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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 들어오기만, 목 놓아 기다린다?”

[사건재추적] 미국 육우목축협회 앤디 그로세터 회장 발언 파문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8/05/22 [15:46]
▲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내외 귀빈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고 있다. 사진 가운데 카우보이 모자를 쓴 사람이 바로 미국 육우목축협회 앤디 그로세터 회장.   ©유장훈 기자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의 굴욕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관련한 국내 여론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식품·유통업체들은 잇따라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공고를 내고 있고, "수입하거나 취급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5월14일 있었던 fta청문회에서 통합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쇠고기 개방 사전 합의설'을 제기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미육우목축협회(이하 육우협회) 인터넷홈페이지에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일정과 수입개방 범위에 대한 계획이 2월말부터 올라와 있었다는 사실을 입수·폭로한 것.
 
서 의원이 지적한 육우협회 홈페이지에는 앤디 그로세터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고 돌아가 인터뷰한 음성파일도 올라와 있는데, 여기에서 한국의 이마트 책임자를 만나서 들었다는 '고무적인' 이야기가 포함되어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마트 "외교적 수사 불과…누구 만났는지는 못 밝혀"

"당시는 지금과 상황 달라,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2007년 7월13일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몇 달 간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했었다. 하지만 갈비뼈가 상자째로 발견되고 위험물질인 척추까지 검출되는 소동이 반복되면서 불과 3개월여 만인 2007년 10월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중단 상태였다.
 
이에 따라 자연적으로 대형마트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10월 이후 판매가 중단됐고, 당시 남아 있던 재고물량마저도 폐기 등의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광우병 파동이 확산되면서 유통 재개에 대해서도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미육우목축협회 회장이 '이마트'를 직접 거명하면서 한국의 미국산쇠고기 시장전망이 밝다고 밝힌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당사자인 신세계이마트 측은 자칫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로세터 회장이 말한 내용은 어떤 내용일까?
 
▲사진 속 원 안이 미국 육우목축협회 앤디 그로세터 회장.     © 브레이크뉴스

2008년 2월29일자로 되어있는 문제의 음성파일에 따르면 그로세터 회장은 "한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도록 뽑히는 영광을 얻어 참으로 뿌듯하다"며, "정말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매우 고무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에서는 타이밍 문제로 보고 있다. fta에 찬성하는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 재개도 찬성하는데, 4월9일이 총선이라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국회에 좀 확실히 들어간 다음에 시장을 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로세터 회장은 "시장에서 미국 소고기가 다시 들어오기를 바라는 한국 국민이 60∼70%에 달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가장 큰 대형마트 체인의 하나인 이마트에 방문해 거기 책임자를 만났는데 그는 손님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수입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전망이 아주 밝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마트 "상황이 바뀌었다"
 
신세계이마트 측은 최근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관련해 "현재까지는 앞으로의 판매계획 등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혀 있는데, 이번 음성파일 공개로 인해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마트 불매운동을 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국내 최대의 대형마트체인으로서, 세계적으로 드물게 토종 업체가 대형마트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실적을 보여왔는데, 얼마 전 업계 2위인 삼성테스코(홈플러스)가 업계 4위인 홈에버(구 한국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이마트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이다.
 
5월16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마트 관계자는 그로세터 회장의 발언에 과장이 섞인 것 같다는 입장과 함께 "당시까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분위기가 지금과 많이 달랐다"며, "지금 상황에 당시의 발언을 그대로 대입시켜서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로세터 회장 측에서 매장을 보고 싶다고 해서 본사 관계자가 함께 매장(용산점)을 방문하게 됐다"며, 그를 직접 안내하고 대화를 나눈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간부급도 아니고 매장을 안내할 수 있는 실무자였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잠깐 판매가 이뤄졌던 지난해 7∼8월경의 판매상황이 어땠는지 그로세터 회장이 질문을 했고, 우리 매장을 찾아온 손님에게 안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덕담 차원에서 '나쁘지 않았다'고 몇 마디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세계 이마트로서는 지금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다"며, "그로세터 회장이 방문하던 당시는 정부의 수입재개 범위에 대해 알려지기 전이었고, 이마트는 식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제품은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지금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 여론은 과거와 같이 단순한 반미 감정에 대한 것이 아니고, 안전하지 않은 쇠고기가 들어온다는 것에 대한 반발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까지 말해 정부의 무분별한 수입개방에 회사가 유탄을 맞은 것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다.
 
'쇠고기 개방 사전 협의설'
 
한편 지난 5월14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청문회에서 통합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미 축산협회장이 지난 2월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쇠고기 수입 개방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고 폭로했다.
 
서 의원은 그로세터 회장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돌아간 후 이 대통령의 4월 방미 일정과 쇠고기 수입 개방에 대해 합의할 것이라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밝히고, "미 축산협회장이 예언가가 아닌 이상 대외비인 우리나라 대통령의 일정을 어떻게 알 수 있냐"며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 사전 합의설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운천 농수식품부 장관은 '사전 합의'에 대한 부분은 전혀 아는 바 없다면서, 서 의원의 지적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미국의 협상 통보 후 8일 밖에 검토하지 못했지만, 이번 협상은 자신이 책임자로서 면밀히 검토하고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논조를 보여온 <조선일보>도 지난 5월8일자 기사에서 지지부진하던 한미 쇠고기 협상이 이명박 대통령의 4월17일 (현지시각 자정, 한국은 18일 오후 1시) 워싱턴 심야긴급 회의 이후 협상이 타결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심야긴급회의 시점은 묘하게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11시간 전이었는데 이런 정황으로 인해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려고 한국 정부가 양보를 했다는 추측을 낳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이 이미 한미 정상회담 전에 쇠고기 협상이 타결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워싱턴에서 긴급 심야회의를 가졌으며, 이런 우려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외교라인의 '반발' 때문에 묻혔다고 전했다.
 
취재/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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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04 2008/05/24 [01:24] 수정 | 삭제
  • 손님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수입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 전망이 아주 밝다고 본다 -> 누가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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