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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고삐 풀린 독재가 우려된다”

절대권력은 독재정권 불러‥균형과 형평으로 민주주의 이뤄야

이기명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08/04/10 [13:51]

8.15 광복 전, 서울에는 역마차가 다녔다. 말이 끄는 역마차에 손님을 태우고 서울 시내를 달렸다. 말방울도 울렸다. 딸랑 딸랑. 딸랑. 역마차의 신호다.

‘해방된 역마차에 말방울을 울리며..’ 이는 대중가요 가사다.

가끔 말이 난동을 부린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날뛰는 것이다. 사람을 태우고 마구 질주했다.
 
마부가 고삐를 힘껏 당겼지만 소용이 없다. 역마차가 전복된 다음 말도 쓰러졌다. 재앙이었다. 사람도 말도 다쳤다.
 
고속도로에 철근을 실은 화물차가 사고를 냈다. 뒤집힌 차에서 철근이 쏟아지고 고속도로는 마비됐다. 이유는 브레이크 고장이었다고 한다.
 
토사견이 끈을 풀고 나와 어린이를 무는 사고도 있다. 경찰이 출동해 사살로 끝을 낸다.
 
세상에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다. 때문에 늘 준비가 필요하다. 말에게는 튼튼한 고삐가 필요하고 화물트럭에는 완벽한 제동장치가 필수다. 토사견은 완벽하게 묶어 놔야 한다.
 
말고삐와 제동장치와 튼튼한 끈. 이것은 안전장치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견제다. 인간의 일상생활에도 견제는 늘 필요하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가장의 전횡에 대해서는 주부가 견제를 한다. 자녀들도 같다.
 
빙빙 돌려서 말하지 말자.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한다는 것은 경험상의 진리다. 우리는 경험을 했다. 자유당 정권을 경험했고 박정희 전두환을 경험했다. 모진 고통을 당했다.
 
지금 견제와 안정이 맞붙어 혈전을 벌인다. 이유는 저마다 있다. 문제는 상식이다. 상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무원들의 자중을 당부했다. 지극히 당연하다. 논란이 있지만 ‘한반도 대운하 반대서명’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천 신항만 건설을 약속하면서 국토해양부 장차관이 인천을 자주 찾는다. 일상의 국정행위라지만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이 어디 있는가. 오해받을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느닷없이 ‘은평뉴타운’ 건설현장을 찾았다고 해서 시끄럽다. 식목일 행사를 마친 다음에 갑작스런 행차다. 서울시장 때부터 추진했던 뉴타운 사업이 제대로 되는지 궁금해서라고 했다. 노숙자 노동자들도 격려하려고 했단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은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선거개입’이라고 비난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야당후보에게 밀린다고 한다.

“노숙자 출신의 노동자를 격려했을 뿐이고 절대로 선거와 연관된 말을 하지 않았으니 법에 저촉될 것이 없다.”
 
중앙선관위의 친절한 의견이다. 그러나 법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오 후보가 밀리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의 방문을 선관위의 설명대로 믿을 국민이 있겠는가. 국민들의 정치의식을 유치원생 수준으로 보는가.
 
청와대의 발표대로 대통령의 은평타운 방문이 전혀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면 더욱 미숙한 처사다. 속담 한 마디 인용하자.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
“오이 밭에서는 짚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
 
오해 살 짓은 하지 말라는 조상님들의 경구다. 청와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진한 국민이 있다고 믿는가. 이미 대통령은 강원도 업무보고를 받으며 “이번 내각은 강원도 내각”이라고 해서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다.
 
대통령의 일상은 모두가 정치행위라고 해도 맞다. 그러니까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작심했다면 모르지만 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은평 뉴타운 현장을 그 시간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정운영에 무슨 차질이 빚어지는가.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오해밖에 살 수 없는 행위가 중요한 국정이던가.
 
잃은 것은 무엇이며 얻은 것이 무엇인지 참모들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1980년대 말, 박정희 대통령은 목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공화당 후보인 김병삼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떨어졌다. 그게 민심이다.
 
이재오가 당선될지 낙선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당선이 되도 낙선이 되도 대통령 때문이라는 오해만은 면할 길이 없다. 앞으로 정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은평구민의 자존심은 어디 있는가. 그래서 상식과 원칙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공직자들이 선거운동을 한다. 한국은 다르다. 정파를 떠나 엄격히 중립을 지키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왜 이런 법이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독재자들의 관권선거에 시달린 국민이기 때문이다.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독재정권은 거수기가 필요했고 거수기를 만들기 위해 관권의 개입이 필요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국민들이 관권선거에 오래 시달리면서 투쟁을 한 빛나는 결과다.
 
정치적 안정은 필요하다. 국민들도 자고나면 싸우는 정치인의 모습에 진저리를 댄다. 그렇다고 절대 권력을 가지고 마음대로 하는 정치를 원하는가.
 
국민들은 어떤 형태의 독재도 원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균형과 형평을 원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된다고 믿는다.
 
지금 수도권은 한나라당 단체장이 100%다. 기초단체장은 92.4%, 광역의원의 96.5%. 이게 오늘의 한국 현실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각 상임위원장까지 차지할 수 있는 절대 과반수의 의석을 확보한다면 이건 절대 권력이 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과 함께 독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많이 들어서 우습게 알겠지만 진실이다.
 
1993년 이후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집회에 몰래 카메라가 등장하고 경찰 정보과 형사의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어쩌자는 것인가. 왜 필요한가. 공안정치로의 회귀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관악갑 김성식 후보에게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정몽준 의원에게는 뉴타운 계획을 지원한다고 했단다. 사실인가 아닌가.
 
거대여당의 출현을 걱정하는 것은 질시를 해서가 아니다. 무조건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집권세력과 반대하는 야당과의 정면충돌을 걱정해서다. 1990년 3당합당 이후 거대여당과 이에  대항하는 여야의 극한투쟁을 우리 국민들은 목격했다. 균형이라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절감했다.
 
총선결과를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로 오판할 경우 자행될 독선적이고 권위적 국정운영은 반드시 부작용을 동반할 것이다. 
 
불행한 징후는 이미 나타난다. 국민대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를 비밀리에 추진하다가 들통이 났다. 이익만 내면 된다는 기업가적 생각과 절차와 국민적 합의가 민주적 국가경영의 기본임을 구별하지 못하는 정권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질주할 때 일어날 불상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가.
 
1%를 위한 정권이라는 야당의 비난은 그렇다 치고 ‘고소영’이나 ‘강부자’라는 말은 이미 사전적 의미를 지니게 됐다.
 
소수 특권 계층을 위한 정부라는 평가를 국민들이 내린다면  민심은 순식간에 등을 돌릴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국민은 한나라당 정권의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 어느 세력이 집권을 하던 국리민복을 실현하는 민주국가로 간다면 지지할 것이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마련이다. 견제를 마다하면 독재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절대 권력의 종착역은 독재라는 것을 국민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어떤 형태의 독재도 국민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마약직”이라고 했다. 마약은 중독되고 중독은 정신병이다. 마약은 끊어야 한다. 국민은 마약에 중독된 국회의원을 원하지 않는다.

참말로(http://www.chamma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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