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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Journey)의 미학, 남희조 작가의 “원천–시초의 발자취를 따라서”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3/09/12 [10:05]

▲ 남희조 作 Journey #5, Fabric Collage on Canvas, 72.2 x 53cm, 2022  © 이일영 칼럼니스트

 

서울 인사동 소재 관훈갤러리에서 남희조 작가의 개인전 “원천–시초의 발자취를 따라서”가 9월 13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뉴욕 프랫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회화에서 설치, 조각, 공예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 기법으로 한국의 문화에 담긴 특성적인 상징과 감성을 매만져 왔다.

  

작가의 승화된 예술성은 해외에서 크게 인정받았다. 작가는 2015년 동양 여성 작가로서는 최초로 그리스 고고학 박물관에서 초대 전시를 하였다. 당시 역사의 징검다리와 같은 예술로 평가받아 고대 유적의 도시 아테네 현대미술관과 고대 문명이 찬연한 크레타섬의 레팀노 도시에 있는 크레타 현대미술관에서 연이어 개인전을 열었다. 

 

작가의 최근 작품은 마 또는 면 그리고 광목과 같은 천연 소재의 직물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콜라주 작품들이다. 이와 같은 소재와 기법에 담긴 의식은 삶의 과정을 의미하는 여정(Journey)이라는 작품의 명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의식은 “신성한 생명의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기저귀를 차고, 깃과 섶이 없는 갓난아이의 옷인 배냇저고리를 입으며 나이에 상관없이 이불을 덮고, 마침내는 수의를 입는다.”는 작가 노트에서 깊게 헤아려진다.

 

작가의 작품은 직물과 동행하는 삶과 생명이라는 숨결의 여정(Journey)을 심층적으로 매만진 의식이 두드러진다, 여러 소재의 직물 조각으로 이루어진 화면의 조형적인 창들은 다양한 시간과 공간의 사유를 품고 있다. 이는 각각의 순간들과 존재들을 여정(Journey)의 형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작가 의식은 “작은 인연들이 모여 큰 인연이 되고, 이는 마을을 이루고, 지구를 이루듯이 태어나 성장하며 죽음에 이르는 여정에서 만남과 관계를 통한 연속된 인연들의 영향이 곧 삶이다.”라는 작가의 변에서 한층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면화 솜을 자아 거칠게 엮어낸 직물 무명(cotton)이거나 삼나무 섬유 리넨(linen)이 자연의 작은 씨앗에서부터 자라난 생명의 직물이라는 점에서 삶의 여정으로 승화시킨 깊은 울림의 사유적 의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남희조 작가의 콜라주 작품 여정(Journey) 시리즈에서 주시해야 할 내용은 작가의 콜라주 작업이 단순한 실험적 양식이 아닌 면밀한 의식으로 녹아있다. 

 

작가의 패브릭(천) 콜라주 양식을 미술사적 관점으로 해체하면 외형적으로 사각형 이미지의 무작위 형태라는 점에서 루마니아 초현실주의 시인이며 아티스트인 게라심 루카(1913~1994)에 의하여 탄생한 초현실주의적 쿠보매니아 기법을 살피게 된다. 그러나 초현실주의를 선언한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의 사상을 품은 사회적 조건의 객관성 비판이라는 점에서 서구적 양식을 수용하고 있지만, 남희조 작가가 추구하는 의식은 다르다.   

 

작가의 콜라주는 우리의 고유한 전통에서 일상에서 쓰다 남은 천을 활용하였던 서민 생활의 지혜로 빚어진 조각보의 미학을 품은 사유적 특성으로 헤아리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사실은 패브릭(천) 콜라주 미술사에서 다음과 같은 주요한 예술가들의 작업과 의식에 견주어 남희조 작가가 추구하는 승화된 의식은 특별하다. 

 

독일의 다다이즘 예술가로 포토몽타주의 선구자인 여성 작가 한나 회흐(1889~1978)는 바느질 패턴을 사용하거나 훼손된 이미지와 텍스처의 조합으로 비판적 의식을 콜라주 하였다. 미국 작가 로매어 비어든(1911~1988)은 재즈 리듬의 울림을 콜라주 하여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삶을 조명하였으며  미국 여성 작가 페이스 링골드(1930~ )는 다층 직물 퀼트 콜라주로 아프리카계 아메리칸 여성의 삶을 생동감 있는 빛깔로 품었다.  

 

남희조 작가가 추구한 의식의 본질은 역사와 문화적 관점에서 국경이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직물은 동서를 막론하고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매개체라는 인식에서 삶의 여정으로 품은 시간성의 사유를 콜라주라는 미술적 기법으로 승화한 것이다.    

 

▲ 남희조 作 Blue Moon Light #1, Mixed Media on Scrap Metal, 229 x 148cm, 2012  © 이일영 칼럼니스트

 

남희조 작가의 의식과 작품에 대한 깊은 헤아림은 징검다리처럼 이어온  시대별 작품의 재료적 특성과 변화에서 쉽게 살펴진다.    

 

2012년에 발표한 작품 푸른 달빛(Blue Moon Light) 시리즈는 고철(Scrap Metal) 위에 혼합 기법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이는 달빛이라는 자연 현상을 고철이라는 소재의 질감을 통하여 연속적인 흐름과 순서를 품은 시간성으로 응축한 역사적 맥락이다.

 

▲ 남희조 作 Delphi #1, Patina on Steel, 150 x 94.7cm, 2015  © 이일영 칼럼니스트

 

이어 2015년에 발표한 고대 그리스의 신성한 아폴로 신전이 존재하는 유적지를 그려낸 델포이 작품은 강철 위에 생겨나는 녹청 파티나(Patina)로 작업 된 작품이다. 이는 고대의 역사가 품은 정신과 시간성을 고색의 자취와 흔적으로 표현하면서 신탁받은 예언의 무녀 피티아(Pythia)를 통한 신의 목소리를 품고 있다.  

 

이어 2016년에 발표한 생명의 순환(The Cycle of Life) 시리즈는 전통 한지를 소재로 삼고 있다. 이는 생명체의 탄생과 성장에 이은 죽음이라는 생물학적 프로세스의 순환을 의미하는 단순함이 아닌 시간의 무한성을 생명의 무한한 연속으로 건져 올린 의식이 담긴 작품이다. 

 

▲ 남희조 作 The Cycle of Life #11, Handmade Korean paperwork, 122 x 183cm, 2016     ©이일영 칼럼니스트

 

이렇듯 고철과 강철에 이어 종이와 직물로 이어진 작가의 재료적 변화가 의미하는 실체의 정신성은 역사를 품은 여정(Journey)이다. 이는 오랜 인류사에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여정이란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미지의 길이라는 사실을 깊게 헤아린 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남희조 작가의 전시 “원천–시초의 발자취를 따라서”에 전시된 작품은 존재 이전의 원천(Origin)에 대한 승화된 의식과 존재의 시작을 의미하는 시초(Beginning)에 대한 의식이 흥건하게 녹아있다. 

 

여정이란 삶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깊게 인식한 승화된 성찰과 교훈의 메시지를 품고 있는 작가의 작품에 담긴 승화된 예술성에 대한 국경이 없는 교감과 소통이 기대된다.  artwww@naver.com

 

필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아래는 위 기사를 '구글 번역'으로 번역한 영문 기사의 [전문]입니다. '구글번역'은 이해도 높이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문 번역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The following is [the full text] of the English article translated by 'Google Translate'. 'Google Translate' is working hard to improve understanding. It is assumed that there may be errors in the English translation.> 

 

Nam Hee-jo's solo exhibition "In the Footsteps of the Beginning" will be held from Sept. 13 to Oct. 1 at the Gwanhun Gallery in Insa-dong, Seoul. 

 

The artist majored in pure art at Pratt University of Art in New York and has been touching the characteristic symbols and emotions contained in Korean culture with various genres of art techniques ranging from painting to installation, sculpture and crafts.

  

The artist's sublimated artistry was greatly recognized abroad. In 2015, the artist was the first Asian female artist to exhibit at the Greek Archaeological Museum. He held a series of solo exhibitions at the Athens Museum of Modern Art, an ancient city of ruins, and the Crete Museum of Modern Art in the Retimno city of Crete, which is filled with ancient civilization. 

 

The artist's latest works are collage works based on natural fabrics such as linen or cotton and mineral wood. The consciousness contained in these materials and techniques is closely related to the proposition of the work called Journey, which means the process of life. 

 

This ritual is deeply counted in the author's note, "From the birth of a child of sacred life, he wears a diaper, a bannat jacket, a baby's clothes with no collar and seup, covers his blanket regardless of age, and finally wears a veterinary robe."

 

The artist's work is notable for its deep touch on the journey of life and life accompanied by textiles, and the formative windows on the screen made of various fabric pieces contain various reasons for time and space. This is a representation of each moment and existence in the form of a journey.  

 

This writer's consciousness is more evident in the author's side, "Small ties gather to form a big relationship, and life is the influence of successive ties through encounters and relationships in the journey to life, which forms a village, grows up, and dies."  

 

This shows the deep thoughtful consciousness of sublimation into the journey of life in that cotton is a cotton woven roughly by itself or a cedar fiber linen is a fabric of life grown from small seeds of nature.    

 

What should be noted in the series of Nam Hee-jo's collage work Journey is that the artist's collage work is not just an experimental style, but a close consciousness. 

 

When the artist's fabric (cloth) collage style is dismantled from an art history perspective, we examine the surrealist Kubomanian technique created by Romanian surrealist poet and artist Gerasim Luca (1913-1994). However, although it accepts the Western style in that it is a criticism of the objectivity of social conditions with the ideas of French poet Andre Brutton, who declared surrealism, the consciousness pursued by Nam Hee-jo is different.   

 

It is reasonable to count the artist's collage as a private characteristic with the aesthetics of the sculpture beam created by the wisdom of the common people's life, which used the leftover fabric in our own tradition. 

 

This fact is that in the history of fabric collage art, the sublimated consciousness pursued by artist Nam Hee-jo is special compared to the work and consciousness of the following major artists. 

 

Hannah Hoch (1889-1978), a German Dadaist artist and pioneer of Photomontage, collaborated on critical consciousness using sewing patterns or a combination of damaged images and textures. American author Romair Bearden (1911-1988) highlighted African-American life by collaging jazz rhythms, and American female writer Faith Ringgold (1930~) is a multi-layered quilted collage that embraces African-American women's lives in vivid colors.  

 

The essence of consciousness pursued by Nam Hee-jo contains a message without borders from a historical and cultural perspective. From the perception that textiles are a medium that reflects history and culture regardless of the East and West, the idea of time as a journey of life is sublimated into an artistic technique called collage.    

  

The deep understanding of Nam Hee-jo's consciousness and work is easily examined in the material characteristics and changes of works by period that have continued like stepping stones.    

 

The Blue Moon Light series, which was released in 2012, is a mixture of works on scrap metal. This is a historical context in which the natural phenomenon of moonlight is condensed into time with continuous flow and order through the texture of the material of scrap metal.

 

Subsequently, Delphi's work, which depicts the site of the ancient Greek temple of Apollo, which was released in 2015, is a work of patina, which is formed on steel. It expresses the spirit and time of ancient history with ancient traces and traces, and contains the voice of God through Pythia, a shaman of trusted prophecies.  

 

The Cycle of Life series, released in 2016, is based on traditional Korean paper. This is not a simple work that means the cycle of biological processes of death following the birth and growth of life, but a consciousness that has lifted the infinity of time into an infinite series of life. 

 

As such, the spirituality of reality, which means the artist's material change following scrap metal and steel to paper and textiles, is a journey with history. This contains the consciousness that deeply understands the fact that human journeys are an unknown path full of uncertainty regardless of any era in the long history of mankind.

 

The work exhibited in Nam Hee-jo's exhibition "Following the Footsteps of Source-Sicho" contains a sublimated consciousness of the source before existence and a consciousness of Beginning, which means the beginning of existence. 

 

It is expected that there will be no border on the sublimated artistry contained in the artist's work, which deeply recognizes the fact that travel is a part of life and has a message of lessons.  artwww@naver.com

 

Author: Lee Il-young

Director of the Korean Art Center. a columnist and a 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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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SUN 2023/09/13 [11:27] 수정 | 삭제
  • 50줄 인생에 단 한번도 미술 전시회 자발적으로 간 적이 없지만, '예술혼을 위하여' 연재 칼럼을 읽으며, 변화되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습니다.
    23일 토요일에 가보겠습니다.

    어제 24일 주일, 지인과 함께 방문, 관람했습니다. 남희조 작가님이 작품 설명해 주셨어요! ^^
  • YJ 2023/09/13 [10:04] 수정 | 삭제
  • 잘 읽었습니다. 이관장님. 이번 전시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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