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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의 파열'…미국 경제 왜 추락하나

'신경제'와 번영의 시대는 가고 고통의 시대만 남아

지오리포트 | 기사입력 2003/05/16 [11:52]
지금 미국에서는 ‘거품 경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의 격주간지 <인 디즈 타임즈(in these times)> 역시, 지난 5월 9일자에 게재한 '거품의 파열, 왜 미국 경제는 점점 더 나빠지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 경제의 '거품'에 대해 진단했다.

‘경제 및 정책 연구센터’의 공동대표이며 <경제보고 리뷰(economic reporting review)>의 저자이기도 한 딘 베이커( dean baker)가 기고한 이 칼럼은 미국의 ‘거품 경제’가 어떻게 파열하고 있는지, 그 과정과 문제점 등을 조명하고 있다.

딘 베이커는 미국 정·재계가 ‘신경제’에 대한 찬가를 부르며, 번영의 시대를 약속하고 있을 때, 이미 ‘거품'을 경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관료들 가운데서 그 경고에 귀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는 게 <인 디즈 타임즈>의 지적이다.

‘주식 거품’ ‘달러 거품’ ‘부동산(주택) 거품’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딘 베이커의 칼럼은 최근 한국 경제를 보는 데에도 참고가 될 듯하다. <편집자>



2000년에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30년 이래 가장 좋은 상태’라고 자랑했다. 실업률은 낮았고, 임금은 모든 소득 수준에서 상승하고 있었다. 빈곤율 또한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1년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경제는 후퇴하기 시작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실질임금 성장은 낮아지더니 결국에는 모든 것이 멈추었다.

▲미국 경제의 거품. 주식, 달러, 주택.     ©inthesetimes.com

이같은 급격한 경제적인 역전을 설명하는 '태평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클린턴이 누진세를 늘리고 지출을 억제함으로써 재정 적자를 제거했다는 주장이다.

적자 축소로 금리가 낮아졌고, 이에 따라 투자 경기(이것은 지난 1990년대의 특이한 성장의 근거였다)가 활발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부시가 정권을 잡은 뒤, 부유층에 대한 감세와 군비 확대로 흑자를 낭비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재정 적자는 급등했고, 경제는 휘청거리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훌륭한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클린턴 시대의 벼락 경기(boom)는 세 가지 ‘지속할 수 없는 거품’을 토양으로 한 것이다.

그 하나는 주식 거품이다. 이것은 이미 파열했다. 다른 두 가지는 달러 거품과 주택 거품이다. 이 두 가지는 아직 살아 있다. 달러 거품은 지금 빠져 나가고 있는 중이며, 주택 거품은 아마도 지금 정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거품들이 2001년의 후퇴와 지속적인 경제 침체의 시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경제가 지난 2년 동안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기초적인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1996년부터 200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평균 300만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된 이후, 2001년 3월 이래 200만이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런 역전은 2000년 4%였던 실업률이 현재 6%로 상승한 사실과 관계가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2000년 7.6%였던 실업률이 2003년 4월 10.9%까지 이르렀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운데서도 십대의 경우에는 2000년 24%에서 2003년 3월에는 35%로 껑충 뛰었다.

실질임금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2000년까지 매년 2% 가까이 늘어났지만, 최근 거의 제로에 가깝게 떨어졌다.

경제의 역전은 주식시장의 급락과 관계가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2000년 3월 1,500 이상을 정점으로 한 뒤, 지난해 800 밑으로 떨어졌다. 기술 중심의 나스닥은 이보다 더욱 더 급락해서, 2000년 3월에 5,000 이상이던 것이 지난해 여름 1,200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그림에 덧붙여야 할 것은 예산에서의 역전이다. 2000년 2천360억 달러의 흑자였던 것이 2003년에는 5천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가 될 것이다.

물론, 주식시장의 하락은 과거 2년 반 동안의 경제적 실패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 하락은 실제로는 현실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시장이 1990년대에 기록했던 정점이란 모든 이들이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던, 불경기에 대한 경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의 호경기는 '구속되지 않는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드러내는 증거로서 널리 축복 받았을 뿐이다. 주식 거품의 확산을 막았어야 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클린턴 행정부의 실패는 연쇄적인 파산을 위한 기반을 만든 셈이다.

한편, 매일 혹은 매월, 시장의 움직임은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불안정하다. 주식시장과 경제 사이에는 근본적인 관계가 있다. 원칙적으로 주식시장은 ‘기업으로서의 미국(corporate america)’의 미래 이익에 대한 가치를 매기고 있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미래를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경제학자는 얼마나 고수익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 그럴듯하게 예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들은 10년 내지 15년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2000년 그 정점을 쳤을 때, 주가와 기업 수익의 비율은 30대 1로 나타났다. 이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평균의 배를 초과하는 것이었다. 어떤 그럴듯한 설명도 이런 종류의 가치 평가를 정당화하지 못했다. 2000년의 주식시장의 정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윤이 역사적인 페이스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어떤 주요 애널리스트도, 지난 1990년대의 주식 거품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거품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주식시장의 거품은 경제에 8조 달러 이상의 ‘장부상의 부(paper wealth)’를 창출했다 . 이는 두 가지 방향에서 경제를 자극했다.

우선 가계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유가 증권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느꼈다. 그리하여 퇴임 이후나 자녀 교육을 위해 돈을 따로 마련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면서, 과소비를 하게 된 것이다. 교과서가 예측한 대로, 지난 1990년대와 2000년에 소비는 급격하게 늘어났고, 저축은 바닥을 기었다.

주식 거품은 또한 투자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경제를 자극했다. '신화'와는 반대로, 주식 발행을 통해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그러나 1990년대의 벼락 경기는 이런 규칙에서 예외였다. 인터넷 기업들은 나스닥에 주식을 판매함으로써 수십억 달러를 끌어모을 수 있었고, 회사들은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사용했다.

급등하는 주식 가격은 직접적으로 텔레커뮤니케이션이나 다른 하이테크 분야의 투자 경기를 부양했다. 설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1996년부터 2000년 사이에 3천억 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45% 이상 증가한 것이다.)

거품 경제의 파열은 이런 과정을 역전시켰다. 2000년에 정점에 이르렀던 투자는 2001년과 2002년에는 1400억 달러 이상 하락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처럼, 호경기를 이루던 해의 기술 투자 대부분은 거친 계획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아무런 수익을 낼 수 없게 됨에 따라 날아가버렸다. 기술 분야에서는 막대한 양의 과잉설비가 계속되었고, 이에 따라 반도체, 텔레커뮤니케이션과 그 외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를 수 년 동안 저하시켰다.

소비는 급락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장부상의 부’가 8조 달러 이상의 손해를 본 것과 비교해본다면 예상했던 것만큼은 아니다.

소비는 ‘파산 이후의 세계(post-crash world)’에서 여전히 강력하다. 또 하나의 자산 거품 때문이다.

1980년대 일본의 경우처럼, 1990년대의 주식 시장의 거품은 주택 거품을 동반했다. 1995년 이래 주택 가격의 상승은 인플레율보다 30% 이상 앞지르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주택 가격 상승은 2차 대전 이후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주택 가격 상승은, 주택 가격이 인플레와 보조를 맞추었던 상황과 비교해서 3조 달러 이상의 새로운 가계 자산을 창출했다.

주식의 부와 마찬가지로 주택의 부도 소비를 부추겼다. 가계는 주택 가격의 상승을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구매하기 위한 자원으로 보았다. 가계는 지난 2년 동안 엄청난 규모로 이런 부에서 자산을 인출해왔다. 급락한 금리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담보 대출을 급증시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계 자산에 대한 담보 대출 비율은 최고치에 달했다.

이런 상황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놀랄 만하다. 첫 번째로, 단기적인 문제로서, 주택 가격 거품의 영향이 가장 큰 몇몇 지역(예를 들면, 보스턴, 뉴욕, 워싱턴, 샌프란시스코)에서 주택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새롭게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최근에 융자을 받았거나, 자금을 끌어온 사람들)은 자신들이 주택에 마이너스 자산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30만 달러의 집을 사기 위해 27만 달러를 빌렸고, 가격이 3분의 1로 떨어졌다면, 주택의 가치보다도 7만 달러 더 빚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저장을 잡힌 사람들에게 주택에 대한 권리를 상실하도록 만들기 위한 커다란 유인책이 있을 것이다. 만일 이런 일이 대규모로 일어난다면 많은 은행과 금융기관의 존속이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현재 담보 대출이 많다는 것은 또 다른 이유에서 문제를 야기한다. 인구가 고령화하고 있으며 많은 가정의 노동인구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예순 살 가까이 이르게 된 베이비붐 세대인 주택 소유주들은 자신들의 융자금을 갚아야 할 때가 되고 있다. 인구통계는 담보 대출 비율이 지난 수십 년 간보다 더 낮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수많은 베이비 붐 세대는 주가 하락 때문에 자신들의 자산 가운데 대부분을 잃어버린 뒤에 은퇴를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주택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좀더 나이 든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이후에 충분한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서 실제로 저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주택 가격의 거품으로 인해 조장된 ‘착각의 부(illusory wealth)’ 때문에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주택 가격 거품은 그것 차체로 논리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주식 거품의 파생물일 뿐이다. 주택 가격 거품은 사람들이 새로이 만들어진 주식의 부를 더 나은 주택을 구매하는 데 사용한 결과로 시작된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계속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택을 구입하게 된다. 거품은 사람들이 주택 가격이 상승할 거라고 예상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예상하지 않을 때 주택 가격은 정상적인 수준으로 하락하게 될 것이다.

또한 1990년대의 주식 거품은 최근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다른 문제들의 부분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그 하나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모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연방정부는 2000년 주식 거품이 정점에 달했을 때 자본 이익에 따른 세수(稅收)로 1천200억 달러를 거두었다.

이 세수의 대부분은 주식 판매의 이득에서 나온 것이었다. 주식이 곤두박질쳤을 때의 자본 이득 수입도 있다. 현재 2003년에 510억 달러로 계획되어 있다. 많은 주 특히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주가 하락에 비슷한 영향을 입었다.

또한 기업 회계 부정이 연속해서 일어난 것도 거품 경제의 파생물이었다. 기업이 상식을 무시한 수익 계획을 관례적으로 내놓은 시대에, 몇몇 간부의 명백한 부정은 사실상 막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일들은 전적으로 예견되었던 일이다. 왜냐면 모든 투기적인 거품 경제가 일어났을 때에는 반드시 거대한 규모의 금융 사기를 동반한다는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 비관적인 것은 1990년대의 세 가지 거품 가운데 하나인 달러 거품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클린턴 정권은 의도적으로 ‘강한 달러’ 정책을 추구했다. ‘강한 달러’ 정책의 단기적 효과의 순기능은 미국의 국민에게 좀더 싼 가격으로 수입품을 공급함으로써 인플레를 억제하고, 국내 생활수준을 상승시켰다는 것이다.(단기적 효과의 역기능은 미국의 생산이 황폐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강한 달러 정책은 지속 불가능한 것이었다. 수입을 위해 막대한 화폐가 필요했기에, 미국은 현재 외국에서 1년에 5천500억 달러 이상을 빌리고 있었다.(이것은 gdp의 5.3%에 달하는 것이다.)

이런 부채는 미국의 자산을 매각함으로써 변제되는 것이다. 무역적자가 현 수준으로 계속될 경우, 10년 내에 외국인들은 미국의 주식 시장과 정부의 채무 대부분, 가계의 대부분을 모두 소유하게 될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지속가능한 차원까지 적자를 막기 위해 달러는 현저하게 하락할 것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질 때, 수입 가격의 상승은 인플레의 심화, 생활수준의 악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 상승률을 막기 위해 금리를 높인다면, 하락하는 달러의 충격은 아주 고통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높은 금리에 수반되는 높은 실업률이 피할 수 없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경제의 세 가지 거품은, 대공황 이래 가장 곤란한 문제들을 던지고 있다. 해법은 단순하지 않다. 고통 없이 해결할 수도 없다. ‘뉴딜’과 같은 정책만 이 큰 문제를 해결할 문을 열어줄 것이다. (dean baker / 번역 안찬수)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지구촌을 여는 인터넷 신문" 지오리포트 http://georeport.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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