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주의와 일방주의의 대결로 가는 '코로나19 국제정치'

시진핑 중국 주석 "중국은 다른 나라와 냉전이나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없다"

권기식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9/23 [09:42]

▲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지난 22일(현지시간) 열린 제 75차 유엔총회의 기조연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됐다. 세계 주요국가의 지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전략과 구상을 밝히는 자리였다.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연대와 협력을 추구하는 '다자주의 국제정치'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방주의 국제정치'가 충돌하는 장(場)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 증오의 일방주의 국제정치를 선택했다. 그는 7분동안의 연설 중 절반을 중국을 공격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으로 일관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며 '중국 책임론'을 집중 부각했다.

 

트럼프는 "바이러스 발생 초기 중국은 국내여행은 봉쇄하면서도 해외항공편을 허용해 세계를 감염시켰다"며 "유엔은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해서도 중국이 통제하는 기구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의 고강도 대중국 비난연설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중국 때리기'의 장(場)으로 활용해 대선 국면의 주도권을 쥐려는 정치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 시진핑 중국 주석.  ©브레이크뉴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다른 나라와 냉전이나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없으며 패권이나 세력 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WHO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중국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세계를 위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식 일방주의 대신 중국식 다자주의를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다자주의적 관점을 드러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한반도 문제 역시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생각해주기를 기대한다"며 북한을 포함해 한국과 중국, 일본, 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했다.

 

▲ 권기식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코로나19 대처에서 국제사회와 협력할 준비가 됐다"며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유엔직원들에게 무상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중갈등을 겨냥해 "우리는 새로운 냉전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 지구촌을 갈라놓는 미래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는 국제사회의 방향성이 명확히 드러났다. 미국은 분열과 갈등의 일방주의 노선을 분명히 했고, 중국과 한국, 러시아, 유엔은 연대와 협력의 다자주의를 선택했다. 코로나19 국제정치에서 트럼프 방식의 일방주의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미국 국민들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일방주의와 다자주의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kingkakwon@naver.com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남양주시 국제협력 특별고문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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