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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민주호를 침몰시키는가
국민참여경선의 본질을 훼손하는 사람들

손혁재 | 기사입력 2002/08/14 [02:51]
{image2_left}8.8 재보선이 끝났다. 선거결과는 한나라당 11석에 민주당 2석. 막바지에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논란이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처음부터 민주당이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6.13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이른바 ‘반dj 정서’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부패척결 구호가 여전히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후보 공천도 최선이 아니었다. 당선가능성이나 개혁성 어느 것도 뚜렷한 기준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처음부터 선거에서 이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8.8 재보선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태도는 마치 선거에서 이기면 큰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려고 안달이 난 것 같았다. 공천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는가 하면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패배의 책임을 논하고 있었다. 당력을 총집중해도 한나라당과의 대결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은데 선거운동은 하지 않고 신당을 만들 명분 쌓기에 더 열중했고, 지원유세를 하고 있는 자기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헐뜯고 있었다. 이런 정신 나간 정당에 누가 표를 던지겠는가. 지역적 지지기반인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민주당이 이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어쨌든 선거에서 진 민주당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신당을 창당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창당 시기와 신당의 성격 및 후보 문제를 놓고 계파별로 달라서 신당 추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보면 과연 이 당이 반독재민주화 투쟁에 헌신했던 정당이 맞는지,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정당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민주당은 불과 몇 달 전 사상 처음으로 국민참여경선을 치러냈다. 경선에는 200만명의 국민이 참여를 희망했다. 그리고 노무현 후보는 그 경선을 통해 선출되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이 모든 사실을 다 잊어버린 것 같아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노 후보가 물러나라는 요구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노무현 후보가 물러나야 한다는 근거는 노 후보의 지지율이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보다 낮다는 것 밖에 없다. 지지율이 낮으면 물러나야 하는가. 그래야 한다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모두 사퇴해야 할 것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8.8 재보선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당에 대한 국민 지지는 엄청 낮기 때문이다. 후보가 스스로 물러나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모르되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것만으로 물러나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민주당이 흔들리고 있으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image1_right}더구나 지지율이 왜 떨어졌는가. 경선이 끝난 뒤 지금까지 민주당이 노무현 후보 선출에 나타난 당심(黨心)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했기 때문이다. 아니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일부 세력은 당내에서 노 후보 흠집내기를 계속했다. 그것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자 물러나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더구나 대안으로 기껏 상정한 것이 능력과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 낡은 정치의 틀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니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노무현 후보를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국민참여경선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짓이다. 국민참여경선을 부정하는 것은 경선참여를 희망했던 200만명이 넘는 국민을 무시하는 짓이다. 나아가 스스로 자기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짓이다. 이래서는 신당을 만든다 해도 민심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집권당으로서 개혁추진에 소홀했고, 권력형 비리를 막지 못했던 점이 속상하고, 그래서 밉기는 하지만 민주당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필자 손혁재 박사(정치학)는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및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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