 대해서 공감한다면 여와 야에 따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보편적인 개혁 법안에서는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과감하게 여와 야를 초월한 단결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 시대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개혁이며 정치권이 이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초발심을 잊지 않는 청년 정치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386세대의 정치권 진출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내용은 대부분 이번 총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에 치우친 면이 있으며 정치권의 자기 변화와 이들의 정치권 진출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치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사실적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아서 이들의 정치적 진출에 대한 평가를 시도하고자 한다.

그 대상은 민주당에 들어간 386세대 학생 운동권 출신과 한나라당에 들어간 386대상으로 국한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자민련은 386세대의 정치권 진출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뒤에서 관망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현재 정치권에 진출하는 386세대가 학생 운동권 출신이라는 사실에 그 원인을 찿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에 참여한 인물들은 한국 사회 민주화 운동 세력의 한 축인 민중 운동권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정치 세력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386세대의 정치 진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나올 수 있는 대상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입당한 386세대인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는 어떠한 기준과 원칙으로 386세대의 정치권 진출을 평가할 것인가를 먼저 밝히도록 하겠다. 우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한국 정당의 구조적인 위치를 이해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그 정당의 구조 속에서 정치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386세대가 어느 정도 자율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한국 정치가 그 정당의 중심 인물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새롭게 정치권에 진입한 386세대가 어떠한 리더십과 연관성을 가지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을 구현해나갈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위와 같은 작업을 통해서 정당의 구조와 실질적인 정치 행위자의 관계을 살펴보면 386세대의 정치권 진입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한국 정당 정치에서 갖는 구조적 위치에 대해서 알아보자. 민주당은 멀게는 보수 야당의 맥을 이어가는 정당이다. 그런데 가깝게는 평민당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난 보수 야당의 자기 변화 과정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변화 과정 이 후에도 정당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명망가 중심의 직업 정치인으로 주로 이루어진 오랜 기간 변하지 않았던 야당의 인적 구성에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평민당 이후로 신민당 민주당으로 이어지는 김대중씨가 이끄는 한국의 비타협적 야당은 재야 사회 운동 세력을 중심으로 인적 충원을 하였다. 그 이후의 국민회의에는 과거 집권 경험이 있는 세력을 새롭게 충원하게 되었다. 국민회의는 이른바 동교동계와 오랜 기간 야당 생활을 한 직업 정치인들과 그 동안 충원된 김근태씨와 대표되는 재야 운동 세력과 이종찬씨와 같은 구 집권 일부 세력이 공존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이것이 지금의 민주당 이전의 국민회의까지의 모습이다. 그러면 이 번의 민주당은 어떠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가? 이 번 민주당은 그 동안 정치권에 진출하지 않은 사회 운동 세력과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인적 충원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정치권 진출로 인해서 직업 정치인 출신과 일부 동교동계의 정계 은퇴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위와 같은 과정을 고려하면 현재의 민주당은 김대중씨가 야당 시절 지속적으로 추진한 인적 재구성 작업이 여당의 위치에서 이루어진 결과 탄생한 정당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구심력이 강한 동교동계와 재야 출신들이 실질적인 이념적 대표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세력은 중도 개혁적인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이번 민주당을 통한 386세대의 정치권 진출은 과거 비타협적 야당에 참여한 재야 세력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한나라당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나라당은 멀게는 한국의 전통적인 지배 세력들의 맥을 이어가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민련이 정통 보수 노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당세가 더 큰 상황에서 우선 한국 정통 보수 세력의 맥을 이어가는 정당으로서 한나라당을 거명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도 한국의 비타협적 야당이 자기 변화하는 과정을 언급하였지만 한나라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김영삼씨가 3당 합당을 통해서 보수 대연합에 동참한 다음에 한국의 정통 보수 정당에도 인적 구성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 보수 세력은 군부를 중심으로 한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김영삼씨가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에는 민간 세력이 그 중심을 차지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현재의 한나라당에는 상당수의 민간 세력이 존재하며 그 중심에는 이회창 총재가 있다. 그 과정에서 이탈한 전통적인 구 집권 세력들의 정치 세력이 자민련이라고 할 수 있다.

저번 총선에서부터 인적 재구성이 상당 부분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번 총선에서도 그 흐름은 이어질 것 같다. 이는 이회창 총재를 중심으로 한 지도 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당내에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부영 씨나 김덕룡 씨의 영향력도 유지 혹은 강화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현재의 386세대를 비롯한 신진 인사들의 한나라당의 진입은 한나라당이 전통적 보수 정당의 맥을 이어가면서 군부가 아닌 민간 세력을 통한 인적 재구성을 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여기에 과거 8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 대한 재야의 비판적 지지 노선과 거리를 두었던 과거 사회 운동 세력의 일부가 동참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을 거부하는 과거 보수 세력의 중심과 새롭게 등장하는 민간 세력(과거 행적을 볼 때 보수와 진보가 함께)들의 결합 과정이 현재의 한나라당의 자기 변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위와 같은 각 정당의 구조적 위치하에서 386세대를 비롯한 현재의 신진 정치인들은 어떠한 리더십과 연관성을 가지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이 필요한 것은 우선 386세대가 과거 사회 운동의 과정을 통해서 보여준 정치적 비전이 상당히 개혁적이나 그들만으로 독자적인 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서 앞에서 말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구조적 위치와 정치적 행위자의 자율성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민주당의 경우를 살펴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 철학이 강력한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다른 지향점을 내세우는 정치 세력이 민주당의 기본 이념에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사실은 몇 가지 의혹 사건으로 인해서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한 면이 있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 능력이나 개혁 노력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이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도중에 권력 누수 현상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사실에 의해서 더욱 뒷받침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개혁 기조는 유지될 것이며 오히려 자민련과의 갈등과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으로 인해서 김대중 대통령의 자율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를 배경으로 하여 개혁의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생각된다. 위와 같은 예측되는 정국의 상황과 차기 대권을 노리는 세력의 면면을 보면 민주당 내에서의 개혁적 리더십의 형성은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총선 결과에 따라 상황 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현재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르는 이인제씨와 김근태씨와 노무현씨 등은 개혁적 리더십의 창출에 더욱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을 통해서 정치권에 새롭게 진출한 386세대를 비롯한 정치 신인들은 이 흐름을 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에 입당한 386세대는 자신들의 정치적 비젼을 구현시킬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으며 차기 대권 주자들 역시 이들의 참신성을 정치적 동력으로 삼을 것이 예상되므로 상대적인 정치적 자율성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민주당의 구조적 위치와 정치적 행위자의 관계성을 고려할 때 민주당에 입당한 386세대는 나름대로의 자율적 역량을 형성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비젼을 구현시켜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한나라당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 중심의 지도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전통적인 집권 세력이자 보수 세력인 상당수의 한나라당의 인사들은 새로운 리더쉽을 창출할만한 지도력을 겸비한 인물이 부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따라서 이들은 새롭게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인물을 중심으로 모이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번 총선과 그 이후에도 그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과정을 통해서 과거 전통적인 보수 세력을 대체하여 새로운 민간 세력이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과거 전통적인 보수 세력과 이회창 총재를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민간 세력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구심점에는 이회창 총재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이회창 총재는 이제까지 보수적인 정책 노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의 한 축인 보수 세력과 근본적인 대립을 보이고 있지 않다. 재벌 개혁과 국가 보안법 문제 남북 문제 등과 같은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 보여준 이회창 총재의 행동은 보수 세력들의 기본적인 입장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또한 민간 세력으로서 전형적인 한국의 엘리트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회창 총재는 한나라당의 민간 정치 세력에게도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회창 총재 중심의 리더십이 강화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에 입당한 386세대와 정치 신인들은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김덕룡씨와 이부영씨와 같은 민간 정치 세력의 리더쉽과 연계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서 살펴보아야 할 것은 이러한 정당 구조적 특성과 정치적 행위자의 관계 속에서 한나라당에 진입한 386세대를 비롯한 신진 세력들의 정치적 지향점이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하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내세우는 정치 지향점 중에 하나는 3김 청산론이다. 그런데 이것이 실질적으로 한국 정당의 구조적 보수성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할 때 한나라당의 현 상황이 김대중씨가 현실적인 지도력을 행사하는 민주당보다 긍정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정당 구조의 민주화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가 3김 청산론을 내세우면서 지역 감정에 기댄 정치를 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일반적으로 개혁적인 법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국회 통과를 당 명과 다르게 지지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는 등 3김 청산론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다른 정치적 행동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또한 반 dj노선을 견지하면서 전통적인 보수 세력의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고 있으며 재야 출신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이러한 한나라당의 보수성에 대해서 대체로 순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들을 함께 묶을 수 있는 것은 반dj정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386세대들의 정치적 비전이 한나라당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이회창 총재가 전통적인 보수 노선을 견지하고 당내 상당수 보수 세력의 지원을 받고 일부 재야 세력들은 반dj노선을 함께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보수적 행동에 대해 순응하고 있는 현재의 한나라당의 내부 상황을 고려하면 개혁적 입장을 정치권에 반영하겠다는 의도가 제대로 구현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에 입당한 386세대는 이회창 총재가 현재와 같은 보수적 노선을 유지하게 될 때에는 자신들의 정치적 비젼을 구현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구조적 위치와 그 안의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서 386세대를 비롯한 정치 신인들의 정치적 자율성 문제를 생각해보았다.

386세대가 개혁에 대한 기본적인 틀에 대해서 공감한다면 여와 야에 따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보편적인 개혁 법안에서는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과감하게 여와 야를 초월한 단결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 시대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개혁이며 정치권이 이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초발심을 잊지 않는 청년 정치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본 글은 대자보 34호(2000.2.16)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