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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 아니면 차선 후보라도 투표해야"

바른 투표와 감 수확의 기쁨

이순복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07/12/02 [17:36]

"국민으로서 참정권을 아주 반듯하게 행사하자"

투표일이 멀지 않았다. 대통령 깜이 선택은 되었는지? 결정이 되었다면 그에게 이 나라의 5년을 맡겨도 되는 지? 꼼꼼히 챙길 일이다. 만약 무작정 기권이 되거나 선거할 사람이 없어서 기권을 한다는 것은 국민이기를 포기하는 일이다. 이 나라 주인이기를 포기한 일이다. 자기집 마당에 열린 감마저도 수확하기를 포기하는 일과 무엇이 다르랴.

12월 1일. 우리집 마당가에 서있는 감나무의 열매를 수확하는 날. 수령 19세의 이 감나무는 우리 가족이 이 집으로 이사 온 다음해에 심은 나무. 구청에서 감나무와 대추나무 한그루씩 무료로 나누어 주어서 심었던 것.

대추나무는 10년을 살다가 그만 떠나고 감나무는 한창 청춘을 구가 하고 있어. 4년 전부터 연간 300개 이상의 실과를 생산. 올해는 350여개의 수확을 예상하고 감나무에 올라갔다. 감나무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마치 써커스단의 곡예사가 된 기분.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하는 칭찬은 듣기가 썩 좋았다. 우리집이 유등천으로 나가는 나들목 이라서 강변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던 모양. 금년 내내 이 골목에서 유일한 감나무로 결과 결실이 좋아 지나는 사람들의 사랑을 대설이 지날 때까지 받은 터라 대통령 후보들 보다 더 인기가 있었던 모양.

그런데 정작 수확을 하는 내 심정은 편치 못했다. 지난여름부터 오늘 까지 감나무는 자신의 할 일을 참으로 훌륭하게 잘해 주었는데 내 잘못으로 수확 시기를 놓쳐버린 것. 그래서 얼었거나 반시가 되어 볼품도 없지만 수확하기가 달걀다루기 만큼 어려웠다.

참으로 좋은 품종인데, 굵고 빛깔이 좋아서 보는 사람의 시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감인데 주인 잘못으로 개살구 등위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되다니... 지난겨울부터 감이 열리려고, 수많은 조화를 부려서, 봄에 싹을 티우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었다. 3,000개도 더 넘을 수많은 땡감이 맺혔다가 불운한 녀석들은 바람에 떨어지고, 벌레의 침입으로 낙과도 되었었다. 그러나 오늘 수확한 모든 감들은 그 어려운 모든 과정을 거치며 가을에 좋은 빛으로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는데 개살구 등위로 낙착되었으니 미안 하구나. 그러나 이 사실을 감나무 밑을 지나갔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추고 싶은 심정인데 그 비밀이 감추어 질 수 있겠는가.

사실 이 감나무는 반은 우리집 터 안에서 살지만 반은 각지의 도로상에서 도로를 점유하고 살며 열매를 맺고 있다. 그래서 마음 같아서는 오가는 모든 이, 이 길목을 이용하는 모든 이와 함께 이 감 맛을 즐기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싶은데 그것은 불가능 했다. 다만 가까운 이웃과 나누는 것으로 국한 되었다. 지나는 나그네는 이 감을 시각적으로 즐기라고 수확시기를 가급적 늦추었으며 이웃들과는 나누어 먹는 기쁨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며칠 전 한파로 감이 땡땡 얼었으니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제때에 수확했다면 그 맛이 일품이련만 나그네의 시각미를 고려하다가 수확기를 놓친 것이다. 이것은 핑계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잘 못하면 감을 주고 비판의 소리를 면치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감은 땄고 해마다 나누어 왔으니 이웃들에게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감의 맛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한사코 난청인처럼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웃을 위해서는 제때에 제대로 수확하여야 하는 것을...’

이제 우리에게는 5년 만에 한 번 씩 찾아오는 주인으로서 대통령 일꾼을 뽑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아무리 식상하고 마음에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나라의 내일을 경영하기 위하여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제때에 제대로 된 일꾼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항상 최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차선이라는 것도 있다. 어떤 때는 차선을 선택하여 큰 재미를 볼 수도 있는 것이 인생살이다. 지금 이 나라는 어떤 한 개인이 출중하여서 나라살림이 잘될 것이 라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의하여 국정이 순조롭게 굴러 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문제도 어떤 한사람의 지론에 의하여 의지 때문에 움직여지지는 않는 것이다.

행여 행정수도에 대하여 대통령 공약 때문에 이전하게 된 것 아니냐는 볼 맨소리를 할지 모르나 그 선택 자체가 우리의 의견이었다는 것, 그러나 여론이 다른 쪽으로 비등하여서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고양이가 되었다는 것쯤은 모를 국민은 없는 것이다.

‘제발 투표는 하여야 할 것이다.’

감 수확 시기의 잘못은 감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했다. 그렇다고 수확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유권자의 선택에 불만이 있다고 하여서 기권을 하는 일은 이 나라의 주인이기를, 감나무 주인이기를 포기하는 일이다. 항간의 여론은 투표율이 이번에는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4-50%의 수준이 될 거라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제 나라를 세우기 위하여 북만주로 서역이 가까운 운남성 까지 다니며 독립운동을 하셨던 애국지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여지게 아파오는 것이다. 그 분들은 제 손으로 투표를 하여 일꾼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를 세우기 위하여 그토록 어려운 일생을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투표마저 외면하는 이 세태를 무엇이라 규정해야 한단 말인가.

 ‘반드시 내 손으로 내 일꾼을 뽑자. 내 주의 주장이 반영 된 대통령을 뽑아내자.’

이제 우리집 감은 수확을 완료하여 그 품질은 다소 떨어졌으나 이웃과 나누고 나머지는 갈무리하여 두고 겨울 내내 먹을 것이다. 감미가 몇 %인지는 모르나 아주 감미로운 우리집 감이다. 우리 가족과 이웃들의 사랑 가운데 열매 맺어 결실을 본 우리집 감이다. 물론 지난 시간 속에 거름을 주고, 소독을 하고, 나뭇가지를 잘라 주어 주인으로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그 결과로 200여개가 나의 몫으로 갈무리되었다.

‘결과결실은 넘치도록 행복해야 한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은 턱을 밀어내면서 바쁘게 다가온다. 우리는 혐오스런 것, 잡스런 것, 이해타산에 맞지 않다는 것, 구미에 멀다는 것, 나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등등의 못난 말은 지워버리고 감이 익었으니 그 계절을 놓치지 않고 따야 하듯이 반드시 선거는 참여하여야 하는 것, 선거일이 지나고 난후, 불평불만을 쏟는 일은 개살구마저도 건지지지 못한 어리석은 이들의 작태가 아닐까?

‘감을 개살구로 만들어 수확했으나 나누는 기쁨은 컸다.’

다소 늦은 수확이었으나 감을 나누고, 덕담을 듣고, 늦은 겨울밤 감미로운 감맛을 보는 일은 무궁한 행복이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일에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강구하여 나라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투표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 현명한 국민으로 우뚝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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