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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영에서 본 대우 김우중의 공과

최정호 원장 | 기사입력 2005/06/26 [14:38]

[편집주]김우중 전 대우회장의 귀국을 계기로 김 전회장의 공과를 재분석하자는 일부 여론과 관련 지난 24일 서울 프레스센타에서는 세계경영포럼(대표 김윤)주최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아래는 이날 세미나의 주요발제 원문을 소개합니다.

현장에서 본 세계경영의 가능성과 현실성 
                                                       (한국무역개발원 원장)

대우그룹의 세계 경영 추진 배경

당시 대우가 세계 경영을 추진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었던 바, 첫째는 세계 경제의 통합화 (globalization) 경향에 대응하기 위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여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성이었다.

자동차와 전자 등 제조업의 경우,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하에서 다각화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며 신제품 개발비 증가에 따른 원가 부담을 최소화하여 세계 메이저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시급했던 바, 당시 국내 내수 수요만으로 이를 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해외에 생산 시설을 갖춰서 전체적인 생산량을 늘리고, 현지에서 생산하여 현지에서 판매하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절박한 과제였던 바, 대우의 세계경영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둘째는 세계 경제의 블록화 (localization) 경향에 대응하기 위하여 철저한 경영 현지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성이었다.
1995년 wto 체제의 출범은 지구촌 시장의 울타리를 일거에 철거해 버릴 것처럼 보였지만, 당시 세계 경제 질서는 eu (유럽 연합), nafta (북미 자유 무역 협정), asean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등의 출현으로 오히려 블록화 추세가 점차 강화되고 있었으며, 이는 우리가 국내에서 아무리 값싸고 품질이 좋은 상품을 만들더라도 팔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며, 과거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이를 타파하려면 사업의 현지화를 통해, 해당 국가 내에서 생산뿐만 아니라 판매, 금융, 기술개발, 인력조달 등 모든 경영활동을 영위해 나가야 하였으며, 궁극적으로는 무국적 기업, 혹은 초국적 기업을 추구하여야 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우는 1967년 창업 이래 지속적으로 세계시장 개척에 전념하며 쌓아온 해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차 예견되는 미래 국제 경제 질서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영의 제반 요소를 총체적으로 조합, 1993년에 21세기를 향한 국가 경제의 세계화 및 해외 국부의 창출을 목표로 하는 범세계적 경영 거점 확보 전략인 세계경영을 그룹의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였던 것이다.

세계경영 추진 전략과 그 운영

앞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당시 세계 경제 질서는 wto 체제하에 글로벌화 되어있는 동시에 각종 지역 경제블록이 강화되는 추세였으며, 세계교역의 자유화와 지역 이기주의가 상충되는 두 개의 흐름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블록 경제 활용을 위해 대우는 전략적으로 진출지역을 정하였던 바, 전략거점 국가 육성 차원에서 전 세계를 6개 권역으로 나누어 세계화를 추진해왔다.


1. 서유럽(eu)의 영국, 프랑스, 독일

2. 동유럽의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체코

3. cis 지역의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4. 아시아의 중국, 인도, 베트남, 미얀마

5. 아메리카의 미국, 멕시코, 페루, 칠레, 브라질

6. 아프리카의 모로코, 알제리, 리비아, 이집트, 수단, 남아공 등의 국가들

이들 국가들 중 다수는 당시 체제 전환국 혹은 개발도상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던 바, 이는 해외진출이 서구나 일본보다 늦고 그 노하우의 축적도 낮은 상태에서 한국기업이 해외진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위험부담을 감내하면서 잠재시장을 선점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들 국가에서의 사업의 성패는 그에 따르는 위험의 최소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또 진출지역을 어떻게 선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대우는 진출국가를 놓고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국민의 근면성과 진취성), 지정학적 위치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 진출 대상 국가의 제도(자국 생산자 보호를 위한 제도의 유무 등) 등을 분석하고 시장잠재성과 이윤가능성, 고도 경제성장가능성을 검토한 후, 조직구성, 생산방법, 판매방법, 업종 다양화 등에서 기존 회사들과 차별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여 진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또한 대우는 당시 성공적인 세계경영을 완성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핵심 실천전략을 추진하고 있었다.

첫째, 경영의 토착화이다. 즉, 현지의 관습과 실정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여 현지의 고용창출, 수출증대, 경영 노하우, 기술이전 등 그들 나라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였다.

둘째, 생산과 판매의 현지화이다. 이는 현지에 있는 자회사가 그 지역에서 본사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 세계에 있는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시스템화 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셋째, 금융의 복합화이다. 이는 해외 금융시장을 활용하는 해외 파이낸싱,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현지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해외 차입 등, 여러 가지 금융기법을 이용한 금융 비용 최소화 전략을 의미하였다.

넷째, 자원 확보의 세계화이다. 이는 러시아의 알루미늄, 우즈베키스탄의 면화, 리비아와 앙골라의 원유 등 광산자원, 임산자원 등 재생산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자원들을 미리 확보하여 크게는 국부(國富) 확대의 계기가 되도록 힘을 기울인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다섯째, 기술과 정보의 네트워크화이다. 이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보의 신속하고 효율적 관리를 의미하였다.

세계경영의 성과

먼저 서유럽 지역의 성과로는 eu블록의 역내 생산기지와 선진기술 확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적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이었다. 또한 서유럽은 해외 투자기업에 대한 중앙 및 지방정부의 인센티브 제공과 적극적 지원으로 투자비가 한국의 1/2밖에 들지 않았다.그리고 서유럽 투자의 또 다른 장점은 동구에서의 생산제품을 서유럽으로 판매하는 경우 수출에 따른 마찰 해소 및 이미 구축된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대우는 eu지역의 3개국(영국, 프랑스, 스페인)에 종합가전 생산기지를 확보하였으며,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등 동구권에는 자동차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체제를 구축하여 현지시장 및 유럽진출을 위한 생산기반을 확보하게 되었다.

또한, 당시 13개 자동차 판매 법인 및 10개 전자 판매법인을 설립하여 판매활동을 전담토록 하였으며, 영국, 독일, 프랑스 등지에 자동차 및 전자연구소를 확보하여 현지의 선진기술을 습득할 장을 마련하였다.

이로써 당시 eu지역에서는 연구소, 생산, 금융, 판매망 등의 유기적인 연계체제가 구축됨과 동시에 현지화를 통해 세계화를 이루게 되었던 것이며, 이러한 역내 사업기지 구축은 생산설비 및 부품 등의 간접 수출을 촉진하게 되었는데, 이는 당시 대한민국의 수출에서 대우의 공헌도가 1993년도에 8.2%에서 1996년에는 9.9%로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동유럽은 높은 기술 수준과 숙련된 노동력, 위대한 문화유산 등 서구적 특성이 강한 지역으로 시장 경제체제로의 이행이 순탄할 것으로 전망되어 대우의 거점으로 확정되었다. 이 지역은 무엇보다 빠른 시간에 서구 경제에 접근할 것으로 보고 대우의 중요 투자 지역으로 선정된 곳이었다.
당시 동유럽에서의 대우의 주요한 투자내용으로는 폴란드의 대우모터 폴스카(fsl)와 대우-fso 등 자동차공장, 루마니아의 로대(rodae) 자동차공장, 그리고 체코의 상용차공장 및 헝가리의 금융법인 등이 있었다. 대우는 당시 이들 거점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동구권 및 eu시장에서의 사업을 활발히 전개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또한 대우는 cis지역을아시아와 더불어 신흥경제권이라는 점과 그 시장 규모에 전략적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또한 이 지역은 생산제품의 가격 경쟁과 동시에 주변 지역과의 무역 장벽도 회피할 수 있는 장점으로 주목 받고있던 지역이었다.

당시 대우는 90년대 초에 이미 이 지역 진출을 시작, 우즈베키스탄에 씨에로와 티코를 생산하는 대단위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였고, 우크라이나 국영 자동차 공장 avtozaz를 인수하였으며, 상호 관세면제 혜택이 부여되던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주변지역에 자동차 판매법인을 설립하여 시장공략에 전념하고 있었다.

또한 대우는 아시아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국, 인도, 베트남에 조기 진출하여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의 전략 거점지역으로 이들 국가를 활용하고 있었다.

대우의 해외시장 개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미주지역에서는 1998년 대우 자동차 수출을 개시하였으며, 멕시코의 경우 미국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서 종합가전 공장을 비롯하여 전자부품공장 등이 가동 중에 있었다.
아프리카는 당시 이미 그 기반을 확고히 한 수단지역을 발판으로, 북부 아프리카 국가인 이집트에 자동차 조립 공장을 건설하였고, 모로코, 알제리 등에 대단위 종합 가전공장설립과 자동차 조립공장, 호텔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었다.

세계경영과 리스크 회피 전략

당시 대우는 체제 전환국과 개발 도상국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대우 특유의 리스크 회피전략을 가지고 있었던 바, 대우의 동유럽 자동차 사업을 중심으로 이 전략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해외 자동차 공장 인수를 통한 생산 거점 확보

폴란드 daewoo-fso와 같은 거대한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대우가 폴란드에 직접 짓고자 하였다면 이는 많은 시간과 자금을 필요로 하였을 것이다. 대우는 체제 전환국들에 대한 이러한 투자 방식이 사업의 리스크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판단 하에, 현지에 직접 공장을 짓는 방법 대신에 현지 공장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즉, 폴란드의 경우, 대우가 현금을 출자하고 폴란드 정부가 공장을 현물 출자하여 대우가 경영권을 보장 받는 가운데 50대 50의 합자회사를 설립하면 공장 인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 하는 가운데 생산 거점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생산시설을 잘 손질하고 기존의 숙련된 노동력을 잘 활용하면 생산 시설을 현대화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접근 방식은 현지에서 생산을 개시하는 데에 필요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함으로써, 대우는 초기 투자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복합 전략을 통한 리스크의 분산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과거 '선단식' 경영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많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과거 대우는 이를 체제 전환국 혹은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되던 사업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한 바 있다.

체제 전환국들에서 사업을 전개하다 보면 겪게 되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이들 국가들이 한국에서 들여온 부품 결제에 필요한 충분한 외화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 경우 대우의 타 계열사가 이러한 자동차 해외 사업의 애로를 구상무역 등을 통해 해소해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 자동차 공장이 한국에서 수입해온 부품을 결제할 외화가 부족해 곤란을 겪고 있을 경우, 국제 무역을 주특기로 하는 (주)대우가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면화를 현금 대신 받아서 이를 국제 면화 시장에서 팔고 이 대금으로 부품 결제를 하는 방식이 그 것이다.

대우는 이러한 방식으로 체제 전환국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외화 부족, 환 리스크 등의 문제를 적절히 회피할 수 있었으며, 서구 기업들이 가지고 있지 못했던 이러한 대우 특유의 시스템이야말로 대우가 체제 전환국 혹은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숨겨진 이유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현지 공장을 인수하여 운영하다 보면 초기에 겪게 되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공장 인수 후 생산설비 구축이 완료되어서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약 3년 여의 기간 동안 마땅히 수익을 창출한 방법이 없다는 것인 바, 이는 초기 투자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이에 대우는 현지 공장을 인수하기 전에 그 공장이 생산하던 구형 모델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였으나, 기존 구형 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워낙 컸었고, 출시될 대우 모델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현지 소비자들이 구형 모델을 선뜻 구입하려 하지 않아서 이 방법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대우는 자동차 생산이 개시되기 전까지 대우의 자동차를 skd 방식으로 한시적으로 면세로 수입해서 판매하는 방안을 현지 정부와 협의하였고, 그 결과 현지 정부들은 대우가 자동차 생산이 본격적으로 개시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skd를 면세로 수입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skd란 'semi-knock down'의 약자로서, 완성차에서 시트, 후드, 핸들, 도어 등 일부 부품만 떼어낸 상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재조립이 용이하므로 완성차와 다를 것이 거의 없다.

현지 정부의 이러한 효과적인 지원 덕분에 대우의 해외 자동차 공장들은 skd를 면세로 수입해 조립 후 판매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하여 인수 직후부터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보기 드문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으며, 이는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현지정부로부터 이러한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대우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연유한다 할 것이다. 즉, 현지의 관습과 실정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여 현지의 고용창출, 수출증대, 경영 노하우, 기술 이전 등 그들 나라의 경제에 철저히 기여하는 대우의 윈-윈 전략은 이들 국가들이 대우를 그들의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마치며

대우의 세계경영은 세계가 통합과 분열이라는 모순된 흐름으로 급변하는 만큼 지구 전체의 자원화와 전세계의 단일시장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였다. 곧 대우의 세계경영은 세계적 차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경영요소를 조합하고 배합하여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크화 하는 경영 전략이었던 것이다. 또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세계질서에 주도적으로 앞서감으로써 당시의 위기상황을 기회로 만들어 가겠다는 전략과 세계 각지에 분포된 지역 거점들을 횡적으로 연계하여 사업영역을 다각화, 고도화하는 전략 또한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국무역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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