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사기성 무선인터넷 요금 부과와 관련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증가함에 따라 이와 관련한 통신위원회의 제제조치가 지난해 11월 이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행은 올해 하반기에나 예정되어있는 가운데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 만 것이다.
통신회사 사기성 상술과 무자비한 고객정책 심각
부모의 이혼 이후 고모집에 얹혀살았던 중학생 강아무개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지난 2월 15일 새벽이었다.
휴대전화 요금 때문에 고민해온 강군은 15일 아침 8시경 “고모, 고모부 욕하지 마세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강군을 발견했다는 고모 강씨에 따르면 강군은 연탄보일러 배기구를 방 안으로 돌려놓고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결과 강군은 떨어져 사는 아버지에게서 지난 1월 9일 생일선물로 휴대전화를 받은 다음 무선 인터넷에 몰두했으며, 1월 요금이 150만원, 2월에만 220만원이 부과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모 강씨는 경찰조사에서 “14일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나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조카의 1월분 요금이 밀렸으니 빨리 내달라’고 하기에 조카를 불러서 나무라자 집을 나간 뒤 새벽 2시가 넘도록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럭운전을 하는 강군의 아버지 강복식(34)씨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컨테이너를 싣고 가 항구에서 하역작업을 하던 중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한다.
휴대폰 구입후 37일간 370만원 부과
강복식씨는 자신의 이혼 이후 함께 살지 못하는 아들의 중학교졸업과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최신형 휴대폰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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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강군이 사용했던 ktf t-1000기종. 지난해 9월 출시된 이 모델은 음악을 들으면서 게임이나 문자를 보낼수 있도록 한 멀티테스킹 기능으로 화 ©브레이크뉴스 |
지난 1월 9일 강씨는 아들 강군의 휴대전화를 최신형 모델로 바꿔주면서, 그동안 사용하던 lg텔레콤에서 ktf로 번호이동을 했는데, lg텔레콤에서 쓰던 ‘청소년 정액요금제’를 사용하겠다고 했으나 ktf에는 비슷한 요금제가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신형 휴대전화가 생긴 강군은 별 의심 없이 무선인터넷 게임 등의 컨텐츠를 이용했고, 시간당 요금제를 적용한 강군의 휴대전화 요금은 1월 9일부터 31일까지 22일간 150만원이 부과됐다.
아직 요금고지서를 받기 전이었을테니 당연히 이 사실을 알리 없는 강군은 계속 무선인터넷을 이용했고, 무선인터넷 사용법에 익숙해졌을 강군의 2월 요금은 전달보다 짧은 1일부터 14일까지 220만원이 부과된 상태이다.
자살 전날인 14일은 강군의 생일이었는데, 마침 그날 고등학교 예비소집도 있어서 교과서를 받고 고등학교 입학의 들뜬 기분을 안고 있다가, 오후 4시 자신의 휴대전화로 kt 익산지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1월 9일부터 2월 14일까지 37일간 요금 370만원... 강군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kt익산지사는 휴대전화를 개설해준 강군의 아버지와 강군이 살고 있는 고모 집은 물론, 부산에 사는 강 군의 어머니에게까지 전화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행복한 날 접한 생애 가장 충격적인 사건. 그 감정의 낙차가 너무 커서였을까? 고모로부터 꾸중을 들은 강군은 곧바로 집을 나갔다가 새벽에서야 집으로 들어와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청소년 본인에게 직접 요금 독촉”
‘요금입금이 안됐다’는 kt고객센터의 전화를 받은 강복식씨는 아들 강군에게는 전화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분할납부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굳이 강군과 강군 고모, 강군 어머니에게까지 전화를 한 kt고객센터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강씨는 ‘죽은 아들은 이미 죽은 아들’이라 생각하고 참으려 했는데, 텔레비전에서 “우리는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ktf 관계자의 인터뷰를 보고 분노가 치밀어 아들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다.
강씨는 17일 오전 아들을 화장한 뒤 유골함을 들고 상경해 이날부터 정보통신부가 있는 광화문 kt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다.
생업수단인 자신의 트럭마저 팔아버리고 1인시위에 나선 강씨가 준비한 피켓에는 “17세 우리 아들 죽음으로 내몬 ktf, 누구를 위한 기업인가? 정보통신부는 국민을 기만하지 마라”고 적혀있다.
강씨는 “분명히 분납 의사를 밝혔음에도 굳이 아들에게까지 연락해 자살원인을 제공한 통신사가 자신들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며 “kt는 공식적으로 사과와 보상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씨는 “놀거리가 부족한 청소년들이 휴대폰 인터넷에 빠질 수도 있는데 과도한 요금을 막을 제도적 장치도 없고, 직접 아이들에게 요금독촉을 하고 있다”며 “내 아들과 같은 또 다른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 끝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몇 달전부터 경고됐던 ‘예고된 사고’
한편 과다한 무선인터넷 요금 부과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민원이 급증함에 따라 통신위원회가 이미 지난해 11월 시정조치를 내린 상태로, 이동통신 3사는 1월 31일 ‘무선인터넷 요금체계 개선’ 계획을 발표한 상태이다.
이 개선 계획은 skt와 ktf가 올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lg텔레콤은 차세대 빌링시스템 구축일정에 맞물려 skt, ktf보다 다소 늦어질 예정이라고 밝혔었는데, 이번 사태를 맞아 좀더 일정이 앞당겨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숨진 강군이 살고 있는 전북지역의 소비자단체인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도 이미 2월 초에 이번 사태를 예견한 듯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피해 예방 지침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당시 ‘휴대폰 무선 인터넷 이용의 문제점’으로 △대부분 휴대폰에서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보니 3살짜리 아이가 아무것도 모른 채 접속이 가능하고 △타인에게 도용이 될 가능성도 많으며, 정신지체 장애인의 이용으로 수백만원대의 요금이 청구된 사례도 있다고 지적됐다.
이와 함께 △지불능력이 없는 청소년 및 미성년자 이용이 많고 △무선인터넷 접속 통화요금을 가늠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얼마가 나올지 예상을 못해 20분정도 통화로도 십 만원이상 요금이 청구된다는 점을 지적해 이번 사태가 이미 예견된 인재임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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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는 지난해 게임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 179가지 게임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ktf가 지난해 \'대용량 플래시 게임\'을 발표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 사진. © 브레이크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