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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삼성노조에 불지르는 까닭은?

삼성SDI분신사건 방화로 매도, 회사입장만 대변

김주영 | 기사입력 2003/06/12 [12:19]
 

▲ 사진출처: 조선일보 홈페이지
조선일보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이메일클럽기사에서 매우 심각한 정도의 오보가 발견되었다. '삼성sdi 사원이 회사에 불지른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김학찬 기자의 기사는 지난 5일 일어났던 삼성sdi분신시도 사건에 대해 사건의 개요와 원인 그리고 기자의 개인적인 판단까지를 포괄해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삼성회사측의 입장만을 기술해, 기사라기 보다는 홍보지에 가까운 '보도자료'였다. 조선일보가 입맛에 맞는 기사쓰기의 대명사라 불리우는 이유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보도는 어떤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사람들과의 취재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지에 따라 사실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기사에서 오보라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 살펴보면서 확인된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관련기사]
김학찬, '삼성sdi 사원이 회사에 불 지른 까닭은?, 조선일보
취재부, "내가 왜 살아났느냐? 분신해서 죽으려 했다" 대자보

방화가 아닌 분신사건이다.
김학찬기자의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회사에 불지른 까닭은?'이라는 선정성을 내건다. 불을 누가 질렀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확인된바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불이 났다는 그 사실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그런 일을 왜 하고자 했는지다. 오마이뉴스와 당사자들과의 인터뷰에 의하면 불을 지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분신이 목표였음이 확인된바 있다. 삼성일반노조 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은 방화가 아니며, 회사측이 선거에 개입하는 등 자유로운 노조활동에 방해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집단으로 분신을 시도하였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5일 오전 11시30분쯤 삼성sdi 부산공장에서 이 회사 사원 4명이 승용차 2대에 나눠 탄 채 회사 본관 유리출입문으로 돌진한 뒤 차량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차량의 불은 이내 본관 1층 전시실로 옮겨붙어 하마터면 대형화재로 번질뻔했구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수십명의 사원들이 자욱한 연기를 뚫고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 사진출처: 삼성일반노조 홈페이지
기사는 대형화재로 번질 뻔했고, 사원들에게 대피하는 등의 피해를 나열하면서 불이 났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방화범일 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 그 사람들이 왜 그곳을 택해 돌진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화재가 난 곳은 노사위원회를 관리하고 있는 부서인 총무부가 있는 로비로, 노조원들에게는 노동탄압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치러졌던 이 회사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결과에 대한 불만때문입니다. 2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 선거에서 패배한 현 위원장측 참모들이 “회사측이 현 위원장을 도와주지 않고 상대 후보를 지원했기 때문에 패했다”며 불만을 품고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독자분들 상당수가 ‘선거에 패했다고, 회사에 불까지 지르나?’하는 다소 의아한 생각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 회사관계자들 또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악하고 있습니다.

노조위원회측에 나온 분신하려던 사람들의 인터뷰에 의하면 선거후 박문일위원을 포함한 협의위원들 10여명이 모여 식사하던 중 박용민 과장은 회사 개입의 문제를 제기하며 '내가 앞서서 들어가는데 한사람만 따라와라'고 얘기했고 이에 양재수, 임경완, 문복수씨가 차례로 따라가겠다고 하였다고 한다. 당시 구체적인 방법의 논의는 없었지만 박용민 본인은 '죽을 각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주변 동료들이 대화내용을 다 알고 말렸으나 이를 강행했다고 한다. 이는 계획적인 방화가 아닌 더 이상의 협상의 여지가 없어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 항의의 표시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박용민씨는 '이건 아니다' 라고 고함치고 '이건 잘못되었다. 조직적으로 이런 선거가 어디있냐. 언제까지 사원들을 우롱할 거냐. 이제는 깨어나라. 깨어날 때다. 삼성노동자 여러분!! 다함께 일어납시다 새로운 새날을 맞자. 이제는 깨어날때다.' 하면서 5-10분정도 고함을 질렀다. 회사 관리자들이 박용민을 잡으러 와서 박용민은 소방차 위로 올라가서 연설을 하였고 자진하여 소방차에서 내려와 분신할 생각으로 불속에 뛰어들었으나 관리자에게 붙잡혀 끌려갔다. 그리고 양재수씨는 회사측의 제지를 막기 위해 낫으로 관리자들을 위협했으나 덩치가 큰 노무팀 직원들 수십명에게 붙잡혀 집단 폭행를 당하고 결박을 당해 끌려갔다가 탈출하였다.

분신을 시도하였으나 회사관계자들의 제지로 분신을 하지 못하고, 회사측의 제지를 막기위해 위협했으며, 폭행까지 가한 것이다. 하지만 기사에서는 이런 노조측의 말은 전혀 반영되지않고 있다. 오히려 분신을 시도한 사람들이 낫을 들고 위협했으며, 폭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물론 무기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의 저항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그리고 몸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판단된다.

노조위원선거에 회사의 개입여부
위원장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다보니 선거 때마다 공장내 이러저러한 사원조직들간에 ‘인정사정 볼 것 없는’ 격렬한 표싸움이 벌어집니다. (중략) “일부 분임위원을 회사측이 매수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김모 위원장이 현 위원장보다 강성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회사가 지원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펄쩍 뛰며 명예훼손으로 ‘고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자세입니다.

기사에서는 오히려 노조 측에서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다툰것이고 핸드폰반납하는 등 선거에 대한 간섭은 일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사위원들의 진술에 의하면 간부들의 선거개입을 몇번 발각했고, 또한 과반장을 앞세워 인사고과를 미끼로 특정후보를 찍도록 유도하는 것도 있었으며, 상무, 부장, 과장 등이 회사 직책을 이용하여 조직적으로 노사협의회 위원 및 노사협의회 위원장선거 개입하였다고 한다. 또한 선거전에 선거구 이모과장이 본인에게 떨어질 것이니 마음을 추슬리라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다른 진술에 의하면 칼라브라운과 제1선거구등 총 15명의 노사위원이 있는데 1선거구의 박태권(8선)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노무파트 이창근과장이 선거에 개입하여 고승무를 당선시키고 고승무는 이창근이 밀어서 당선되었기 때문에 이창근이 시키는대로 위원장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6월 4일 저녁 7시경(5일 아침에 위원장선거) 송상무가 이00씨에게 칼라 브라운관(김영관)을 찍으라고 했다며 임경완 위원에게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한다.

노사위원회는 좋은 위원회?
삼성의 독특한 노사관리 시스템에 대한 이해에 선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삼성그룹은 노조 대신 수년전부터 ‘노사협의회’라는 노사관리시스템을 도입, 사원들의 각종 불만을 걸러내고, 사원복지 혜택을 베풀고 있습니다. “노사관리에 관한한 국내 어느 기업보다 선진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삼성의 노하우는 바로 이 노사협의회 시스템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얘기합니다. 이 같은 노사협의회에 대한 삼성 경영진의 배려는 각별합니다. 경영진들은 “노사협의회 위원장은 경영진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원들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일하는 파트너”라고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실제로도 노사협의회 위원장은 각 단위 공장의 공장장과 사실상 동격의 예우를 받습니다.(중략) 노사위원장이 사원들간의 간담회, 단합대회, 체육대회 등 사원관리를 위해 지출하는 모든 돈은 회사가 비용처리해줍니다. 사원대표로서 공장장 부럽지 않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셈이지요.

삼성의 무노조원칙으로 인한 피해는 계속되어 지적되어 왔다. 삼성sdi측은 노사문제가 터지면 ‘적당한 범위에서 합의금 등을 통해 사건을 풀려고 한다’는 지역 노동계 등의 비난여론이 있어왔다. 회사 관계자도 “무노조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매번 원칙없이 돈으로 해결하려는 노무관리가 노사관계를 꼬이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 보도도 있었다. 문제로 지적되어야 할 부분이 회사의 자랑으로 그리고 무한한 복지혜택을 하고 있는 듯이 보도된 것이다.

삼성그룹의 노조설립 방해작전은 계열사뿐 아니라 사내하청업체, 헙력업체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진행돼 왔다. 삼성 쪽은 20여년 전부터 노동자들의 노조설립 신고서 제출 이전에 ‘서류노조, 유령노조’를 먼저 설립 신고해 노조설립 자체를 막아 왔다. 설립 신고서 제출 이후에는 면담을 빙자한 납치와 감금을 통해 노조 간부들이 스스로 노조설립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추측도 끊이질 않았다. 2000년 10월에는 삼성코닝 사내기업인 아텍엔지니어링에서 5분 먼저 유령노조가 설립되고, 2001년 8월에는 삼성캐피탈 노조설립 관련 임원 납치사건이 일어났다. 2002년 7월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아르네삼성전자에서는 노동자들이 정복 경찰관 2명을 대동하고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려 했음에도 어이없게도 서류를 강탈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삼성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조설립은 복수노조 금지조항으로 인해 실패하거나 회유와 협박으로 끝내 무산돼 왔다. 이렇듯 삼성노동자들의 인권유린을 통해 삼성회사의 무노조 역사는 수십년 동안 유지돼 온 것이다.  

노노갈등으로 몰아가려는 의혹
사건 직후 연대투쟁 여부를 검토했던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 울산 노동계도 “현장에서 수백명의 사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화를 하고, 난동을 저지른 ‘현행범’인 셈인데,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이 우세해 사건에 말려들기를 꺼려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삼성의 노사협의회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위원장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오늘(11일)도 울산지부 민주노총 집행위원장을 만나서 연대를 준비하는 회의를 하였다고 밝혔다. 김성환위원장은 삼성sdi분신사건이 언론에 의해 그리고 회사의 언론플레이에 의해 방화사건으로 난동범으로 몰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민주노총과 회의를 계속하고 연대하고 있다고 한다. 노조측에서는 연대를 꾸릴 준비하고 있는 과정을, 언론에서의 기사는 말려들기를 꺼려해서 민주노총측에서도 도와주지 않으려 한다는 식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실명이 게재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실확인이 되어있는 것인지, 얘기는 어디서 들었는지도 나와있지 않다. 혹시 삼성회사측에서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기사를 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연대가 아직 꾸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용해 꺼려한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노노갈등으로 몰아가려 하거나, 아니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을 이용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 기사는 신문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허락된 수신자에게만 뿌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당장 신문으로 내놓았을 때 예상되는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안전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런 세를 몰아가면서 서서히 여론을 형성해가는 방법으로 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판단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기사가 오보로 판명될 경우 "아님말고"식으로 나올 것인가? 이제는 인터넷까지 이용한 간교한 여론몰이수작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유리한 사람의 손만 들어주는, 그리고 그것을 믿어주는 그대로 믿는 사람이 있는 시대는 이제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인터넷은 굉장한 파급력을 지닌다. 그리고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창구는 무한히 존재하고 있다. 더 이상의 오보는 없어야 한다. 적어도 사건이 일어나면 당사자들과의 인터뷰는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 아닌지, 언론의 기본이 없는 그들에게 다시금 기사쓰는 법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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