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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는 한나라당, 도망가는 네티즌

사이버 공략 승부처는 대선, 네티즌 참여가 관건

심재석 | 기사입력 2003/08/07 [19:08]

▲28일 오후 삼성동 게임전용 스튜디오에서 한나라당 최병렬대표가 네티즌 대표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홈페이지
한나라당이 ‘디지털 정당’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8일 ‘디지털 한나라 추진기획위원회’(위원장 김형오 의원)를 출범시키고 사이버 대변인단(김영선 대변인, 김희정•채성령 부대변인)을 구성하는 등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병렬 대표는 “전체 유권자의 47%를 차지하는 20, 30대를 등지고 당이 존재할 수 없는 만큼 디지털 정당화는 생존문제”라고 말하며 적극 공감하고 있다. 최대표는 팩스를 없애고 이메일을 이용하도록 지시했으며, 대표실에 채팅을 위한 컴퓨터를 설치하는 등 자신이 직접 나서고 있다. 지난 달 28일에는 온라인 생중계 토론회 ‘병렬아~ 놀아줘’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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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사이버 논객 10만 양병설도 구상하고 있다. 인터넷 논객을 양성해서 각 게시판과 논쟁사이트에서 한나라당 얘기도 나올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최대표는 “클릭 한번으로 광화문에 10만명을 모이게 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디지털 한나라당 추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최근 최대표는 네티즌에게 편지를 통한 소통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달 24일에는 ‘카드빚에 떠밀린 생명들’이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보냈고 지난 6일에는 ‘정몽헌 회장의 빈소를 다녀와서’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네티즌에게 편지 보내기는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쓰는 홍보방식으로 최대표가 노무현 따라잡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희정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략은 내년총선을 바라보고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기적 안목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부탁이다.

지난 달 31일 1차 회의를 가진 디지털 한나라 추진위는 13일 2차 회의를 통해 더욱 구체적인 전략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회의 참가자가 반드시 하나 이상의 안건을 준비해 오도록 했다. 1차 회의에서는 네티즌 고수를 한나라당에 영입해 전국구 의원직을 주는 방안도 나왔다. 그러나 김부대변인은 “(전국구 영입은)산발적으로 나왔던 내용이고 아직 결정된 바는 없으며 앞으로 더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리서치 앤 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약 2% 뒤지는 19.3%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한나라당의 이미지 변화 노력이 아직 네티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네티즌들은 한나라당이 디지털 정당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지만 잘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디지털 정당으로 탈바꿈 할지라도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문화가 변하지 않는 이상 과연 젊은 세대에게 다가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한나라당의 의원총회를 보면 이견에 대한 조금의 관용도 없다. 조금만 다른 얘기를 하면 삿대질하고 고함치는 분위기가 이메일을 사용하고 채팅을 한다고 해서 변하지는 않는다.
한나라당이 젊은 세대에게 접근하고 싶다면 디지털 정당을 추구하는 동시에 문화혁명도 이뤄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나라당은 수구적인 이미지를 벗는데도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몽헌 회장의 자살 배경으로 네티즌들은 62%가 특검을 지목했다고 한다. 이는 특검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한나라당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핵개발에 돈 대주는 것이라고 공격했던 최대표가 정회장이 자살하자 “남북교류를 확대하고 화해의 시대를 열고자 노력했던 분”이라고 평가하는 부분에서 네티즌은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의 탈바꿈 시도를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정당이라는 형식 안에 여전히 수구, 냉전이 가득 차 있다면 네티즌들은 영원히 한나라당과 멀리 있을 것이다.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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